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 탭이 500개가 되었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 사파리 탭이 500개가 되었다. 인터넷을 하다가,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콘텐츠를 새 탭으로 열어서 남겨둔다. 나름 편하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슥슥 넘기다가 뭔가 좋은 글인데 당장 꼼꼼히 읽기에는 좀 길거나 바로 다음에 있는 포스팅을 먼저 보고 싶으면 새 탭을 만들어서 넣어두고 가던 타임라인길 계속 가는 식이다.
근데 그래서 뭐가 문제죠? 탭이 500개가 되면 새로운 탭을 열 수 없다... 이제는 '+'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다.
고백하건대 나는 책을 사서 쌓아두는 유형의 인간이다. 좋은 책 소개를 들은 순간부터 왠지 부둥부둥해져 고민하다가 어느 날 당장 사야겠다 마음먹고는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는 패턴을 반복했다. 최근에는 집에서 높이 경쟁을 일삼다가 이따금씩 무너지는 책더미들을 바로 세우며 이케아라도 한 번 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쨌거나 책 구매는 출판시장과 가구시장에 도움이라도 되지, 사파리 탭 500개는 참말로 아무 의미도 없다 허허허...
메모도 있다. 나는 메모를 한다. 폰에도 하고 수첩에도 한다. 하긴 하는데 다시 안 본다. 네? 그럼 메모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 없다. 네, 없어요. 그냥 용량만 차지할 뿐이죠.
브런치도 있다. 브런치 서랍을 열면 글이 되지 못한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당차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지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쩐지 조금이라도 더 예쁜/무해한/완벽한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느낌은 글쓰기의 시작보다는 끝에 영향을 미쳤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끄적이기 시작했는데 마무리 짓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완벽에 대한 부담이 어중간과 미완성들을 양산해냈다.
그래서 만들었다. 이 매거진은 나의 짧은 생각들을 가볍게 정리하기 위해 만들었다. 좋은 글을 발견해서 읽고, 글의 링크와 그에 대한 생각을 가볍게 남길 용도로 만들었다. 댓글보다는 길고, 글보다는 짧은 어떤 것을 정리해서 넣어보려고 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나에게 주는 처방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니 많은 수정과 고민 끝에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발행한 글도 후에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500개의 탭들을 스윽 훑다가 훅 끌리는 콘텐츠에 대한 생각을 적고 나서 탭을 없애버릴 거다. 목표는 일단 사파리 탭 10% 감량! 이 글이 이 매거진에서 가장 긴 콘텐츠가 되는 것! 길이는 알아서 하더라도 의견만큼은 명확히 밝힐 것!
마지막으로, 제발 부담을 내려놓을 것!
※ Cover Image : Photo by Jon Tyso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