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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플래폼 May 11. 2019

도시에 대한 권리

건축이야기

사람들은 왜 도시로 모여드는 것일까.. 

아마도 사람들은 원래 사회적 동물이고, 여러 관계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물자와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다. 동시에 도시는 경제, 교육, 문화, 정치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일어나는 곳으로서 매력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개개인의 욕구에 따라 매력 있는 도시 공간으로 모이게 되고 그곳에서 오랜 시간 삶을 영위하다 보니, 도시 공간은 구성원들의 총체적 삶의 터전이 되고 더 나아가 그들의 가치관과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이 되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삶의 바탕이 되는 도시(마을)는 개인의 정서와 소속감에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정보 통신의 발달로 '거리'의 개념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개인의 사회관계나 일상생활은 타인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일정 범위의 특정 장소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의 도시는 공간 자체를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윤 확보를 최대로 하려는 욕구는 도시 공간을 사유화하였고, 필요에 의해 공간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갈등을 발생시켰다. 


2009년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들이 참사가 일어났던 용산참사의 경우나, 지난해 종로구 서촌 상가의 월 임대료를 건물주가 갑자기 400%(3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를 인상해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두른 궁중족발 사건 등이 이러한 갈등을 보여준다.




우리는 소유하고 있지 않은 물리적 공간에 대해 권리를 얘기할 수 있는가?

도시공간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인가?

도시공간의 소유자와 이용자의 욕구와 갈등이 부딪혔을 때 누구에게 권리가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정답을 찾거나, 서로 간 갈등에 대해 판단하고 대안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보편화되고 도시정책의 핵심이 되는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개념이 있다. 

공유지의 경우 일반 시민 누구에게나 개발될 수 있고, 사유지의 경우라도 지금까지 오랜 시간 이용했던 사람들에게 이용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도시에 대한 권리를 처음 주장한 것은 1968년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68운동 때 프랑스의 진보적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였다. 그에 의하면 도시는 그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집합적 공간이자 하나의 공공재로서 모두 함께 사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성, 이질성, 만남과 교환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이처럼 다양한 거주자들이 만들어가는 일종의 '집합적 작품(Oeuvre)'으로 여긴다. 여기서 그가 얘기하는 작품은 상품과 대조되는 단어이다.





'상품'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교환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라면, 공동의 '작품'은 자본주의 체제나 산업화 이전부터 시민의 일상생활에 내재되어 있는 '사용 가치'를 가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는 도시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두 권리를 주장하는데, 도시 공간에 대한 '전유(appropriation)의 권리'와 도시행정에 대한 '참여의 권리'가 그것이다.


'전유(appropriation)의 권리'는 도시공간 이용자들이 공간에 접근하고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사람들의 필요에 부합하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권리를 말한다. '전유'는 일반적인 사물의 '소유'와 구별하기 위해 선택된 단어이다. 한 개인이 시장에서 상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권리가 '소유권'이라면, '전유권'은 다수의 도시 거주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필요와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도시공간을 사용하고 변형시킬 수 있는 권리이다.


'참여의 권리'는 도시 거주자들이 도시공간의 생산을 둘러싼 의사결정에서 의견을 내고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도시의 다양한 문제(주택, 교통, 환경, 여가 등)를 개인적 사안이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집단적 사안으로 간주해야 한다. 참여를 통한 정치공동체의 소속감이 일정 공간 단위의  정치적 일체감, 도시의 소속감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삶터 내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는 없지만, 공통된 요구 사항들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해결점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함께 사용하고, 참여하는 마을에서는 좋은 도시공간과 좋은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글. 김현숙 소장 (이엔건축사사무소)

연락처. 02-703-1838

홈페이지. http://www.en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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