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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Nov 28. 2024

FEZH, 건축가의 설계의도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 Affordance in SPACE 11

                                                                 

FEZH: 골목에서 시작되는 여정,
문화를 키우는 도시

한남동 골목의 잔잔한 흐름 속에 자리 잡은 FEZH는 도시와 사람, 자연이 교차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가장 작은 도시"이다. 이 공간은 단순히 건축물 이상의 존재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며 치유와 관계의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FEZH는 한남동 골목길 속에서 도시가 품어야 할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고,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자라나는 도시의 미래를 제안하고자 한다.  



도시의 중심에서 시작된 여정: 보이드 광장

FEZH의 설계는 도시와 자연,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물리적 공간에 구현하고자 한 시도에서 출발했다. 건축주는 첫 만남에서 “한남동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뢰를 건넸다. 이 터는 건축주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의 사옥으로 오랜 시간 사용되었기에 동네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태와 한남동 골목의 문화를 깊이 관찰해왔다. 한남동은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문화적 변화를 맞이했고, 오늘날 이곳은 젊은 세대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한남동의 맥락 속에서, FEZH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이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것이 중심부의 보이드(Voided Space) 광장이다. 지하 1개 층과 지상 1개 층을 잇는 이 비움의 공간은 단순한 건축적 장치가 아니라, 도시와 사람, 자연을 연결하며 열린 쉼터로 기능하는 공간이다.  


또한 이 보이드 광장은 자연광과 바람이 통과하며, 방문객들이 도시의 속도에서 벗어나 잠시 머물며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한 통로가 아닌, 사람들의 관계와 경험이 시작되는 "문화적 심장부"로 설계되었다. 마치 오래된 도시의 광장이 사람들을 모으고 소통을 이끌어내듯, FEZH의 보이드 광장은 다양한 활동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중심 공간이자, 도시의 유기적 성장의 시작점이다.  



재료의 선택: 골목의 기억과 감각을 담다

FEZH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는 한남동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친숙함과 편안함을 담아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건축 재료로 벽돌과 나무를 주 재료로 선택하였다.  벽돌은 시간이 만든 흔적을 상징하고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통해 FEZH를 더욱 차분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로 만들것이고 오래된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할것이다.


벽돌자체가 가진 흙의 질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국내의 벽돌 공장에서 몇번의 실험끝에 지금의 질감과 컬러감을 이끌어내었다. 또 다른 주 재료인 나무는 부드럽고 따뜻한 표면감과 자연스러운 질감을 더한다. 나무는 표면을 탄화시켜 나무자체의 깊이감을 줌과 동시에 나무자체의 색이 변하는 시간을 조금은 천천히 하고자한 의도이다. 이 조합은 방문객들에게 시각적, 촉각적 친근함을 제공하며, 도시와 자연, 과거와 현재를 매끄럽게 이어줄것이다.  

FEZH의 이러한 재료 선택은 단순히 미적 요소를 넘어, 공간이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감각을 전달하도록 의도되었다. 골목을 탐험하며 발견하는 재료의 다양성과 따뜻함은, FEZH가 한남동의 맥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돕는 요소가 될것이다.  



탐험과 발견의 여정

FEZH의 동선은 탐험과 발견의 기쁨을 건축적으로 구현하고자 설계되었다. 건물 내부의 수직적·수평적 동선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방문객은 각 접점마다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기능적 이동을 넘어, 마치 오래된 도시의 골목을 탐험하며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 보이드 광장에서 출발한 방문객은 지하로 내려가 커뮤니티 광장과 함께  MINA&PAUL이라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을 만난다. 이곳은 사람들과의 교류와 문화적 연결을 위한 시작점이 되는 공간이다.  

- 지상으로 올라오면 갤러리형 매장, 뮤직바 그리고 주말 시장등이 이어지며, 방문객들은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누릴 수 있을것이다.  

- 상층부로 이어지는 리트릿 공간 CASA DEL AGUA는 고요한 물소리와 자연광, 그리고 편백나무 향이 어우러져 사색과 치유를 위한 특별한 경험을 할수있는 곳이다.  

FEZH는 이렇게 탐험과 발견의 동선 속에서 사람들에게 공간적 여정을 제공한다. 각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은 FEZH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갈 것이다.  


도시를 키우는 유기체: 문화와 영감의 뿌리

FEZH는 도시를 단순히 기능적 구조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생명체로 바라본다. 도시라는 유기체는 사람이라는 세포가 모여 관계를 맺고,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으며 스스로를 확장해 나간다.  


FEZH는 이러한 유기적 과정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작은 실험 도시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의 경험과 문화를 나누며, 새로운 영감이 창조되는 장소가 되고자 한다. FEZH에서 생성된 문화와 영감은 마치 자양분처럼 한남동이라는 지역 전체에 퍼져, 동네의 정체성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것이라 기대한다.  


이 작은 도시는 단순히 방문객들을 수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이야기가 FEZH의 진정한 설계 요소이다. 이곳은 문화를 키우는 토양이자, 사람과 도시가 함께 성장해가는 플랫폼인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무엇인가?

FEZH는 골목길에서 시작된 여정을 통해 도시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무엇인가?”  


도시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자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함께 성장하는 생명체이다. FEZH는 이러한 도시의 본질을 탐구하며, 사람들에게 발견과 여정, 그리고 관계와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 작은 도시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도시가 품어야 할 가치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공간이다. 방문객들은 FEZH를 탐험하며 도시와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느끼게 될것이고, 그 자체로 도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작은 창이자, 도시의 성장 가능성을 제안하는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을 해나갈것이다.  

 

2024.11.25

유 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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