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분양자 분이 사주신 작은 낚싯대나 깃털만 흔들어도 붕붕 날아다니던 녀석이 점점 같은 장난감으로 몇 번만 놀면 금방 싫증을 내고 쳐다보지도 않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야 가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든 가지고 놀지 않든 그리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가을이 자체가 장난감이었고 녀석에게는 제 손이 곧 장난감이었기에 제 손만 들이밀면 언제 어디서든 개 껌 씹듯이 제 손을 씹어대곤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니 고양이 버릇이 나빠지고 공격적이 된다며 손을 가지고 놀아주면 안 된다고 마눌님께서 제게 정보를 주었지만 제 손은 가죽이 좀 두꺼운 편이라 가을이의 작은 이빨로는 그다지 상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조금씩 자라면서 녀석의 이빨은 점점 날카로워졌고 무는 힘도 점점 강해져서 가끔씩 제 손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개는 동굴 속에 들어가 있을 때 위에 뚫린 구멍에 손을 넣었다 뺐다 장난을 치면 가을이가 공격을 하는데 어느 순간 녀석은 제 손을 앞발로 붙잡고 야무지게 물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손에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피가 날 정도로 할퀴거나 물기도 했는데 저는 장난을 치느라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 때 다른 장난감들은 슬슬 싫증을 내던 터라 마침 보은이를 위해 샀던 흰색 토끼 인형을 낚싯줄과 대에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낚시 다닐 때 쓰는 초릿대에 낚싯줄을 매고 토끼 인형의 귀에 구멍을 뚫어 낚시 장난감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장난감은 꽤 오랫동안 좋아하고 즐기는 장난감이 되었는데 마침 녀석의 사냥 본능이 꿈틀대던 적절한 시기에 만든 탓인지 가을이는 이 토끼 인형 사냥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토끼 인형으로 놀아달라고 조르곤 했는데 이 토끼 인형 덕에 제 손의 상처는 줄어들고 녀석의 사냥 본능은 충족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녀석은 토끼 인형을 사냥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낚시대가 세워져 있는 제 책상 옆으로 와서는 야옹~야옹~ 하면서 낚싯대 한번 쳐다보고 제 얼굴 한번 쳐다보는 것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이쯤 되면 도저히 가을이랑 놀아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녀석의 눈빛은 정말 영화 슈렉에 나온 고양이처럼 사람의 동정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가을이가 처음 토끼 인형을 사냥할 때는 그저 달려와서 끌어안고 무는 것이 전부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녀석은 고급 스킬을 구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토끼 인형을 입에 물고 뒷다리로 토끼인형을 마구 차기도 하고, 토끼 인형을 물 때도 처음에는 아무데나 물어댔는데 나중에는 물어도 꼭 목만 무는 기술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녀석의 스킬이 점점 발전해가던 어느 날 가을이가 사냥한 토끼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순간 우리는 어리둥절하여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가을이의 사냥 스킬이 발전하여 드디어 토끼 인형이 피까지 흘리게 만드는 경지에 도달한 것인지 아니면 토끼를 사냥하겠다고 깝죽대다 어디에 부딪혀 피를 흘린 건 아닌지 걱정되어 가을이를 살펴보았지만 가을이의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자세히 살펴보니 녀석의 이빨이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토끼 인형에게 원 펀치 쓰리 강냉이를 털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는지라 우리는 그것이 고양이가 이갈이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그렇게 토끼 몸의 흔적을 보고 나서야 가을이의 이빨이 빠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녀석의 이빨이 어디로 빠져버린 것인지 찾을 수가 없었고 다른 쪽 이빨이 빠지고 나서야 녀석의 이빨을 침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빠져버린 이빨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토끼 인형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 냥이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