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퍼주고 난 텅 빈 들녘
햇살도 적적한지 내려앉는다
새 생명 잉태할 봄을 위해
차가운 겨울 끌어 안은 벌거벗은 들판
햇살 한 귀퉁이에 기대 누우니 스르르 감기는 두 눈
작은 미물의 소리마저 숨을 거둔 고요
죽은 듯 잠든 듯 휘감아오는 적막
휑한 대지에 홀로 선 허수아비
해진 소매 끝 울음만이 바람에 너풀거린다
살아있는 건
떨어진 낟알에 배 채우는
철새 떼들의 날갯짓 뿐
가을이 끝에 서면
알수없는 그리움 하나
내마음 끌어 당긴다
By 한 인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