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내 방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안이었다. 뒤쪽 왼편에 앉았다. 오른편에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까르르 웃고 떠들었다. 시골을 지나고 있어 비대하거나 높은 건물이 없었다. 밭, 단풍이 든 나무,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 구불구불한 길이 보였다.
날이 좋아 창밖을 보려고 간간이 책을 덮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도 곧잘 어울렸다. 언제쯤이었을까. 맨 뒷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구시렁구시렁 소리치는 게 들렸다. 야단치는 말이었다.
아주머니에게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소란이었나 보다. 어쩌면 먼 데 외출했다가 일이 잘 안 풀렸을 것이다. 아이들은 금방 의기소침해졌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주머니의 파마머리에 뿔을 그려 놓고 아이들에게 슬쩍 보여주는 상상을 했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어떤 말을 나누었을까. 버스를 나서고 아이들은 아주머니를 흉보다가 금방 아무렇지 않은 듯 소란스러워졌을 것이다. 아주머니는 아이들에게 야단치고서 기분이 좀 풀렸을까. 버스를 나서고 묵묵히 집으로 돌아갔을까.
내가 내릴 정류장에 도착했다. 낙엽이 길을 덮고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도 차도 없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낙엽이 바스러지는 소리만 들렸다. 조용한 풍경을 해치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지, 오롯이 나만 누리는 풍성한 소리를 즐거워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소란과 침묵을 함께 실어 나른 버스가 점점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