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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또 Sep 14. 2020

다이어트인지 모르겠는 다이어트 중입니다

다이어트하려고 한 건 아닌데 살이 빠지고 있어요..

몇 주 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다니던 헬스장과 요가센터가 모두 휴관을 해버렸었다. 일단 나의 경우,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운동을 다닌 것은 아니었다. 결혼 준비하면서 2년 전에 헬스를 꽤나 열심히 다녔었는데, 그 습관이 얇고 질기게 남아 ‘운동’이라고 불릴 수 있는 활동을 일주일에 몇 번씩은 해줘야만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물론 이런 계기로 다니는 운동이 내 체중까지 홀가분하게 해 줄 리는 만무했다. 2년 전에 경험한 바로는, 식단 관리 없는 운동은 체성분 개선에 정말 눈곱만큼만 도움이 된다. 체질 상 근성장이 빠르고 기초대사량이 원래 높으신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겠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 혼자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를 ‘적당히만’ 하는 29세의 평범한 여자 직장인으로서, 식단 없는 적당한 운동만으로는 눈바디든 인바디든 몸 상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었다.


돌고 돌아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오히려 헬스장과 요가를 못 가게 됐던 지난 몇 주가 오히려 나에게 다이어트 욕구를 불어넣어줬다. 운동은 해야 되는데 예전처럼 헬스장이나 요가센터에 ‘가는 행위 운동한  치는 수법이 불가했다. 또한 음식점에 가지 않고 요리를 할 기회(혹은 의무)가 무궁무진해졌다. 다시 말해, 무슨 운동을 해볼지, 무슨 음식을 먹을지를 온전히 내가 계획하고 계획한 대로 실천할 수 있는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결국, 다이어트를 하려던  아니었는데, 운동을 전보다 열심히 하다 보니 식단에 점차 관심이 가고, 건강하지만 맛있게 먹으며 운동하다 보니 살이 조금씩 빠져가고 있다. 그 기록을 남겨본다!



1. 운동


일단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는 당연히 홈트뿐이었다. 홈트도 종류가 한두 개가 아닌지라, 무슨 홈트를 할까 검색해보니 요즘 유튜브에서 ‘Chloe Ting Challenge’라는 게 그렇게 유명하고 효과가 좋다더라. 클로이 팅이라는 분이 자신의 운동 영상으로 N일간 복근이나 몸매 라인 교정하는 스케줄을 짜서 공유해주고 계신 건데, 운동 스케줄을 따로 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귀차니즘이지만 시키는 건 곧잘 하는 나 같은 타입에게는 최적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평생 세상에 한번 나타나 보지도 못한 나의 복근을 떠올리니, 그녀의 단단하고 반짝거리는 복근 사진의 챌린지가 나의 운동 욕구를 자극해버렸다. (내가 했던 클로이 팅 복근 챌린지: https://www.chloeting.com/program/2019/two-weeks-shred-challenge.html) 

요런식으로 일자별로 해야할 운동들이 리스팅 되어있다.

2주간 거의 완벽히 스케줄 그대로 클로이 팅 챌린지를 이어갔다. 하지만 역시나 식단을 관리하지 않아서인지 (치킨도 먹고.. 라면도 먹고.. 빵도 먹고..) 체중의 변화는 크게 없었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챌린지 인증 영상들은 결국 내가 될 수 없었다. 다만, 첫날의 운동을 했을 때의 죽을 것 같던 느낌은 2주 뒤에 40분의 운동을 끝내고도 여유로운 쾌감으로 변했다. 아예 안되던 동작들(사이드 플랭크, 업 앤 다운 플랭크, 푸시업)도 2주 뒤에는 어느 정도까지는 수행하게 됐다. 속근육이 자란 건지, 겉으로 보기엔 차이가 없는데 뭔가 좋아는 졌으니 헛운동한 것은 아닌 걸로 위안을 삼았다.


참고로 클로이 팅의 챌린지 시리즈들은 아예 운동을 모르는 분들, 근력이 제로인 분들이 도전하면 허리나 손목, 어깨가 작별인사를 고하기 쉬운 동작들이 많다. 나는 그나마 필라테스니 요가니 헬스니(pt도 받았었음) 각종 종목들을 떠돌며 주워들은 지식들 덕에 원래 아는 동작들이 많았기에 나았는데, 그나마도 원래 안 좋던 오른쪽 손목이 종종 아픈 동작들이 있었다.


네가 왜 거기서 누워~~

결국 식단 관리와 함께 클로이 팅이 아닌 다른 홈트로 재도전하기로 했다. 이번엔 애플 워치랑 연동되는 운동 앱들로 도전하고 있다. 바로 ‘Adidas Training By Runtastic’과 ‘Nike Training Club’이다. 두 서비스들은 운동 계획을 못 짜겠어서 운동을 못하겠다는 핑계를 말끔히 소멸시켜 버리고 우리를 트레이닝시켜준다. 물론 둘 모두 스케쥴링 없이 자유롭게 운동 컬렉션을 그때그때 실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운동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고 장기간 지속적인 운동이 불가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랜 기능을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아디다스 트레이닝과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모두 특정 기간 동안 특정 부위나 운동능력을 향상해줄  있는 플랜을 제공한다.


이 중 아디다스는 매주마다, 이번 주에 운동을 며칠 할 건지, 오늘 운동을 끝내고 나면 내일 운동할 계획이 있는지, 있다면 몇 시에 할 건지를 정하라고 물어보고 스스로 동기 부여하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날짜까지 지정되는 플랜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유동적이고, 내가 정한 계획이기에 따라야 할 것 같은 압박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더 잘 마련해준다. 다만 운동 난이도는 왠지 나이키 트레이닝에 비해 낮은 듯한 느낌이다.



나이키 트레이닝의 경우 이미 예전부터 종종 써온 트레이닝 앱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홈트 영상이나 앱 중에 제일 힘든 스케줄을 강요한다. 하지만 운동 샘플 영상 중 많은 비율로, 같은 여자인 것에 자괴감이 들 정도로 예쁜 근육질을 갖고 계신 언니야들이 많이 등장해서, 운동이 빡세지만 왠지 오기로 열심히 하게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게다가 일정이 정해져 있기에,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을 안 하면 왠지 부채감이 엄청나다. 플랜은 초기에 운동을 매주 며칠 할 건지, 운동 능력은 어떤지에 따라 설정된다. 또한 운동이 끝난 후 작성하는 난이도에 대한 피드백에 따라 매주 적당히 맞는 운동으로 업데이트된다.(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디다스 트레이닝을 워밍업(?) 정도로 매일 진행하고, 나이키 트레이닝을 주 3~4회 진행하고 있다. 2~3주만 홈트 해보면, 이것도 습관이 들어서 할 만 해진다. 안 힘들다는 건 아닌데, 끝났을 때의 뿌듯함, 기분 좋은 피로감에 휩싸여 자는 꿀잠 같은 것들이  꽤나 큰 보상이 된달까.




2. 식단



결혼한 지 1년 반 만에 장보기비를 최대로 사용 중이다. 코로나 이후로 이미 남편과 둘이 집에서 밥해먹는 걸로 장보기비가 많이 늘어났었는데, 식단을 시작하니 다시 최고점을 갱신 중이다. 건강식은 몸에만 건강하고 지갑에는 안건강한 것 같다. 풀떼기라고 무시할 게 못된다. 채소는 회전율이 높고 단가가 비싸며 유통기한이 짧아서 자주 많이 쓰게 되더라.


사실 쉽게 가려면 그냥 닭가슴살에 샐러드만 먹어도 된다.  나도 예전에 다이어트할 때는 항상 닭가슴살 샐러드나 닭가슴살 볶음밥, 삶은 계란, 고구마, 바나나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하지만 가족이 있고, 당장 살 빼는  급한 이유가 있는  아니라면, 맛있고 건강한 식단으로도 충분히 다이어트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다.


나의 경우 건강식 식단을 짜면서 ‘만개의 레시피’와 ‘쿠팡 프레시’, ‘마켓 컬리’의 엄청난 헤비 유저로 거듭났다. 특히 만개의 레시피의 경우는, 이전에도 요리할 때마다 나만의 백 선생님처럼 믿고 의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카테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많은 분들이 고안해내신, 이렇게나 창의적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식들을 아무 대가 없이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내가 사는 이 지식정보화시대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실제로 지난 몇 주간 이 레시피들로 식단을 짜고 남편과 함께 먹어왔는데 둘 다 굉장히 만족했다. 심지어 이렇게나 맛이 좋은데 살도 조금씩 빠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는 식단 짜는 게 너무 즐겁고 설렌다. 일주일간 뭘 먹을지 미리 적어놓고, 맞춰서 장보고 요리하는 재미에 살 지경이다. 스팸이나 기름기 많은 고기는 닭가슴살로 대체해보고, 고단백 식단을 위해 계란과 두부가 들어간 반찬을 좀 더 늘려도 보고, 면요리가 먹고 싶을 때는 두부면을 활용해 보며, 밥은 흰쌀밥보다는 귀리밥으로 바꿔보는데, 아직까지는 큰 실패 없이 '맛있는 식단 관리'를 유지하고 있다. 

식단 짜기 위한 흔적들
면두부 미트볼 파스타/양배추 닭가슴살 쌈
닭가슴살 오야꼬동

물론 이런 식단들이 각각 모든 면에서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다. 짜고 맵고 단 것들도 많다. 하지만 건강한 식재료로 적당한 간을 통해 몇 날 몇 주 질리지 않게 먹을 수만 있다면, 닭가슴살 샐러드만 며칠 먹다 질려 폭식하는 엔딩보다는 훨씬 낫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양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을 것과 저녁은 그래도   간이 약한 식단을,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먹을 !



엄청난 다이어트 성공 기록은 아니다. 고작 해봐야 3주 만에 2 킬로그램? 정도 겨우 빠진 수준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이어트에 대한 큰 욕심이 없고,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운동과 식단을 관리하니, 조바심이 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조바심이 없으니 무리하지 않게 되고, 무리하지 으니 지속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건강식이 맛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고, 온몸에 흐르는 땀을 샤워로 씻어내는 시간만으로도 진정 행복하다!


다이어트의 목적도 애초에 건강이 아닌가. 몸무게 숫자의 감량이나 단기 효과에만 집착하는 것은 최소한 나의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것이 더 두렵다.


침대에 누워서 운동 영상이나 다이어트 브이로그만 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약간이라도 권태와 현타가 온다면, 오늘은 운동/식단 앱을 까는 것만으로 시작해도 좋다. 내일은 한 끼의 건강식을 먹고 5분의 운동을 하면 된다. 그걸 며칠 동안만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게 되면,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마음이 동해서  몸에 관심이 생기는  진짜 변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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