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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나종호 Mar 11. 2016

한 뮤지컬 배우가 공연을 방해한 자폐 아동에 대해 쓴글

화가 나고 슬픕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사족이지만 미국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앞에 ‘이상한’(abnormal)이란 말을 붙였으면 난리가 났을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어지는 날을 기대하며 번역한 기사입니다.


지난 2015년 9월 23일,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왕과 나’의 공연 도중 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동이 공연을 방해하는 소음을 냈습니다. 아동과 그의 가족들은 관객들의 항의로 인해 공연 중간에 관객석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배우인 켈빈 문 로(Kelvin Moon Loh)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인의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습니다.


“(사건은) 극중에서 매우 긴박감 넘치는 순간인 ‘채찍질을 하는 장면’에서 발생했습니다. 관객석에서 한 아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의 겁에 질린 것 같은 목소리는 극장 전체에 울려펴지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은 그의 어머니에게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극장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왜 저런 아이를 극장에 데려오는거야?’와 같은 중얼거리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잘못됐습니다. 완전히 잘못됐어요.”


켈빈 문 로는 “화가나고 슬픕니다”라고 시작한 그의 글에서, 소년의 어머니는 결국 관객석을 떠나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총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연극 중에서 2시간 30분이 지난 그 시점 이전에는 소년이 극을 방해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극장에 데려운 어머니의 행동을 비난하는 대신 갈채를 보냈습니다.


“그녀가 그녀의 아들을 극장에 데려온 것은 매우 용감한 행동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삶이 어떤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더이상 두려움에  굴복하여 살지 않기로 결심한겁니다. 그 두려움으로 인해 아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경험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녀는 거부한 것입니다.”


또한 그는, '왕과 나’는 가족을 위한 뮤지컬임을 강조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가족들에게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커튼콜을 할 때, 그들 가족이 앉아있었던 세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저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어머니가 (그 사건 이후로도) 우리 단원들은 계속 쇼를 진행했으며, 전혀 방해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평생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다음은 켈빈 문 로의 페이스북에 실린 그의 글 전문입니다.


화가나고, 슬픕니다. 저는 지금 막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무대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가족이 자폐를 가지고 있는 아동을 데려온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제가 지금 쓰는 이 포스트는 아마 당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당신은 극 중의 매우 조용한 장면에서 소리를 지른 아동을 데려온 엄마를 비판할거라 예상할지도 모릅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을 극장에 데려왔다고 엄마에게 소리지른 관객들을 옹호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겁니다. 혹은 당신은 눈앞에서 갑자기 발생한 소음으로 인해 퍼포먼스를 방해받은 제 극단의 배우들에게 제가 동정심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것이 아닙니다.

대신, 저는 묻고 싶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들은, 배우들은, 관객들은 우리 자신의 경험에만 가치를 두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잃기시작한걸까요?


무대는 늘 저에게, 인간의 경험을 탐험하고, 분석하고 제 자신에게 투영해보는 공간이었습니다. 오늘, 관객석에서 매우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네, 그리고 그것은 분명 관객들과 배우가 만든 환상을 깼습니다.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극장은 결국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극장은 단순한 오락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극장 밖을 나설 때,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그렇습니다. 사건은 극중에서 매우 긴장감 넘치는 장면인 ‘채찍질 장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아동이 관객석에서 소리를 지른것입니다. 매우 겁에 질린듯한 목소리였어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저녁, 마찬가지로 같은 장면에서, 관객석 앞쪽의 한 여자 아이가 소리를 지른적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폐아동이 아니었고, 그 당시에 아무도 그 아이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다른가요?


자폐 아동의 목소리는 극장 전체에 울려펴지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은 그의 어머니에게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극장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왜 저런 아이를 극장에 데려오는거야?’와 같은 중얼거리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잘못된 일입니다. 완전히 잘못됐어요.


왜냐하면, 관객들은 자신들이 고함을 지르지 않아도 그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를 극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는 사실을요. 그녀가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려고 할수록, 아이는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지르며 반항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당장이라도 쇼를 멈추고 이렇게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모두 진정하세요! 그녀도 지금 노력하고 있어요. 그녀가 노력하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저는 관객분들이 다시 하라면 기꺼이 처음부터 공연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티켓도 모두 환불해드릴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녀가 아들을 극장에 데려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녀의 삶이 어떤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더이상 두려움에 굴복하여 살지 않기로 결심한겁니다. 그녀는 두려움으로 인해 아들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경험들을 하지 못하는 것을 거부한 것입니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뮤지컬의 통로쪽 자리를 구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가족들과 뮤지컬을 보기 위해 산 표와 같은 값을 주고 표를 샀습니다. 그녀의 계획은,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행복한 오후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그녀가 걱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뿐입니다.


저는 극장은 모든이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조셉 팝(Joseph Papp)의 말을 믿습니다. 저는 그 말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제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왕과 나’는 가족들을 위한 뮤지컬입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왕과 나’는 모든 가족들에게 열려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가족들과 그렇지 않은 가족 모두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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