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가 일어나는 공간 Affordance in SPACE 5
도쿄를 방문하면 여전히 많은 재즈킷사(ジャズ喫茶)가 남아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재즈킷사'는 한국어로 '재즈 다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195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재즈 음악을 즐기기 위한 다방으로, 커피, 음료, 디저트 등을 판매하며 재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 곳이다. 현재 일본에는 600곳 이상의 재즈킷사와 재즈 바가 있고, 그중 90%는 레코드로 재즈를 들려준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재즈바인 Peter Cat을 운영했으며, 그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재즈킷사 중 하나인 DUG가 등장한다. DUG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 와타나베가 자주 방문하는 장소로, 일본 재즈킷사 문화의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DUG는 1961년에 설립되어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며,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도 하는 곳이다. 재즈 뮤지션의 사진가로도 유명한 창업자 나카다이라 호즈미 씨는 누구나 재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DUG는 아직도 신주쿠에 위치하며, 작가 무라카이 하루키가 자주 방문하는 단골집으로 소개된다. DUG의 작은 통로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낮은 천장의 동굴 안에 있는 듯한 아늑한 분위기와 함께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공간으로 느낄 수 있다.
매캐한 담배연기, 니코틴이 묻어 나올듯한 스피커 커버, 오랜 세월의 시간이 쌓인 벽돌 바닥과 재즈 뮤지션들의 사진이 줄지어 있는 벽, 앤티크 가구들과 어우러져 과거의 풍경으로 초대된 느낌이 든다. 이곳을 방문하면 바 테이블에서 혼자 앉아 있는 손님들의 위스키잔 옆에서는 재떨이에 놓인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 모습을 보면 소설을 읽으면서 재즈 음악을 듣는 하루키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고객들은 혼자 온 경우 바테이블에 앉거나 두 명 이상일 경우에는 테이블에서 즐길 수 있으며, 음악을 듣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재즈킷사들은 재즈 음악 팬들이 과거부터 소유하기 어려웠던 너무 비싸거나 희귀한 레코드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대화가 금지되는 곳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재즈킷사는 9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문화로, 재즈가 탄생한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다. 재즈킷사를 운영하려면 레코드(바이널, LP)나 CD를 턴테이블(또는 CD플레이어)에 재생해야 하며, 이때 손님들이 볼 수 있는 자리에 음원의 커버를 보여준다. 한쪽면을 모두 듣는 데 길어야 25분이 걸리는 레코드를 사용하며, 음원을 교체할 때마다 손님들은 주인이 선택한 음악을 즐긴다. 이러한 방식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번거로운 의식이지만, 고객들과 가게 주인들 모두 재즈킷사를 중요한 재즈 감상의 장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재즈킷사의 주인을 '마스터'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으며, 재즈킷사의 주인도 마찬가지로 재즈의 달인으로 인정받아 '마스터'라 불린다. 마스터가 레코드를 고르고, 손님들은 마스터가 선택한 음악을 즐기며, 킷사에 따라서 자신이 듣고 싶은 레코드를 신청할 수도 있다. 재즈킷사가 가지는 특징은 작은 공간일지라도 고가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60~70년대의 아날로그 명기들인 JBL, ALTEC, TANNOY 스피커는 대형사이즈로 15인치 우퍼를 장착하고 있으며, McIntosch, Marantz 진공관 앰프, THORENS, Garrard 턴테이블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당시 이러한 오디오 시스템들은 집 한 채 가격 이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즈킷사에서는 누구나 커피 한 잔 값으로 이러한 호화 사운드 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
간다 서점거리에 있는 JAZZ BIGBOY는 최대 8명 정도의 손님만을 받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70대쯤 돼 보이는 사장님이 선곡과 커피를 내리고 사모님이 간단한 요리와 카운터, 서빙을 맡아한다.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레코드판들과 사이드 테이블에 겹겹이 쌓아 올린 CD들, 좌우의 JBL 4343B가 뿜어내는 사운드는 작은 공간을 음악으로 꽉 채우고 있다. 보통 중년의 홀로 손님들은 커피와 함께 집에서는 들을 수 없는 고성의 사운드를 즐기고 있다. 이런 공간이 동네에 있다면 얼마나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재즈를 감상하는 고객들과 재즈를 틀어주는 가게 주인들이 모두 재즈킷사를 중요한 재즈 감상의 장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소는 지금까지도 일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나는 술을 마실 때 가장 좋은 안주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우리를 여행시켜 주기 때문에 과거의 생각에 잠겨 진지하게 생각하거나 흥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술이 추가되면 더욱 증폭되어 술도 맛있게 마실 수 있고, 음악도 더욱더 잘 들립니다. _후쿠야마 와타루
Bar Martha는 후쿠야마 와타루(福山渉)가 점주로 있으며 직접 DJ도 하는 곳으로, BRUTUS 잡지에서는 레코드바의 롤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이곳은 도쿄 에비스 지역에 위치하며, 후쿠야마가 표현한 바에 따르면 David Bowie의 'Ziggy Starbust' 앨범 재킷에 나오는 런던의 골목길 바를 연상시킨다. 작은 간판과 몇 개의 레코드 재킷만이 조명을 받아 바로 앞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어둑한 골목에 위치해 있다.
Bar Martha의 입구를 지나 이중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전에는 사진 스튜디오로 사용되었다는 높은 천장과 트윈 턴테이블에서 재생하는 6,000개 이상의 바이닐 레코드로 이루어진 거대한 벽이 맞이한다. 바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손님들은 조명을 받아 공연장 무대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음악은 두 개의 거대한 스피커에서 재생되어 소리는 크지만 부드럽게 매장을 가득 채운다. 그래서 입구에서의 인상과는 달리 탄성을 자아내는 반전이 있다. 하지만 바로 대기 테이블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시크한 종업원은, 큰 소리를 내지 말고 사진 촬영을 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먼저 전한다. Bar Martha를 구글맵에서 검색한 후 평가를 보면 음악이 최고라는 팬들의 긍정적인 의견과, 종업원이 불친절하고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갈린다. 호불호가 분명한 곳이다.
BRUTUS 잡지의 Bar Martha에 대한 기사에서 후쿠야마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 가게는 종종 고객들을 화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는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제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가게가 넓은 공간에서 음악을 크게 틀면, 그냥 시끄러운 가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고객이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겠지만, 음악을 즐기러 오는 손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부탁입니다. 큰 대화소리는 어떤 가게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특히 음악을 즐기기 위한 가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가게에서든 점주는 룰북(rulebook)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초밥집에 강한 향수를 뿌린 여성을 데리고 오면 어떨까요? 점주가 주의를 주지 않고 다른 손님들이 주의를 하게 되면 불화가 생길 것입니다. 그것과 같습니다. 초밥집에게 있어서 향수는, 우리 가게에 있어서는 큰 소리일 뿐입니다. 또한, 저희는 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기 때문에 사진 촬영은 금지입니다. 카운터에 가방을 올리는 것도 금지입니다. 이는 예의 문제입니다. 바 카운터는 바의 상징이자 바텐더의 영혼과 같은 것입니다. 무심코 올려놓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Bar Martha의 엄격한 룰북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즐기는 손님들에게는 최적의 공간을 제공하는 첫번째 이유는 사운드시스템과 선곡에 있다. 후쿠야마는 "영국의 비오는 날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빈티지 품질을 위해 1960년대 TANNOY Autograph 스피커를 선택했다고 한다. 저녁 시간 동안 사운드트랙은 감미로운 음악에서 시끄러운 울림으로 바를 드나드는 고객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 음악은 결코 정적이지 않으며, 한 장르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 곡 선택에 대해서는 특정 곡을 재생하려고 할 때, 인상적인 곡들을 2~3곡 추가하여 재생해서 곡의 흐름을 항상 염두에 둔다. 음량은 BGM보다 크지만 폭음보다는 작게 설정한다고 한다. "대화가 멈췄을 때 귓가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볼륨"이라는 디테일한 조정인데, 그만큼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기에 최적의 시스템을 경험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비틀즈에 대해서는 모두 영국 오리지널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레코드 컬렉션을 중요시한다. 이곳에서는 신청곡을 받지 않으며, 음악을 단순히 BGM으로 취급하지 않고, 소중히 다루며, 음악에 대한 지식을 가진 바텐더들이 직접 음악을 선택하고 골라서 플레이하고 있다.
두번째로 플로어 디자인의 섬세함 때문이다. 일반적인 바에서는 홀의 좌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카운터 뒤에 공간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Martha에서는 오히려 내부의 스텝 스페이스를 넓게 만들어 레코드, 오디오, 술과 잔, 냉장고 등을 모두 배치하고 있다. 이는 음악 사운드 볼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바 카운터 안에 스피커가 있다면, 손님과 스피커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소리를 내면 소리가 너무 커서 바에서 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소리를 너무 줄이면 BGM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모든 음악 바에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래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위트 스폿을 바 카운터로 하여, 스피커와의 사이에 라이브감을 유지하기 위해 배치한 것이다. 술을 마시면서 앰프나 스피커를 바라보며, DJ가 레코드를 틀어주고 있는 것을 모두 보이게 해서 음악의 입구는 저기에 있고, 출구는 저기에 있다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레코드 재킷의 종이 냄새도, 영국판과 미국판은 미묘하게 다르고 질감도 다른데 그런 부분까지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이는 오감을 총동원하여 음악을 즐기길 바라는 점장의 의도인 것이다.
고객들의 평균 체류 시간은 약 2시간으로, 라이브 공연 시간과 유사하여 그동안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공간과 시간을 즐기길 원하지만 너무 편안한 분위기가 되면 졸릴 수 있으므로 등받이를 걸치지 않은 이유라고 한다. 음악 바니까 술을 대충 하진 않는다. 마티니도 어느 정도의 퀄리티로 제공하고 싶어 여성 바텐더를 스카우트할 정도로 전체 칵테일의 퀄리티도 높게 유지하고 있다. 대신 안주는 여러 종류의 스낵류 안주를 테이블 위에 비치해서 얼마든지 고객이 직접 덜어 먹게 하고 있다. 음식을 주문받고 쉐프가 요리하고 서빙하는 것을 과감히 없앴다. 음악을 서비스하는 데에 더 집중을 하고 음악이 가장 좋은 안주라는 점주의 철학인 듯하다. Bar Martha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규칙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도쿄 최고의 바가 될 수 있은 것은 분명하다.
가장 부러운 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주와 고객 모두, 적어도 음악에 대해서 만큼은 진심으로 깊이가 있으며 그 관계가 계속 이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쿠스노세 씨가 추천하는 도쿄 재즈킷사 스팟 _도쿄다반사
Dive Underground to Shinjuku Dug, a Charming Old Jazz Café
ジャズ喫茶&バー「DUG」Google Map: 3 Chome-15-12 Shinjuku, Shinjuku City, Tokyo
JAZZ BIGBOY Google Map: 1 Chome-11, Kanda Jinbocho, Chiyoda City, Tokyo
Bar Martha Google Map: 1 Chome-22-23 Ebisu, Shibuya City, Tokyo
福山渉の店作りの哲学。Bar MARTHAがBar MARTHAである理由 _BRUTUS
Bar Martha, Tokyo, where the customer isn’t always right _The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