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축을 말하다 vol.1
정보의 불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오늘날.
건축사무소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는 것은 건축계가 직면한 문제와 그 변화의 방향을 인지함에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 변해가는 시대에 건축사무소의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대한민국에 보다 나은 건축문화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에이플래폼은 지난 2년 전국의 300여 건축사무소를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건축가와 건축학도(젊은 건축인), 그리고 건축가와 건축가 사이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상호오해가 쌓여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건축주를 만나 첫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이전에 다른 건축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고 싶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 특히 학연이나 지연 혹은 근무했던 회사 등을 통해서도 충분한 인연을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축가분들은 사무소 설립과 경영에 필요한 조언과 네트워킹, 고민상담과 정보교류 등에 있어서 많은 부분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건축가 네트워크에서도 수십 개의 개별 건축가 모임이 존재하며, 각 모임에서 나누는 고민의 주제와 참여대상 또한 상이합니다. 문화를 고민하는 건축가가 있는 반면에 당장 내일을 고민하는 건축가도 있으며, 이미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건축가가 있는 반면에 외로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건축가도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에이플래폼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안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정보를 나누며, 문제해결을 위해 나섰던 경험들을 되짚어 보았을 때,
대부분의 문제는 건축가들 사이 네트워킹을 통해 해결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에 묶여 있던 건축네트워크를 세상 밖으로 꺼내어 사람들과 나누고, 보다 나은 건축생태계를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시도로서 지난 3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국내 최초로 '건축네트워킹센터'이자 '건축코워킹센터'인 <에이라운지> 를 오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이플래폼에는 '건축가의 평균'을 물어보는 많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무소를 통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혹은 설계수가와 수주전략, 브랜딩과 직원채용 혹은 경영 등 여러 사항들에 대한 문의가 있지만 대다수의 질문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우리는 그동안 서로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정보들. 그래서 오로지 경험으로 판단해왔던 이 모든 것들을 정리하여
대한민국 건축계가 직면한 문제와 그 변화의 방향을 인지하고, 오늘날 건축가 사이 상호이해와 공감의 시간을 마련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2018년.
대한민국에 보다 나은 건축문화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설문참여 건축가: 126명 (중복제외)
· 설문날짜: 16년12월, 17년 8월 (2회 실시)
건축학도들로부터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대형 = 고임금 but 독립X ?
아뜰리에 = 저임금 but 독립?
많은 학생들이 대형설계사무소에 취업을 하면 상대적으로 고임금과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향후 독립하여 내 사무소를 차리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아뜰리에는 잦은 야근과 박봉이 단점이지만 A부터 Z까지 풍부한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훗날 독립을 하는 데 많은 이점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본 지표의 가장 첫 순서로 현재 건축회사를 꾸리고 있는 대표 건축가들이 어디에서 근무하였는지 조사를 하였습니다. 물론 126명이라는 숫자가 충분하지 않고, 여러 회사를 거치며 데이터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작은 지표가 현재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더불어 주기적인 데이터 축적을 통해 향후 10년 안에 대한민국 건축계를 대표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대형 ≠ 독립'의 구조가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에이플래폼이 만났던 360여 건축가들 중 상당수는 대형설계사무소를 거쳐간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설계사무소 중에도 먼저 독립한 선배가 후배 건축가를 이끌어주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으며, 아뜰리에라고 해서 반드시 박봉에 잦은 야근이 있는 것 또한 아닙니다. (건축가편 4에서 공개)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 건축가들은 인력난으로 인해 사무소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독립을 하다보니 3~5년차가 가장 귀하다고들 합니다. 정말일까? 이런 궁금증으로 본 설문을 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최근의 트렌드'가 데이터로 잡히기 위해서는 향후 몇 년간 지속적인 기록이 필요하며, 설문에 참여한 건축가 집단의 연령 또한 중요하므로 본 자료는 현재로서는 단순 참고자료로만 봐주시면 됩니다^^
어쩌면 너무 뻔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왜? 무엇이 건축가들을 안정적인 보금자리에서 뛰쳐나와 광야의 길로 이끌었는지.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이 가장 많은 답변은 '내 이름으로 나의 작업을 하기 위해'였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답변은 두 번째로 많은 '다니던 회사의 어려움으로 반강제적 오픈'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위에서 말한 '안정적인 보금자리' 와 같은 건축회사가 국내에 얼마나 될까요? 대형설계사무소를 제외하고, 아니 대형설계사무소도 경영상황이 어렵다고 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노후까지 보장된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나이가 들면 아예 독립을 못할까봐"
"미래에 대한 불안감"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월급이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겹다"
등의 답변들이 이를 대변합니다.
그리고 이런 답변은 위의 1번 질문인 '독립 전 어느 회사에서 근무하셨나요?'와 연결됩니다. 바로 '회사의 어려움으로 반강제적으로 오픈'을 답한 11명 (10.3%)의 건축가 중 8명이 중견회사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1명: 아뜰리에 / 2명: 대형)
여기부터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경영에 관한 글을 살펴보다 보면 회사가 성장하거나 중간급 규모에 도달한 회사가 가장 위험한 단계라고 합니다. 소규모 회사의 경우 매출이 적더라도 인건비가 적으니 오랫동안 버틸 수 있고, 대형회사의 경우 프로젝트 규모가 커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견회사는 사업구조상 인건비 비중이 커 꾸준한 업무수주가 중요하기에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에 많이 좌지우지됩니다. 또한 반강제적으로 오픈했다고 답한 아뜰리에 출신이 단 1명 뿐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아뜰리에의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으며, 경험을 쌓아 언젠가는 독립을 하겠다는 근무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노후까지 생각하는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는 어쩌면 후순위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래는 독립을 결심한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을 선별한 것입니다.
이 외에도
+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
+ 건축주와의 스킨십
+ 건강상 무리한 업무를 할 수 없어서
+ 내 건축을 하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 건축적 방향성 설정
+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좀 더 재밌고 감동적인 건축을 하기 위해~
+ 장기투자
+ 혼자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 할 게 없어서
등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78.2%의 건축가가 1년 이내로 사업자등록을 완료했다고 답했습니다.
답변 중에는 "무작정 바로 우연히" / "프리랜서 활동기간 약 2년" / "대책 없이 오픈" / "독립 이전에 공동대표 형식으로 근무했기에 별도의 준비기간 없이 즉시 설립" 등이 눈에 띕니다.
사실 주변에서 "내가 돈만 있으면 당장 독립한다" 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건축가들은 사무소를 차리는 데 얼마가 들었을까요?
확인 결과 2,500만원 미만의 자금으로 독립을 했다는 건축가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처럼 많지 않은 금액으로 독립을 하기에 에이플래폼에서 건축가분들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강남 가로수길에 건축코워킹센터인 <에이라운지>를 오픈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1인당 20만원 / https://www.a-lounge.co.kr) 또한 사업자등록 1년 미만의 사무소는 직원 수 70명 규모의 회계법인에서 건축 전담 회계사가 제공하는 세무기장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니 많은 관심과 홍보 부탁드려요~
73%가 넘는 건축가가 6개월 이내에 첫 의뢰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사무소 설립 전에 이미 소개를 받거나 의뢰를 받아 이를 계기로 독립한 경우도 18.9%가 됩니다. 다만 첫 작품이 본인이나 가족의 집인 경우가 있지만 에이플래폼 파트너 건축가가 아닌 경우 이를 파악할 수가 없어 6개월 이하의 수치 (73%)를 보는 편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합니다.
확인 결과 지인 혹은 지인소개가 90%를 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는 가족, 친인척, 친구 또는 현장에서 알게 된 시공사 대표의 소개 등이 있습니다. 그 다음이 사무소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한 첫 업무수주인데, 독립 후 포트폴리오가 거의 전무한 신생 사무소 입장에서 본 수치는 꽤나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그렇다면 이렇게 계약한 첫 작품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상하듯이 단독주택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근린생활시설과 다가구주택, 인테리어가 그 다음을 차지합니다. 그 외에 천주교 성당 / 작은교회 / 도로공사 영업소 / 지역아동센터 / 주민센터 / 팬션 / 리조트형 호텔 / 관공서 / 체인점 설계등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2편에서 계속_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축가분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건강한 건축문화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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