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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kind Mar 18. 2022

영화 우드잡 리뷰

기무사리숲의 느긋한 나날 

[출처 - 구글 이미지]

우드잡, 영화의 제목을 본 순간 나무와 관련된 직업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처음 영화를 본 감상은 나무와 관련된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소년의 성장기에 관한 것이었다. 두번째 감상은 조금 달랐다. 이 영화는 지방 소멸에 관한 이야기이자 도시재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실패로 시작한다. 주인공 히라노 유키는 방금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 친구들은 모두 재수가 별거냐고 위로하지만 대입에 성공한 여자친구 마저 곁을 떠난다. 나는 재수를 한 경험이 없다. 재수를 한 대학 동기나 입사동기의 이야기에 따르면 재수생은 어른과 청소년의 경계에 있으며 학생도 아니고 사회인도 아닌 경계인 이라고 했다. 이렇듯 이도저도 아닌 주인공은 친구들과 술을 먹고 어울리던 중 임업 연수생을 모집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지원하게 된다. 정확히는 전단지 모델에 반해 그 모델을 만나기 위해 기차를 서너번이나 타야 하는 첩첩산중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그 뒤의 이야기는 사실 뻔하다. 어리버리한 주인공은 답답한 시골생활을 시작부터 불편해 한다.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임업연수생이라 쓰고 현대판 나뭇꾼이라 읽는 일 자체에 흥미도 없고 진지함도 없다. 그래서 매번 도시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인공의 사수는 주인공을 못마땅해하며 늘 면박을 준다. 그런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어엿한 나뭇꾼으로 성장하며 주변의 인정을 받고 임업연수생 모집 전단지 모델인 나오키와 사랑에 빠진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첫번째 감상은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미생들의 성장기였다.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재수생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던 주인공이 조금씩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버스도 다니지 않고 슈퍼도 없고 전화도 터지지 않으며 비데도 없는 마을은 주인공의 성장을 극대화 시키는 소재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외지인이면서도 48년만의 대축제인 마을 축제에 마을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부분에서도 코믹적인 요소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두번째 감상은 완전히 달랐다. 주인공이 처음 임업 연수생이 되고 며칠만에 연수원을 그만두려고 사무실에 찾아 가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은 단칼에 그만두기 위해 그만 두려는 사유를 손바닥에 적어가며 달달달 외우며 연습을 한다. 하지만 먼저 찾아와 있던 연수생이 비슷한 사유로 그만두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장면에서 연수생을 떠나보내면서 강사가 다른 강사에게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단순히 마을에 1년 동안 있을 연수생을 뽑는게 아니라고, 

이왕이면 그 후에도 계속 여기에 살면서 가족도 꾸리고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그리고 보니 마을에 결혼을 하지 않은 젋은 여자는 임업 연수생 모집 포스터의 모델인 나오키 단 한 명이다. 아이들이 있지만 다 합쳐봐야 열명도 되지 않는다. 마을 어귀에는 고령의 할머니들이 소일삼아 삼삼오오 모여 놀이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그 중 젊은 남자들은 나무를 베고 가꾸며 생산 활동을 한다. 임업이 마을을 유지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핸드폰 하나로 모든것이 이뤄지는 요즘 시대에 이런 마을에서 자신의 인생을 보내고 싶은 젊은이들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때문에 가무사리 숲 마을은 이미 심각한 고령화를 겪었고 임업 연수생 모집이라는 도시재생 프로그램을 수년째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지인과 현지인의 갈등이  있었고 그 갈등으로 인해 외지인에 대한 경계와 불신이 있었다. 바로 나오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오키는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리고 앞에서 계속 말한 임업 연수생 책자의 표지 모델이다. 빼어난 미모로 인해서 나오키의 외모에 반해 임엄 연수생 지원자가 제법 있었으나 모두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달아났다. 그러다 그 중 한 명이 나오키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했으나 핸드폰이 터지지 않고 비데가 없다는 이유로 달아나 버렸다. 도시였다면 남의 집 파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문도 잠그지 않고 살며 이웃집 사생활을 내 집 일처럼 시시콜콜 다 참견하고 살아가는 시골 마을에서는 모두가 충격에 빠질 정도의 큰 일 이었다. 이로 인해 시골 마을에 정착하려고 지원한 도시인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생기게 되었고 주인공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데에 이 시선이 크게 한 몫 하게된다. 


주인공 히라노 유키는 어쩌다 보니 도망치는데 실패해서 서서히 나뭇꾼이 되어 간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마을의 일부가 되어 간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주인공이 마을의 일부가 되기 위해셔 간절히 노력하기 않는 다는 것이다. 오히려 임업 연수 교육을 하는 감독과 사수가 적극적으로 마을 원로들에게 주인공이 마을 구성원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주장하고 설득한다. 주인공은 마을에 적응하는 것에 집중한다. 어렵고 이해하하지 못했던 나무를 베고 관리하는 일에 서서히 매력을 느껴가고 겉돌기만 했던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마을 아이가 산에서 길을 잃고 있을때에 나서서 아이를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소도시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비슷한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외지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경계심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삶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분명 불편하고 어색하고 답답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현지인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영화에서처럼 평소에는 쌀쌀맞고 차갑게 굴어도 마음 한 켠에서는 우리 마을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마을에 살고, 주소지도 우리 마을이지만, 우리는 저들을 우리 마을 사람으로 인정할 수 없어' 라는 태도로 외지인을 대한다면 아무리 열정적인 사람들이라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날 수 밖에 없다. 


주인공은 마을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임업 연수원 계약 기간이 끝나자 도시의 집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임엄 연수생 모집 표지 모델인 나오키가 사랑고백을 하지만 기차 안에서 사요나라를 수차례 외치며 작별을 고한다. 마을 사람들도 작별을 아쉬워 하고 눈물 짓지만 주인공은 여전히 도시인도 아니고 현지인도 아닌 경계인이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의 대입 실패로 인한 주인공의 어정쩡한 사회적 위치를 보여줬다. 이처럼 임엄 연수생으로서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아직 현지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도시의 집에 도착한 주인공은 부모님이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며 집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 순간, 알 수 없는 냄새에 이끌려 그 냄새를 찾아간다. 냄새의 정체는 집근처 목조주택 공사현장이었다. 


누군가 여행지에서 돌아올때면 향수를 사온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기억을 재생시키는 감각중에 후각이 제법 강하다는 이야기와 그래서 본인은 여행지를 떠올리는 향수를 사 모은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런 맥락처럼 주인공은 1년동안 맡고 살았던 나무냄새를 도시에 도착한 첫날에 맡았고 그 냄새야 말로 자신의 정체성임을 깨닫고 집에 오자마자 다시 기무사리숲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난다.  

이 영화는 이렇듯 한 소년이 어엿한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성장기 이기도 하면서 산촌 마을의 도시재생 스토리이기도 하다. 임엄 연수생 프로그램은 대입에 실패한 한 청년을 어엿한 직업인으로 키워냈고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한 산골 마을에 젊은 인구를 유입시켰다. 영화에서처럼 현실의 도시재생이 늘 해피엔딩은 아닐것이다.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시골에 정착하려는 것이 늘 영화처럼 잘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히라노 유키와 사수이자 마을의 중추 역할을 하는 요키가 서로 수많은 추억을 쌓아가듯이 서로가 매일 부딪히면서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 줄 요약 

*임업 종사자라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

*어리버리 주인공이 마을 미녀를 차지하는 뻔한 이야기

*알고보면 마을 재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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