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nkind Nov 07. 2020


어쩌면 한류스타 1호 미스김 라일락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인생 이야기 No.6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인생 이야기 


여섯 번째 나무는 미스김 라일락입니다.


공원 산책로 한켠에 어디에선가 흔하게 본 것처럼 

낯익은 외모로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이 나무의 이름은 미스김 라일락입니다.


별명이 아닙니다. 정식 학명입니다.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Miss Kim'


언뜻 보면 개구리밥 같은 아담하고 둥근 잎사귀들이 몽글몽글 달려있습니다.

아쉽게도 개화시기가 지나 꽃은 내년에 만나야 합니다.

흔히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라일락은 위의 사진처럼 

키가 작은 나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라일락은 제법 크게 자라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만난 라일락은 2미터-3미터 정도로 

제가 본 라일락 중 가장 큰 라일락 나무였습니다. 


미스김 라일락은 한국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1947년대에 미군정 또는 미국 적십자 소속으로 알려진 

식물채집가 엘윈 M 미더가 

북한산 백운대에서 털개회나무 종자를 채취해 

미국에서 개량한 뒤 붙인 이름입니다.


 미스김은 그의 연인도 친구도 아닌 

한국인 타이피스트였다고 합니다.


식물분류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녀의 공을 기리기 위해 

성씨를 학명에 넣었다는 말이 있고 

당시 미국에 흔치 않은 코리안 네임이라서 넣었다라고도 합니다.

 또는 한국에서 가져온 식물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그랬다는 등 

굳이 미스김을 붙이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썰;이 있습니다.



현재 미스김 라일락은 일반 라일락보다 향기가 진하고 

꽃이 오랫동안 피어서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70년대부터 로열티를 지불하고 

관상용으로 역수입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김 씨 성은 한국에서 흔한 성씨입니다.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지만 

김 씨 성을 가진 이 나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기구한 운명 탓에 생긴 이름이 아니었다면 

저 또한 기억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제라도, 이렇게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흔한 이름이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름이 되었듯이 


오늘 하루 우리가 보냈던 

평범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가

우리의 평생에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오늘을 응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느티나무가 있어야 할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