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정한 Feb 08. 2021

7살 딸아이를 통해 바라본 나

[Reflections]

Reflecting myself thru 7yr old daughter.


최근 들어 자기 전 30분 정도의 시간을 내어 세 가족이 나눔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짧게라도 시간을 함께하니 자연스럽게 일상 이야기가 나오게 돼서 참 좋더군요. 며칠 전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제 자신을 바라보게 된 에피소드가 있어 간단히 나눠보고자 합니다.


이제 막 7살이 된 딸아이는 유독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노트북을 열면 옆에 와서 도와줄 것 없는지 묻고 제 무릎에 올라와 앉아 이것저것 지시(?)하곤 하죠. 자기도 자신만의 컴퓨터가 있어야겠다면서 결국 할아버지에게 '시**주* 노트북'을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습니다. 신이 나서 이메일도 보내고, 사진도 찍으면서 오랫동안 잘 가지고 노는 것 같았어요.


사건의 발단은 딸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가 다른 회사의 노트북을 구매하면서 일어났습니다.


"나는 미*랑 영상통화도 해"


이 한마디에 딸아이의 마음이 조급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 노트북에는 영상통화 기능이 있었던 것이죠. 그날 이후, 딸아이는 계속해서 한 번만 해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표현을 했어요.


저는 그날, 지금 네가 갖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고, 내 것을 보잘것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거짓말처럼 내 것이 정말 매력이 없어지고 그 누구도 너 것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거라는 말을, 다소 힘을 주어 다그치듯이, 해줬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마음 한켠이 아려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뒤척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어요. 내가 왜 도대체 화내듯이 아이에게 이야기했을까.

그리고는 곧 페이스*에 3년이 넘도록 접속하지 않는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2015년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은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던 곳. 그렇게 나와 비슷한 시기에, 또는 나보다 늦게 시작한 다른 이들의 이름이 여전히 불리는 SNS를 쳐다보고 있으면 조급해지는 제 마음이 싫어 시선을 그냥 닫아버린 것이죠. 나에게만 집중한다고 허울 좋게 말은 했으나, 실은 나 자신이 보잘것없이 보여 도망친 것이나 다름없던 그곳.


그렇게 화가 섞인 말투로 딸아이에게 이야기했던 것은 비겁한 저한테 한 것이었어요. 네가 가진 것이 가장 소중하니, 비교하지 말고 그것이 무엇이던 아끼고 사랑해줘라. 그렇게 하면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참 못난 아빠다.


오늘 집에 들어가면 아이에게 사과하고, 아이가 받아들이기 그런 어려운 말보다 자기 것도 좋구나라고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함께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잘 살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