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케어샵 근무 일화
부끄러운 내색을 숨기며 손님이 말했다. 누군가한테 들키면 안 되는 것처럼 쭈뼛쭈뼛 목소리를 냈다. 키는 컸으나 체격은 마른 청년이었다. 그가 건넨 부탁은 자전거판매점에서 ‘두 발 자전거는 어떻게 타나요?’하고 묻는 질문과 닮아 있으려나. 어른의 세계에서는 정량화하고 합의한 대화만 오가야 할 것 같은데 규정 외의 질문을 가져오다니 싶었다.
속마음으로 ‘세상에! 끈 묶을 줄 모르는 어른이 있다니’ 싶었다. 그 작고 사소한 일을 할 줄 모른다니.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온 건가. 그동안 끈 묶는 법을 알려줄 이가 없었나.
개인적인 감상에 빠져들기 전에 손님이 물어오는 태도를 짐작해 진지하게 임하기로 했다. 어쩌면 아직도 끈을 묶을 줄 모른다는 것이 콤플렉스일 수도 있으니까. 다르게 보면 사람의 벽을 허무는 귀여운 질문이다 싶었다. 그 귀여움이 나에게 이상한 사명감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나란히 의자에 앉았다. 신발을 한 짝씩 가져다가 내가 한 단계씩 시범을 보이면 손님이 따라하기로 했다. 등을 구부정하니 수그린 채 다 큰 어른 두 명이 신발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듭을 지으려면 끈을 여유 있게 잡아야 돼요.’
‘끈을 한 번 묶고 오른손에 잡은 끈을 원형 고리로 만들어요. 왼손으로 잡은 끈을 그 고리를 안에서 바깥쪽으로 감싸요. 그러면 이렇게 고리가 하나 생기는데 여기로 왼손으로 잡은 끈을 살살 잡아당겨줘요... 짠!’
‘아... 바깥쪽에서부터가 아니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네... 잘하고 계세요. 거의 다 왔어요.’
‘아... 고리가 너무 작아요. 고리로 끈을 적당히 빼야 해요. 다 빼면 풀려버리거든요. 이렇게 한번 해보시겠어요?’
실수하는 부분을 발견하곤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부정형의 말보다는 권유형의 말을 골랐다. 반복할수록 손님은 미안한 기색을 내보였다. 다른 손님들이 한번씩 방문하여 마음이 조금 다급했으나 유연하게 대처했다. 천천히 네댓 번 같이 끈을 묶고서 드디어 손님은 리본 매듭을 지었다. 양쪽의 고리와 꼬리가 불균형한 리본. 엉성한 모양새였다. 어떻게 하면 예쁜 리본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심화강론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살금히 이는 미소를 본 탓이다.
이제 그 손님은 리본을 직접 묶고 계시려나. 문득 나에게 리본 묶는 법을 알려준 사람은 누구였는지 궁금하다. 어머니? 아버지? 고모? 선생님? 가물가물하다. 리본 묶는 법을 세 개 알고 있어서일까.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
‘끈은 이렇게 묶는거야’
‘요래, 요래 해가꼬 이라믄 된다’
‘각각 두 손에 잡은 끈을 모두 고리를 만들어서….’
‘안쪽에만 고리를 만들어서 다른 하나는 돌려 감싸서….’
이런 음성이 섞여 흐릿하게 들린다만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나에게 가르쳐주었던 이가 나의 눈높이에 맞춰 수그려 앉았을 거라는 것. 벤치, 길가 또는 현관. 그 어디였든 나란히 앉아 있었을 거라는 것. 그리고 ‘다시’, ‘다시’, ‘천천히’, ‘천천히’ 그 말을 반복하며 기다려주었을 거라는 거. 가르쳐주는 일은 알맹이를 전수하기 위해서겠지만, 어떤 가르침은 알맹이가 데구르르 굴러 배우는 사람에게 안착하기까지의 속도마저 새겨놓기도 한다. 그 따뜻한 속도는 심장이 기억하고 다른 심장에게 다시 대물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