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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나종호 Oct 27. 2020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랑하는 이를 도울 수 있는 법

사랑하는 이를 위한 열네 가지 조언

온라인에서 종종 그런 질문들을 보곤 한다.

친구가 우울증이 심한데 (혹은 자살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하나요?


그러면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서라도) 꼬리를 달곤 한다. '절대로 혼자 두지 마세요'라고. 같은 상황에서,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사랑하는 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조금 더 사려 깊은 정신과 의사였다면, 내가 조금 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와 같은 질문을 하는 분들을 위해,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을 번역해서 소개한다.  



열네 번이었다.

딱 열네 번, 내 뇌의 어떤 회로가 망가져서, 나는 갑작스럽게, 그리고 고통스럽게, 내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마음에는 고통과 트라우마가 쌓이곤 했었지만, 그때마다 누군가가 내 생명을 구해주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불행하게도, 그 열네 번 중 아홉 번은 최근 10개월 사이에 발생했다.


내가 이와 같은 고통을 겪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묻는 가장 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내가 도울 수 있을까?"이다. 이 질문에 답하고, 또 나와 유사하게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주변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나는 내가 자살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세상에 머무는 데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들을 나누고 싶다.


1. 그들이 바로 지금, 안전한 지를 확인해주세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저는 거의 항상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제가 '그 순간 안전한지'를 바로 확인해주곤 해요. 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요: "너 지금 혼자 있어?", "혹시 지금 무언가를 행동에 옮기려고 하고 있니?", "내가 지금 전화해서 너와 이야기해도 될까?"와 같이요. 이 중요한 질문들은 제가 저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공유할만큼 믿는 사람들에게, 현재 저의 상황이 어떻고, 그들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인지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줘요.


2. 그 들이 절대로 혼자 있지 않도록 해주세요. 만약 제가 그와 같이 힘든 때에 혼자 있다면, 제 가족들과 친구들은 저의 집으로 바로 오거나, 저를 데리고 감으로써, 제가 혼자 있지 않도록 했어요. 이건 매우 중요해요. 왜냐면, 혼자 있는 것은 자살 생각과 우울감을 더더욱 극대화시켜서 견딜 수 없게 만들거든요. 저는 이런 순간들을 혼자 견뎌내기 힘들어요.


3. 사랑을 표현해주세요.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이에요. 당신은 "너를 사랑해"라는 단순한 문장이, 어떻게 저의 망가진 뇌에서 해석되는지 모르실 거예요. 그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해요. "나는 네가 필요해. 그리고 네가 계속 머물길 바래. 만약 네가 떠나면, 나는 너무나 상처를 받을 거야, 그러니까 부디 견뎌줘." 이 말들은 저에게 힘을 주고 제가 조금이라도 더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줘요.


4. 점점 나아질 거라고 약속해주세요. 저의 가장 어두운 순간들에는, 저는 우울증으로 인해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요. 저는 이 어두운 곳에서 영원히 갇혀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마치, 내 세상이 다시는 빛을 볼 수 없을 것 같고, 가슴이 다시는 치유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요. 저에게 희망이 있고, 현재 느끼는 감정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은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줘요. 저는 그 순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저에 대한 희망은 믿을 수 있어요.


5.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이와 같은 신체적 접촉은 저의 아픈 마음에 즉각적인 편안함을 줘요. 그 편안함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지만, 최소한 제가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는 당시에는, 안전함을 느끼게 해 줘요.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공포가 잠시 줄어드는 느낌이에요.


6. 그들의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켜주세요. 우울하지 않을 때에는 잘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이 정신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만약 제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 때에는, 이러한 중요한 욕구들조차 충족하기 힘들어져요. 남편은 저에게 요리를 해주곤 해요. 그는 저에게 물을 마시라고 말해줘요. 그는 제가 잘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곤 해요. 이것들은 모두 우리의 정신건강에 직결되는 것들이에요. 신체적 욕구들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는 우울증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없어요. 왜냐면 저는 이런 일들을 혼자 할 수 있기에는 너무나 피곤하고, 우울증에 의해 압도되어있기 때문이에요.


7. 반복해서 이렇게 말해주세요.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야. 너는 나에게 짐이 되고 있지 않아." 저는 스스로의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는 행동으로 인해,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 온 몸이 마비되곤 해요. 이는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왜냐면 저는 간절하게 사랑을 필요로 하는데, 동시에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것을 걱정해야 하니까요. 제가 가장 힘든 그 시간들에, 제가 도움을 청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저에게 크나큰 위안이에요.


8. 시간을 내서 들어주고 이야기해주세요. 어두움에 둘러 싸여있을 때는, 머릿속에는 수백만 가지 생각들이 맴돌곤 해요. 그리고 그 생각들은 제가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반복돼요. 가끔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말하는 것을 제가 직접 들음으로써, 그 생각들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요. 어떤 때에는, 제가 하는 말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모든 것이 선명해지고 맘이 평안해지곤 해요.


9. 그들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눈앞에 닥친 하루하루, 또는 지금 일분일초를 견뎌내는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심하게 우울할 때에는,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현재에 머무를 수가 없어요. 조만간, 또는 먼 미래에 해야 하는 작고 큰 모든 일들이 머릿속을 한꺼번에 가득 채워요. 그리고 이는 스스로 오롯이 감당하기 힘들어요. 누군가가 옆에서 제 머리를 짓누르는 생각들을 잠시 미뤄두라고 말해주는 것은, 보다 기분이 나아지고, 삶을 다시 가눌 수 있을 때까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도와줘요.


10. 그들에게 계속 머무르면서, 계속 도움을 청할 것을 약속하게 하세요. 약속은 강력한 의미를 갖곤 해요. 저의 망가진 세상에서도요. 소리 내서 "나는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약속할게."라고 말하는 것은 저에게 믿을 수 없는 힘을 주곤 해요. 가장 힘든 순간들에는, 솔직히 말해서, 그 말들을 입 밖으로 내뱉기가 너무나 힘들어요. 왜냐면 그건 지킬 수 없는 약속같이 들리거든요. 하지만, 스스로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저는 그 말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제가 약속을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가장 잘한 약속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을 때, 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 일이에요. 그 약속은 저를 구해줬어요. 특히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지난 일 년간요.

    

11.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신체적/정서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의사/상담가를 만나거나 필요할 경우,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요.


12. 그들이 세상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을 믿는 다고 말해주세요. 저의 가장 어두운 순간들에 사람들이 저에게 해주었던 말 중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사실 중 하나는, 그들이 저에게 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믿어준 것이었어요. 누군가는 저에게 "너는 전에도 몇 번이나 가장 힘든 시간들을 잘 견뎠잖아. 이번에도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주었어요. 제가 무슨 짓을 하기 전에 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는 단순히 말했어요. "너는 스스로에게 아무짓도 하지 않을 거야. 넌 할 수 있어." 그와 같은 믿음은 저에게 힘을 줘요. 그 믿음은 제가 이 우울증보다 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길 수 있음을 인지할 수 있게 도와줘요.


13. 그들에게 그들이 사라지면 너무나 슬플 것이라고 말해주세요. 저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말해주는 것이 잠시나마 내 자신에서 벗어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사라지면 그들이 얼마나 상처 받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줘요.


14. 그들에게 치유가 언제나 가능하다는 걸 인지시켜주세요. 솔직히, 어떤 때는 우울증이 너무나 심각해서, 또는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받아서, 다시는 고통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럴 때, 누군가가 저에게 해준 가장 편안한 말은, "너는 멀리 가지 않았어. 너는 아직도 여기 있잖아. 그럼 아직 돌아올 수 없을 만큼 멀리 간 게 아니야." 저는 그 말을 자주 되새기곤 해요. 특히, 제 머릿속의 거짓말들이 저에게 '넌 너무 망가져서 치유될 수 없어'라고 말할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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