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은 어떻게 코치로서 그렇게 활동해 오셨나요?’
작성일: 2023-03-30
‘코치님, 코치님은 어떻게 코치로서 그렇게 활동해 오셨나요?’
‘코치님처럼 전문코치로 활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제 막 코치라는 비전을 품고 설렘 충만한 눈빛의 코치님들로부터 저렇게 질문을 받노라면, 나는 딱히 드릴 말이 없었다. 그저 속으로 ‘그러게…나는 코치로서 지난 14년간 어떻게 그런 다양한 활동들을 꾸준히 해 왔지... ’하고 지난 세월을 더듬을 뿐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내 안에 씨앗처럼 소중하게 심겨졌다. ‘아, 중요한 질문이야. 나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어.’
그렇게 심겨졌던 씨앗이 드디어 최근 1주일 사이 새순으로 피어났다. 나는 스스로 나의 지난 세월을 가능케 한 내 힘에 대해 설득되었다. 스스로 ‘아, 나의 그 힘이 지금까지 코치로서의 나를 만들어낸 거였구나.’라는 깨달음으로 피어난 것이다.
삶은 참 개구장이 같다. 그렇게 원대한 비전을 품고, 나아가보겠다고 전속력을 낼 땐 심드렁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지금이야, 너 지금 다른 장(field)으로 넘어갈 때야.’라고 속삭이니 말이다. 아, 그 때 그 개구장이 같은 삶의 표정은 정말 약오른다. 항시 대기조로 최선을 다해 달릴 수 있다며 예열되어 있을 땐 아무 말 없다가, 이제 별 일 없겠지 하고 늦잠자고 멍하게 일어나 앉아 있는 무방비 상태인 우리에게, ‘야, 사실 오늘이 그 대회날이야, 뛰어!’ 라고 장난스럽게 말 건다.
그렇게 인생을 거대히 바꿀 삶의 연락, 신호(signal)는 의외로 장난스럽게 예고 없이 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디론가 운전하며 이동 중이었다. 그 때, 내게 1:1 코칭수퍼비전을 받으시는 수퍼바이지 한 분께서 전화가 오셨다. 나는 반갑게 블루투스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이런 저런 안부 이야길 나누던 차였다. 그러다 끝에 그 분이 말씀하셨다.
“코치님, 오늘은 우리 1:1 수비 말고요, 저희 회사 OO텔레콤 ‘임원’ 코칭을 의뢰 드리는 건으로 연락드립니다. 시간 가능하실까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운전대 앞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또 이런 식으로 다가오신다고요?’ 개구장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미소를 한 번 짓고는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네, 다른 분도 아니고 OO님의 일인데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임원코칭. 코칭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해 보고 싶어하는 영역. 실질적으로 코칭계에서 가장 큰 자금이 흐르는 시장. 많은 직장인분들, 대다수의 임원급 커리어로 직장생활을 마친 분들의 제2의 직업이 되는 임원코치. 실질적으로 코칭시장에서 실력이 있는 코치들이 포진되어 있는 가장 활발한 분야이다.
그러나 사실 내 개인적으론, 코치로서의 비전에 ‘임원’이란 키워드는 별도로 있진 않았다. 나는 20대 중반 코칭을 만나 지금까지 다른 회사 생활 없이 바로 ‘전문코치’라는 업을 선택했고, 오직 코치로서의 길만 걸어왔다. 비지니스 코칭 시장 자체가 기업 경험이 있는 분들이 진입하기에 유리한 것도 있고, 대부분의 임원코칭, 비지니스 코칭은 나 같은 코치와 직접 연결되기보단 주요 코칭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그 코칭회사의 코치 풀들과 같이 일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시장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실력이 있는 코치들에게 각 기업이 따로 다이렉트로 연락을 취하고 그 각 기업들마다 자신들만의 코치 풀을 관리하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장의 변화가 나와 같은 개인 코치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준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 흥미로운 전화를 한 통 받은 후, 아래와 같은 전화를 몇 건을 이어서 받았다. 모두 딱 1주일 안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코치님, OOO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이번에 저희 회사가 OO전자 임원급 그룹코칭을 들어가려는데, 코치 풀로 코치님을 추천해보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희소, 이제 오프라인으로 이곳 저곳 다닐 수 있지? 내가 하던 기업에 임원분하고 새롭게 상무님 코칭 들어가는데, 희소 추천하고 싶어. 시간 어떻게 돼?”
“Hi Seonghyang, My name is AlaOOO, and I’m a part of the Coaching team at BetOOO OO. We make evidence-based coaching and wellness practices accessible to all people!
We are looking for professional coaches who have experience with emerging leaders to join our global coaching community. Your professional background and coaching experience look like a great fit to work with our members (what we call our “clients”) !”
“코치님, 이번에 저희 OO 지주사 사내 코치 양성 건과 임원 코칭 프로젝트 디자인 중인데, 코치님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코치님, 혹시 저희 회사에 외국인 임원이 계신데, 영어로도 임원코칭 가능하십니까?”
(깊은 들숨과 날숨… 그리고 내게 묻는다.)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갑작스럽게 삶에 변화가 소용돌이처럼 다가오면 나는 손가락을 펼친다. 그리고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의뢰 전화 한 통을 받으면 ‘한 번은 그럴 수 있지’, 또 한 통을 받으면 ‘어? 두 번째네. 그것도 그럴 수 있지.’ 한다. 그러다 세 번째가 넘어가면 스스로를 곧게 세운다. ‘성향아, 이제 그거할 때인가봐.’ 나는 그렇게 내 삶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정말 내가 알아차린 그 길, 방향이 맞는지 몇 차례 확인 후, 그 신호가 반복되면 이 길이구나 하고 나를 곧게 세우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간다. 이것이 나의 ‘힘’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한 번의 전화는 그럴 수 있는 것이었다.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전화도 그럴 수 있는 것이었다. 우연도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세 번째가 넘어가고 그것이 더 반복되면, 나는 정갈하게 나를 준비한다. 내 삶이 나에게 이제 이 길이라고 말하는구나. 한 번, 두 번 열렸다면, 세 번 네 번 신호를 줬다면, 그래 이제 곧 그 장이 활짝 열릴 것이니까, 나는 대비한다. 내 삶의 파도, 그 흐름을 탈 준비를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코치로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활동해 왔느냐 묻는다면, 나는 그저 내 삶이 나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늘 세심히 관찰하고, 느끼고, 알아차려왔노라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의 ‘신호’, 특히 무언가 변화의 신호를 알아차렸을 때, 코치로서 너무나 익숙한 단어 가능성(possibility)에 대해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의 고객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일 아닌가. 그런데 이 말을 역으로 코치인 우리에게 해 봐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내 가능성을 얼마나 믿고 있는가?’
삶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 건다. ‘이거 어때? 이런 건 어떨까?’ 그것은 내 가슴에 새벽에 불현듯 찾아오는 아이디어로, 누군가와 우연찮게 나눈 전화 대화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숨쉰다. 중요한 건 ‘붙드는 것(Catch, Act)’이다. 몇 차례 다가온 그 영감, 그 경험, 장면을 가볍게 무시하지 않고 그 장면에 귀 기울여 관련해서 작지만 ‘예, 하겠습니다.’하며 실천해 가는 것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 어디 쉽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코칭’ 안에서 코치의 시선과 관계 속에서 가능성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고, 경험해가는 우리 아니겠는가.
그럼 코치인 우리는 누군가의 가능성은 너무나도 믿어주고 응원해주던 그 마음을 우리 자신에게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애정하는 고객들 앞에 곧게 설 수 있다. 나도 내 자신이 온전히 믿어지진 않고, 가능성에 대해 너무나도 의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도 한 걸음 나의 가능성을 믿는 쪽을 선택했다고, 그 힘과 경험이 쌓인 코치의 장(energy)은 분명 다를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래서, 나에게 너무나도 쉬운 고객의 가능성을 신뢰하는 그 전문코칭의 힘을 지금 나에게 보낸다. 내 삶은 내게 ‘이젠 이 문을 열려고 해. 너 어때?’라고 묻고 있다. 거기에 나는 ‘그저 미소 씨익 보내며, 두려움, 의심, 불안은 주머니에 넣고, 알겠어. 해볼게.’라고 말하며 새로운 문 너머로 한 걸음 나아간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우리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라는 코칭철학은 믿는 코치가 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