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설익은 어른의 찌질한 속마음
볼 수록 참 재주가 많은 것 같아요, 에이 워낙 다재다능 하니까
분명 나를 칭찬하기 위해 던진 말들이 가끔 찌질한 내 마음에 와닿아 내 멘탈을 뒤흔들 때가 있는데 최근이 그랬다. '재능이 많은 것 같아요', '워낙 다양한 분야를 잘하시다 보니' 이 문장들이 찌질한 내 번역기를 거쳐 나에게 이렇게 들리기 시작했다. '뚜렷한 게 없네요', '특징이 없네요', '열심히 하네요, 수고했네요'
칭찬이 자책으로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뭐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만) 하려 했던 내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 '이 업무가 나에게 온 이상 최선을 다해 마무리한다.' 최선과 열심의 시간 속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단순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기 위한 욕심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그 차이가 나에 대한 '확신 & 자존감'이라는 것이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보다 100배 좋은 습관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열심히 하지 않으면 잘하는 법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대한 '확신과 자존감' 이 부족한 열심은 '더욱 잘하기 위한 욕심'과는 달리 자괴감이라는 찌질한 괴물도 함께 동반하게 된다.
2018년을 회고하고, 자괴감이라는 찌질한 괴물이 나를 '톡'하고 건드렸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니... 작년에 내가 누구보다 많은 직책을 수행했고, 어!! 내가 세워두었던 KPI도 150% 초과 달성했는데 아니 내 찌질함은 왜 나를 건드리는 것이야!"
예상치 못한 찌질함의 등장이었다. 작년의 나는 회사에서 굉장히 많은 직책을 수행하며, 심지어 세워두었던 목표까지 초과 달성하며 열심히..... 아..... 열심히......
작년의 나를 냉철히 진단해보니 "나에 대한 확신과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열심히 일했다"고 진단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성취"라는 엄청난 행복을 확신과 자존감이 가득찬 상태로 잘했다며 즐기지 못했고, "에이.. 다들 열심히 하는데.. 저도 그냥 열심히 한 거에요.." 라고 평가 절하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찌질이...) 아 물론 회사가 성장한 것은 굉장히 기쁘다. 다만 내 개인에 대한 기쁨이 부족했다는 말일뿐..
진단을 하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몇 일전 회사 대표와의 대화가 문득 떠오른다.
찌질이 왈: 제 단점 3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이런 기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대표 왈: 음..... 용기?
아마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옆에서 지켜본 대표는 나보다 먼저 이 문제를 알아차렸는지도 모르겠다. (난 표정에서 티가 다 나니까..) 아님 말고..
스물아홉 어른의 목표가 자존감 높은 찌질이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 라는 문장처럼 나의 개인적인 찌질함은 보편적인 찌질함이 될 수 있다고 확신과 자존감을 가져본다.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공감'이니까 나는 누구보다 찌질한 감정을 공감할 수 있을것이다. (응 내 생각) 감히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치열하고 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들이 더욱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자존감이 높고
부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넘쳐나고
부디 아홉 수의 고비를 잘 견녀낼 수 있는 찌질이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