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커리어, 그리고 인생을 돌아보며
다음 달에는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을 것 같아
공동창업자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1년 반을 운영했던 스타트업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평생을 꿈꿔왔던 제 꿈이 무너지는데는 1주일이면 충분하더군요.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정리하고, 사무실을 정리하고, 주변 비즈니스 관계에 저희 비즈니스가 종료되었다고 알리기까지.
괜찮은 척, 태연했지만 회사를 그만 둔 일주일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벌써 2년이 다되가지만 그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잠을 푹 잘 수 없어 새벽에 눈이 떠지고, 눈을 뜬 채로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하루를 견뎌내야했으며, 밤이 되면 끊임없는 생각의 굴레가 저를 괴롭혔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내 젊음이 부정당하고, 내가 저질러놓은 실패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몇 년간 열심히 모아온 돈을 사업자금으로 탕진했고, 잘 다니던 대기업 때려치고 나온 놈을 누가 다시 받아줄까 하는 두려움. 어우~ 지금 다시 떠올리고 있는데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기억이군요.
어찌어찌 2년이 다되어갑니다.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했지만, 어찌어찌 무너져있던 제 마음과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내가 걸었던 독특한 길의 경험이 필요하다
22년 7월, 고금리가 한창 전 세계를 덮을때 쯤,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투자 유치시장이 점점 얼어붙고 있었고 제 사업모델은 시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에 나름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죠. 일주일간의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무너졌던 제 재정상태(?)를 메꾸기 위해 다시금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 서류 합격을 하였고, 실제 면접도 여러번 보았으며, 최종적으론 한달 안에 두 개의 회사에 최종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MD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약 1년 반 간의 창업 기간동안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기 위해 인사/경영/마케팅/제휴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제 나름대로의 고민하고 실행했던 경험이 누군가에겐 필요한 경험이었던거죠. 요즘에는 프로젝트 단위로 부서를 구성하는 곳이 많아 작은 회사를 세워본 경험이 작은 조직을 운영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연봉협상 과정에서도 전직장의 베이스가 있어 생각보다 괜찮은 연봉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아직 젊고, 다양한 도전과 경험이 있다면 누군가는 당신의 가치를 알아봐줄 것입니다. 단순히 어떤 회사를 재직한 경력이 아니라, 당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가 증명된다면 새로운 회사를 찾아나서는 것에 결코 불리하진 않습니다.(물론 엄청 유리하지 않을 순 있습니다 ㅠㅠ)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 ≠ 커리어가 끊기는 것
회사원으로선 알 수 없는 세계와의 만남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원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삶의 다른 방향을 정말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을 오래 다니는 것이 요즘에는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지만, 실제로 그 환경에 있게 된다면 다른 길을 찾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내 주변의 사람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이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둬 본 경험은 정말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입니다.(물론 저는 돈을 많이 지불함 ㅠ) 일단 회사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방식과 비즈니스들을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우면서 '아 이렇게도 살아가는 방식이 있구나'라는 걸 정말 많이 배우게 되죠. 강연, 컨설팅, 투자, 사업운영 등등등.
많은 분들이 이 나이때 그 경험은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이라고 위로해주셨고, 저도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체득하고 있는데요, 바깥 세상에서도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여러가지 방향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죠.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즈음에는 첫 회사에서 MD로 근무하며 한창 사업을 준비하던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MD의 직무에 대해 고민한 글이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제가 브런치의 끈을 놓지 않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번의 사업과, 지금 현재 회사에 일하면서 저는 온/오프라인 커머스 및 식품 외 타 카테고리에 대해서도 정말 많이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sangyub22/25 / 여러분이 사랑해주신 글 링크 ♥
제 개인적으로는 이제 브런치 시즌2를 시작하려 합니다. 기존 MD관점에서 바라봤었던 커머스를 전략/마케팅/시장상황에 다양하게 대입하여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제 사업하기엔 열정이 좀 식었고,,, 조용히 글을 쓰며 사색하며 재미있게 연구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