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열면 보여요
폰카를 포함해서 사진을 찍다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처음에는 피사체의 외형적 미가 좋아서 찍게 되지만, 사진 수가 쌓여 가고 앨범에서 유독 많이 찍는 것들을 발견하면, 내가 그것의 표면 뿐만 아니라 내면의 성질까지도 좋아해서 찍는다는걸 깨닫는다.
나같은 경우엔 일단 음식이 제일 많은데, 이건 약간 기록의 목적이 크다. 음식 다음으로 많이 찍는(?), 그보다는 보이면 무조건 찍는 대상은 꽃이다.
그저 이뻐서 찍는 것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좋아하는 이유가 참 많다. 우선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한 철을 놓치면 일 년을 기다려야하는 잠깐의 소중함이 좋다. 덩달아 일 년만 기다리면 또 찾아오는 그 규칙적인 패턴도 사랑스럽다. 매년 찾아오지만 흐드러지는 벚꽃철만 되면 그 풍경에 파묻히고 싶지 않은가. 여름의 능소화, 가을의 코스모스, 심지어 꽃이 잘 안피는 겨울에도 우리는 동백을 찾곤한다. 목련 봉우리가 부푸는걸 보며 겨울이 끝났음을 체감하고.
공산품과는 달리 같은 나무에서도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는 자연스러운 조화가 좋고, 초록과 갈색이 대부분인 단조로운 숲의 색 사이에서 혼자 튀는 비현실적인 모양새도 좋다. 꽃이 다채로운 색을 가지는 이유는 곤충이나 새들의 눈에 띄어서 자손을 퍼뜨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가만보면 동물은 살기 위해 보호색을 갖추고 눈에 안띄려고 하는데 꽃은 번식을 위해 '날 좀 보소!' 하고 멋진 색으로 꾸미는 것이다. 귀여워라.
인류가 색에 대한 최초의 영감을 받은 곳도 분명 꽃일것 같다는 요란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피부색, 머리카락색은 그리 다양하지도 않고 그나마 눈동자 색이 베리에이션이 많은 부분인거에 비해 화려한 꽃나무와 나무 열매들을 보면 갖고 싶고 따라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게 자연을 보고 출발한 것이 염색이 되고 공예가 되었을 수 있겠다는 바보같은 상상도 해본다.
무심히 지나치는 길가의 꽃들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름이 뭐고 언제 피며 어떤 새가 이 꽃을 좋아하는지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뭐 하나 사소한 건 없으니.
꽃 이야기로 이야기가 많이 샜는데, 아무튼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서 많이 찍은 것들을 살펴보며 왜 많이 찍었는지 생각하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보인다.
좋아하면 쓰고 싶고, 담고 싶고, 찍고 싶어진다. 누구나 아는 세상의 이치 아닌가용,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