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올 가을은 유난히 아펐다
너로 인해 가슴이 붉게 타오르기도
너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싶었다
꺼져가는 마지막 불꽃 불사르는 촛불처럼
사라져 갈 십일월의 찬란한 단풍은 내겐 슬픔이었다
숱하게 많은 날들에 하얀 불면의 밤을 안기던 너
애틋함 가득 남기고 이제 떠나려 한다
가을
가는 너의 뒷 모습 간직하려 찾은 창경궁
이제 너를 보내야 함을 알기에 잡은 손 더 꼭 쥐어본다
가을
너를 사랑이라 부르고 가슴에 새긴다
또 다시 온다는 약속에 미련 따윈 두지 않는다
지금 함께할 수 없는 희망은 아무 의미가 없기에
잘가라 가을
씩씩하게 목청높여 보내줄테니
장소협찬ㆍ창경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