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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cha Jul 11. 2024

친구가 멀어질 때(feat. 시절인연에 대하여)

To. Chacha

사랑하는 나의 딸 챠챠,


언젠가 네가 물었지. 
"엄마는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야?"

엄마가 대답했었지.  
"엄마는 지금은 집 앞 카페 사장님 이모랑 제일 친해^^ "

엄마의 대답에 이상하다는 듯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걸 기억하니?

챠챠, 오늘은 그래서 엄마가 친구 얘기를 조금 해볼까 해.
언젠가 네가 친구와의 갈등이나 멀어짐, 혹은 또 다른 문제들로 고민될 때, 엄마의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생각하는 친구는

'지.금 당장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야.'


조금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지금 당장 연락해서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면, 그건 친구가 맞아.

그런데,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들 사이에도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게 불편하거나 힘들다면,
엄만 그건 '친구'까지는 아니라고 봐.

'친구'라는 이름을 가장한 '아는 사이' 정도인 거지.


친구에도 거리에 따른 분류가 있단다.  
챠챠 너 자신과 어느 정도의 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기준이야.


너와의 거리 1m 이상 : 반에서 인사만 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어. (그런 아이는 친구보다는 '클래스 메이트'에 가깝지)

너와의 거리 50cm: 보통 여자 아이들은 4명 정도 몰려서 친하게 지내는데 이런 친구들은 클래스 메이트보다는 조금 더 친구라고 할 수 있겠지.

너와의 거리 20cm: 또 그중에서도 너와 깊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도 있겠지. (너의 남친 이야기를 한다거나 , 고민을 털어놓거나, 가족이야기를 한다거나)


학창 시절에는 '단짝 친구'라는 이름의 친구가 가족보다 더 좋은 때란다.

그 단짝친구가 한 때는 정말 친했는데  시간이 흘러 조금 서먹해져 너무 슬프다면,
혹은 네가 서먹해진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했지만,

잘 회복되지 않았다면,
친했던 친구에게 너무나 실망했다면,
나만 따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내가 잘해 준 것만큼 친구에게 상처받는 다면,

​챠챠, 너무 슬퍼하지 마렴.
너는 그저 너의 '시절 인연'들에 대해 '거리를 조정'하는 것뿐이란다.  

20cm에 있던 친구가 1m 밖으로 멀어지기도 하고,

2m 미터 밖에 있던 누군가가 20cm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지.

평생 고정 불변의 거리를 유지하는 관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아.

이 거리는 평생에 걸쳐 아주 유연하게 움직인단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니?


그 시절 그때 인연을 의미해.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한 때의 시절 인연'이었고,
지금의 친구에겐 '지금 이 순간의 시절 인연'이고,
앞으로 만날 친구에겐 '미래 그 어느 시절의 시절 인연'이 될 거야.
모든 시절 인연은 살아가면서 챠챠 너와의 거리를 조정 중이야.



시절인연은 삶의 모양이 바뀌면서 거리도 바뀐다.


엄마는 직장도 다니고,

결혼을 해서 너도 낳고,

해외도 나와 살다 보니 그 시절을 함께 보내고,

추억을 공유했다며 두 손 꼭 잡고 베프 인증했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가고 별로 남아있질 않더라.

대학을 가거나 가지 않았고,
직장을 다니거나 다니지 않고,
결혼을 했거나 하지 않았고,
아이를 낳았거나 낳지 않았고,
이런 삶의 굵직한 과업들을 통해서 각자 서로 인생의 타이밍이 조금씩 엇갈리는 거야.
그래 맞아.

반대로 같은 대학을 다니거나,

같은 직장을 다니거나,

비슷하게 결혼했거나,

아이 친구 엄마, 혹은 같은 취미를 가지면 친구가 될 확률이 높아지지.

결국 친구라는 건 '유사성'을 가지고 서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존재를 뜻해. 
그 유사성에 따라 멀어졌던 친구가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고,
사라졌던 친구의 빈자리를 새로운 친구가 채우기도 하지.




엄마가 이야기해 주고 싶은 것은 두 가지야.


첫째, 언제나 이별을 염두하렴.


살면서 누군가를 만날 때 이별을 늘 곁에 두는 것은 결코 슬픈 일이 아니야.

삶에서 일어나는 우연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사람만이 이별을 더 멋지게 할 수 있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더 감사하고 더 최선을 다하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이 이별 능력에 있다.





둘째, 잠깐 슬퍼하고 너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더 현명해.

 

좋은 사람 곁에는 늘 좋은 사람이 모인단다.
늘 책을 가까이하고, 지적인 성장을 멈추지 마라.
교과 과정이 끝났다고 배움을 멈춘 어른은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한다.
진정한 배움은 성인 이후부터이며, 언제나 책과 경험으로 정신적인 성장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배우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을 언제나 첫눈에 알아보고 연을 맺는단다.
이건 정말 나이 들수록 더욱 느낄 수 있어.

30대 중반이 되면, 배우는 사람들끼리 시절인연을 맺고,
삶에 안주하고 대충, 게으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시절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니 배우는 것을 멈추지 마렴.
경험에 돈을 쓰고 욕망에 돈을 낭비하지 않도록 늘 유의해야 해.


언제나 모든 시절 인연을 소중히 하는 챠챠가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너의 지금과, 앞으로의 모든 인연들이 네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거라 믿어.
엄마의 글이 언젠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언제나 너의 편인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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