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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니 Jan 16. 2020

새해가 되면 꼭 하는 두 가지

작심과 포기



그런 일들이 꽤 많았다. 누군가의 근사해 보이는 삶이나 꿈을 조용히 퍼와 내 버킷리스트에 담아두는 일. 언젠가 서점에서 버킷리스트 모음집 같은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그걸 들춰보며 괜히 있어 보이는 리스트 몇 개를 눈여겨보고 내 꿈의 목록에 슬쩍 끼워넣기도 했었다. 꿈은 누가 보기에 그럴싸해야 하고 사라지면 큰일 나는 건 줄 알며 꽤 오랜 시간을 살았다. 누군가의 바람을 나의 바람으로 오해하고 착각하며 여러 날을 지냈다. 그리고 그 목록들은 평소엔 잊혔다가 연말이 되면 슬그머니 다시 꺼내어지곤 했다.

사실 신년 계획이 큰 의미 없다는 건 이미 깨달은 지 오래였다. 그래도 연말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의례적으로 새로운 다이어리를 골라 신년 계획을 적어 내려며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다. 새로운 계획 한 줄도 적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하면 뭔가 벌써 지는 기분이 들 것만 같아서였다. 지난 다이어리를 보면 몇 년째 신년 계획이 늘 비슷한데도 말이다. 이것이 내 계획인지 아무개의 계획인지도 딱히 구분가지 않는 그런 것들.  


올해는 신년 계획 한 줄은커녕 맘에 드는 다이어리도 하나 제대로 골라두지 못한 채 어쩌다 새해를 맞이했다. 생일이 연말인 덕분에 귀한 다이어리를 선물 받기는 했지만. 바쁜 탓도 있었지만​ 사실 거창한 계획 없이 살아도 인생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깨달음과 매년 같은 계획을 복붙 해야 한다는 지겨움, 플러스 귀찮음이 더해져서였다. 대개 그 계획 중 대부분은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큰일 날 것들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연말이 되면 계획을 못 지켰다는 사실에 자괴감만 들고 괴롭기 마련이었다.

새해 첫날이라 불리는 날도 사실은 어제의 내일일 뿐이다. 그냥 하루가 지난 것이라 생각하면 유난 떨지 않아도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령 새해가 되면 대개 운동이나 미루었던 공부를 새로이 시작하곤 하는데, 이왕 할 거라면 새해가 되었을 때 작심삼일 하지 않도록 미리 습관을 만들어두는 것도 괜찮다. 11월이나 12월쯤에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 어느 정도 습관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면 새해가 되어 작심삼일 할 일은 없는 거다. 부지런히 오늘을 살다 보면 또 어느새 한 해가 휘리릭 지나갈 것이고.


새해의 첫 달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 다행히 실패는 없었다. 작심한 일이 없어 포기할 일도 없었으니까. 다른 이의 그럴싸한 계획을 들으며 조바심 내거나 불안해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어차피 애초에 내가 원하지 않으면 좌절할 일도 없는데 부러 괴로움을 준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겨울왕국 속 안나의 노래처럼 바로 내 앞에 있는 옳은 일을 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듯 살면 훨씬 만족스러운 삶이 될지 모른다.

작심과 포기, 아직까지 둘 다 하지 못했다면 그냥 그대로 하루하루 쭉 잘 살면 된다. 그래도 아무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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