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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변 Jul 14. 2016

판매용 병아리

교대역에서

교대역 2호선 강남 방향 환승 구간에 웬 아주머니가 병아리를 팔고 계셨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종이 박스에 병아리가 복닥복닥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한번 씩은 끌게 되는 병아리들을 팔면서 아주머니의 시선은 병아리 대신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멍하니 향하고 있었다.

아무도 사지 않는 저 병아리들은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자 견디기 힘든 동정심 비슷한 것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고 내가 어떤 돈을 내고 병아리를 대신 맡는다고 해서 상황이 조금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누군가는 이 측은지심을 견디지 못하고 병아리를 사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 원초적인 측은지심에 의지하여 병아리를 팔고 돈을 받고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에 몸을 조금 떨었다. 그러나 허공에 시선을 박고 애처로운 병아리를 팔러 나온 아주머니를 보면서는 먹고 산다는 것, 너는 나를 언제까지 쫓아오느냐고 물었던 김광균 시인의 노신을 떠올리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학교 앞에서 병아리나 메추리를 샀던 기억이 왕왕들 있을 것이다. 최초로 내가 책임을 느낀 생명이 아니었을까. 무엇 하나 책임 지기가 어려움을 알고 난 후에 만난 병아리는 뜻밖에 내가 키울거라고 치기 어린 동정심을 내세울 수도 없을 만큼 나를 불편하고 마음 아프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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