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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변 Jul 04. 2016

박철 시인 시집 '작은 산'

주변으로 향하는 담담한 시선

혼자 살기에도 좁은 2인 1실 기숙사는 책을 꽂아 두기에도 책장이 작고 옷을 걸어 두기에도 옷장이 작고 신발을 넣어 두기에도 신발장이 작고 입 다실 거리를 넣어 두기에도 냉장고가 작다.

그런 까닭에 많은 책과 옷과 신발이 본가를 오락가락하는데(입 다실 거리야 금세 비워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을 꽤 오래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 박철 시인의 '작은 산'이라는 시집이다.

류시화 시인처럼 가슴을 땅 하고 때리는 감정적 한 방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김정환 시인처럼 격정이 번뜩이는 시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시집의 제목인 '작은 산'이 참 좋은 제목이다 싶은 게 '산'하면 분명 크고 장엄한 것인데 앞에 '작은'이 붙어 버려서 나오는 묘하게 안쓰럽고 안타까운 간질간질한 느낌이 있다. 박철 시인의 시도 꼭 그렇다.

특히 주변부로 향하는 담담하면서도 뭔가 하나가 꼭 처연한 시선이 있다. 이를테면 내가 가장 즐겨 읽는 시인 '정말'에서는 미래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 중에서도 그립고 마음이 아픈 '노숙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천 년 후 열어 볼 타임캡슐을 제작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미래를 향해 던져졌다
그중에서도 노숙자 맥 그레인이 던진 한마디는 이거였다
 
얘들아, 너희도 사랑을 하니
너희도 누군가가 그립고 마음이 아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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