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문장집 <쓰기의 말들> 속 문장들
틈만 나면 자주 꺼내 읽는 책이 있다. 글 쓰는 마음을 다독이고 싶을 때마다 펼치는 책. 그 책은 일찍이 문장을 수집해 온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다. '안 쓰는 사람이 쓰게 되는 기적'을 꿈꾸며 '글쓰기 독학자'의 탄생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책. 꺼내 읽을 때마다 다가오는 문장이 조금씩 다르다. 한 뼘씩 성장한 자신이 느껴지기도, 반복되는 감정의 기복을 몸소 느끼기도 한다. 오늘 다시 펼쳐든 <쓰기의 말들> 속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소개해 보겠다.
글쓰기는 나만의 속도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안전한 수단이고, 욕하거나 탓하지 않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괜찮은 방법이었다.
요즘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의문은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는가'이다. 직장에서,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나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점점 잦아지는 기분이 들며,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눌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이 생각이 같을 수 없다는 명제를 되새기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억누르다 되려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들 땐, 일단 쓴다. 발송할 사람을 정해두고 편지라고 상상하며 쓴다. 편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기는 순간이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기장에 머문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는데, 되려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된다. 의문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지만, 이겨내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내 식대로 수영을 글쓰기로 번역해 본다. 수영장 가기(책상에 앉기)가 우선이다. 그다음엔 입수하기(첫 문장 쓰기). 락스 섞인 물을 1.5리터쯤 먹을 각오하기(엉망인 글 토해내기). 물에 빠졌을 때 구해줄 수영하는 친구 옆에 두기(글같이 읽고 다듬기). 다음 날에도 반복하기.
글 쓰는 일을 하는 친구는 스스로를 위한 글을 쓰고 있지 못한다고 했다. 나 역시 일기만 써왔지 발행하는 글을 쓰지 못해 글쓰기가 점점 퇴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 매주 목요일 저녁에 만나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일단 앉으니 글을 쓰게 된다. 블로그를 열게 되고, 예전에 읽던 책이라도 뒤적이게 된다. 어떻게든 '시작'만 하면 '반'은 완성된다. 글을 다 쓰고 공유하면 짧은 소감까지 받을 수 있으니, 엉망인 글을 읽어주는 소중한 독자까지 생긴 셈이다.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어떤 이들은 평생 배우고 쓴다지만 특정한 서사를 주어진 틀 안에서 되풀이하고, 어떤 이들은 뒤늦게 배우고 쓰면서 자기 인생의 저자가 된다.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얻고 싶었던 것은 '용기'이다. 쓰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나를 향한 일기에 그치지 않고, 모두를 향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쓰다 보면 매번 흔들리는 삶이어도 어떤 궤적 하나는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쓰는 것이다.
자동 진술 같은 능숙함보다 자기 진술에 다가가는 시도에 따르는 어색함을 사랑해야지.
이 문장은 작가의 '문체'에 대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문장에서 비롯된 은유 작가의 다짐이다. 헤밍웨이는 '문체란, 작가가 어떤 사실을 진술할 때 드러나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어색함이다.'라고 했다. 제안서를 작성하거나 메신저를 통해 내 생각을 피력해야 할 때, 문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의도를 충분히 담아낸 문장인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단어는 없는가 등등. 업무가 아닌 나를 표현할 때의 문체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쓰다 보면 만들어지게 될까?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연습해 봐야겠다.
신기한 것들에 한눈팔지 말고,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세요.
연이어 터지는 유명인들의 열애설 기사에는 흔히 이런 댓글이 달린다. "선거철 다가오니 많이도 나오는구나." 우리는 쉽게 현혹당하고, 이끌리며, 종종 중요한 것을 잊게 된다. 점점 당연한 것들이 굳어져 신념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두렵다. 그렇기에 정보 하나를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올바른 지식인지, 제대로 된 습득인지 탐구하려고 한다.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나서도 언제나 마음은 열어둔다.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