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가로서 자의식을 가지세요. 나는 왜 무엇을 쓰고 싶은가,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사람들과 무엇을 나누고 싶은가,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 물음을 어루만지는 동안 아마 계속 쓰게 될 거예요." <쓰기의 말들> 은유
광고 카피라이터를 꿈꾸었던 시절, 입사를 희망했던 종합 광고대행사가 있었다. 대학생 인턴을 뽑는 과정이 꽤 유명했다. 광고대행사의 인턴과정은 면접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독특한 시험 문제로 예상문제가 블로그에 돌아다니기도 했다. 특히 카피라이터 대상으로 한 문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들로, 가끔 꺼내보곤 했다.
"글로 그림을 그려보아라."
정해진 답은 없었다. 글로 형상을 묘사해라는 것인지, 글로 그림같은 형상을 적어보라는 것인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하는 문제였다. 한동안 질문을 안고 다녔다. 나라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실제로 이것저것 그려보기도 했다. 처음부터 정해진 답이있는 질문이 아니어서 누구의 피드백도 들을 수 없었다. 왜 이 질문은 나를 따라다닐까. 질문은 질문을 만들었고, 이 물음은 내 글쓰기의 토대가 되었다.
혼자 만족하고 끝나는 일기에서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림같은 글을 쓰는 일. 당장은 어렵더라도 잊지않고 이어간다면 언젠가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가 닿지않을까? 가벼이 넘기고 지나갔던 일상 속 질문을 잠시나마 붙들어두는 일.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살고 싶은지 계속해서 반문하는 것. 시시각각 변하고 흩어지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주워담아 지금의 나를 보관하는 일. 세상으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지친 사람들에게 나의 질문과 그 답변이 조용한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