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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수 Oct 25. 2018

단골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낭만

나의 일과는 출근길 단골 카페에 들러 아침 커피를 마시는 일로 시작한다. 8호선 장지역으로 가는 길의 작은 카페, 매일 이 곳을 찾게 되는 이유는 여러 세트의 핸드 드리퍼와 그 옆에 놓인 타이머에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커피에 빠져든 시기는 뉴욕에서 일을 하던 때, 출근길 맨하튼 40번가 캘빈클라인 본사 맞은 편의 카페에 들러 신선한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면서 부터 였다. 미국식 팁문화 덕에 뉴욕 카페의 바리스타들은 고객들에게 시덥잖은 말들을 건내곤 하는데, 어느 날 한 바리스타가 나에게 '혹시, 피트니스팩토리(헬스장)에서 운동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알고 보니, 우린 같은 피트니스 클럽 회원이었고 그렇게 짐메이트이자 바리스타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바리스타 친구를 둔 좋은 점은 매일 아침, 내가 주문한 따듯한 아메리카노와 별개로 두 어잔의 신선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친구는 매일 아침 5시 카페 문을 열었다. 그 날의 커피콩으로 최적의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커피콩의 입자,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 시간, 그 외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매일 카페를 찾는 고객들에게 같은 향, 같은 밸런스, 같은 목넘김을 느낄 수 있도록 최소 10잔 이상의 에스프레소를 맛봤다. 그렇게 내 주문 차례가 오면, 그날 아침 최적의 커피 맛을 뽑아낸 모험기를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그렇게, 한결 같은 맛을 고집했던 친구의 카페는 뉴욕 내 7개 매장으로 사업을 넓혀갔다. 무서운 속도로 뉴욕의 골목 골목 입점하는 스타벅스와 그레고리 사이에서도 그 유명세를 이어나가는 로컬 카페는 대부분 그들만의 커피 맛, 커피 향을 한결같이 추출하고 있었다.


신선한 아침 커피 한 잔이 내게 주는 여운은 점심 즈음까지 머무른다. 마치, 일간지의 오늘의 운세에서 행운의 징조라도 읽은 듯, 밤새 가라앉았던 생체 리듬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직업상 언제나 영감에 목마르고 새로움을 갈망하지만, 그 기본은 늘 꾸준함에 있음을 깨닫곤 한다. 마치 신선한 커피 한 잔이 매일 아침 같은 맛, 같은 향을 내기까지 열 잔의 에스프레소가 바리스타의 손을 거쳐야하는 것과 닮았다.


아침 잠을 깨우는 아이폰 알람이 매일 아침 다른 소리를 낸다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어떨까? 


커피도 다르지 않다. 매일 아침 한결 같은 커피가 최고의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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