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스두어 Sep 05. 2017

재즈, 락, 사교댄스까지 음악에 취하는 엘바섬의 여름밤

바캉스 시즌 엘바섬의 두 얼굴: 낮에는 수영, 밤에는 축제를 즐기다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다에서 선탠을 즐기던 사람들은 해가 지면 구시가지 포르토 메디쎄오(Porto Mediceo) 요트 선착장으로 모인다.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럭셔리 요트는 ‘일반인 출입금지’ 푯말을 걸고,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이 물청소에 열심이다. 개인 요트에선 수영복을 내걸고 선미 테이블에 대여섯 명이 앉아 달빛 아래 맥주를 한잔씩 걸친다. 사람들 시선이 부담스러운 노부부는 가림막을 설치하고 작은 TV로 뉴스를 시청하며 배 위에서 와인과 간단한 식사를 한다. 맞은편에는 바캉스 패션을 입으라고 유혹하는 작은 상점들이 저녁 산책길에 나선 사람들을 유혹한다.


 7-8월 바캉스 시즌. 엘바섬은 매일 밤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로 휴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요트 선착장에는 오늘 밤도 길거리 퍼포먼스가 열린다. 거리 예술가들이 펼치는 묘기에 반원을 두르고 바닥에 털썩 앉아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바라보는 꼬마들이 마냥 귀엽다.



 구시가지 중심 카보 광장(Piazza Cavour)은 해산물 요리와 피자를 즐기는 사람들이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하다. 광장 돌계단을 걸어 언덕에서 오르니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이 멋지다. 언덕 위 리도 Lido 레스토랑 앞 [Jazz Night] 포스터를 보고 다음날 저녁을 예약한다. 다시 찾은 레스토랑. 웨이터가 내 이름이 프린팅 되어 있는 예약석으로 안내한다. XJazzTrio 공연을 정면에서 보며 식사하는 명당이다. 촛불 아래 우아하게 자리 잡고 코스 요리를 주문한다. 엘바섬은 원산지증명지역(D.O.C)일 정도로 와인 재배지로도 유명하다. 차가운 로제 와인 ‘비노로쏘’가 드라이하면서도 풍미가 뛰어나 토스카나 정찬 코스의 채소 요리(Le Verdure)와 어울린다. 섬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요리에 채소를 더해 비노로쏘를 하면서 저녁을 했다. 그런데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웨이트리스가 실수로 물병을 깨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색소폰 연주자는 출입구에 너무 바짝 자리 잡은 터에 열정적으로 연주하다가 보면 악기가 계속 문에 부딪히고, 보컬은 안타깝게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블랙코미디 같은 상황에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실소를 터트리며 결국 음악보다는 맛있는 음식에 더 집중한다. ‘살짝 아쉽지만 그래도 여행지니까’하고 넘어간다.


Buddy you're a boy make a big noise

Playin' in the street gonna be a big man some day

You got mud on yo' face

You big disgrace

Kickin' your can all over the place

Singin'


We will we will rock you

We will we will rock you


Buddy you're a young man hard man

Shouting in the street gonna take on the world some day

You got blood on yo' face

You big disgrace

Wavin' your banner all over the place


We will we will rock you

Sing it

We will we will rock you


Buddy you're an old man poor man

Pleadin' with your eyes gonna make

You some peace some day

You got mud on your face

Big disgrace

Somebody betta put you back into your place


We will we will rock you

Sing it

We will we will rock you


Everybody

We will we will rock you

We will we will rock you


Alright


 마지막 날 밤, 엘바섬 나이트 라이프의 하이라이트. 영국 전설의 락밴드 퀸의 트리뷰트 밴드 Great Queen Rats의 공연이 구시가지에서 열렸다. 밤늦은 시간까지 프레리 머큐리로 분한 리드보컬의 열정에 흽쓸려서 남녀노소 모두 흘러간 퀸의 노래를 떼창을 하느라 카보 광장이 터질 것 같다. ‘We are the Champion’,’I was born to love you', ‘Don't stop me now’, ‘We will rock you’, ‘Somebody to love’... 2시간 남짓한 공연시간 내내 광장을 둘러싼 건물의 베란다에 서서, 레스토랑의 야외 자리에 앉아, 무대 앞에서 맨 뒤까지 서서 이탈리아 섬 한편에서 우리 모두 퀸의 세상으로 잠시 여행을 떠났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서로 언어는 다르지만,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떼창을 하며 노래가 전달하는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다. 여행 중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렇게 공연에 연주자와 관객이 모두 몰입해서 놀라운 경험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아닐까.


 심장박동을 빠르게 했던 떼창을 끝으로 카보광장에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쉬운 마음에 숙소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시가지를 느리게 걷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음악소리에 발길 가는 대로 걸어가 본다. 이런, 절벽 아래 툭 튀어나온 곳에 숨겨진 야외 클럽 ‘Bagni Napoleone 1900’이 있다. 밤바다의 미풍이 기분 좋게 피부를 스치고, 조명으로 색이 계속 변하는 절벽을 무대로 우아한 움직임을 보이는 진정한 어른들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음악과 파도소리 외에는 춤을 추는 여성들의 하이힐이 바닥을 치고 턴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파트너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허리에 손을 대고, 미끄러지듯 음악에 맞춰서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댄스 플로어를 누비는 연세 지긋한 커플들. 비치의자에 앉아 와인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조용하고 우아하게 움직인다. 젊음이 넘실거렸던 카보광장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두근두근 뛰었던 심장의 박동 소리가 느린 음악에 맞춰서 차분하게 제자리를 찾는다.


 그렇게 피렌체 호스트의 추천으로 갑자기 떠난 이탈리아 섬 여행을 마무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폴레옹의 유배지 엘바섬에서 매일 비치 호핑을 떠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