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보면 대부분 뷰파인더 오른쪽에 큰 다이얼이 있다. Auto, A, P, S, M, 동영상 등 촬영 모드를 바꿔줄 수 있는 다이얼이다. 어떤 모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진 결과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셔터 속도, 조리개값, ISO 중 무엇을 카메라가 알아서 해주는지가 달라진다.
이 중에서 M모드는 말그대로 Manual 모드라 모든 값을 찍는 사람이 조정할 수 있다. 그만큼 귀찮고 실패가 많다. 그리고 실패해도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는게 M모드이다. 자동 모드를 사용하면 금방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데 이상하게 M모드에 자꾸 손이 간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카메라를 사기 전에 읽었던 책에서 M모드로 찍어야만 찐이라는 세뇌를 당해서 그런 것 같다. 카메라가 없던 나의 상상 속에서는 다이얼을 순식간에 돌려가면서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장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카메라가 생기고 나니 환상의 M모드는 그저 귀찮은 존재였다. 뷰파인더나 액정으로 볼때와 실제 결과물에 차이가 컸다. 분명 딱 알맞게 찍은 것 같은데 막상 사진을 보면 너무 어둡거나(저노출), 밝거나(과노출) 딱 그 둘이었다. 정말 어쩌다가 아주 적당한 정도의 빛을 담은 사진을 건질 때가 있는데, 그 손맛 때문에 M모드를 고집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손맛’이라는 표현이 틀린 것도 아닌게, 진짜 다이얼을 드르륵 드르륵 돌리면서 노출을 맞춰가는 재미가 꽤 크다. 지금은 예전보다 요령이 늘어서 뷰파인더에 나오는 장면은 믿지 않고 히스토그램을 보면서 찍으니 노출이 맞는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M모드를 사용하라는 책속의 사진 스승님의 진짜 의도는 리듬게임 하듯이 정노출을 맞추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수동으로 장면을 조정함으로써 정노출이 아닌 의도된 과노출 혹은 저노출로 나만의 사진을 만들어가라는 뜻이겠지. 스승님의 의도는 못따라 갈수도 있지만, 다이얼 한번 돌릴 때마다 예민하게 구는 카메라를 갖고 노는 건 놓칠 수 없는 재미이다. 그래서 여전히 M모드는 포기할 수가 없다.
<6. 무엇을 좋아하는지>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