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내가 만났던 책들
사람마다 경제경영서에 대한 인식이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강렬한 폰트와 디자인에 그에 못지않은 카피로 무장한 재테크 도서를 떠올릴 수도 있고, 차분한 디자인에 참고서처럼 곁에 두고 읽는 교양 경제 서적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무엇을 떠올리든 책을 딱 펼쳐 보았을 때 경제경영서라면 도표와 그래프, 일러스트가 자주 등장하리라 생각할 겁니다. 넓게 보면 경제학부터 창업, 재테크, 마케팅, 투자까지 모두 경제경영서에 속하는데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또 그 분야에 따라 독자층이 어느 정도 갈리는 만큼 경제경영서는 꼼꼼한 기획과 편집을 필요로 합니다.
나에게 경제경영서란?
경제경영서는 제게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하자면 먼저 경제경영서는 제게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 속하는 책이 경제경영서만 있는 건 아니지만 경제경영서를 편집할 때는 좀 더 예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했던 이유 중 하나는 많은 경제경영서 작가가 강연이나 방송 출연 등으로 사람들과 소통해 온 데에서 비롯됩니다. 경제경영서는 확실한 사실관계와 정보 제공이 목적인데, 아무래도 강연에서 설명한 것을 기본으로 하면 용어 통일이 매끄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본래 글자 수가 무척 긴 용어라면 매번 똑같이 부르기가 쉽지 않고, 처음에는 본래 말로 부르다가 이후 사람들이 이해했다 싶으면 간단히 부르며 빠르게 넘어가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어떨 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라고 했다가, 그다음에는 ‘미 연방준비제도’라고 부르더니 ‘연준’, ‘Fed’도 등장하는 것입니다. 책으로 나올 때는 이런 부분에 통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가 원고 곳곳에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그래서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재테크를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쓰이는 신조어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 신조어를 살리는 게 좋지만 관련 기관의 보도자료에 등장하지 않고, 또 언론에서도 아직 소개하지 않은 용어를 쓴다는 게 고민일 때가 많았습니다. 책은 그 분야에 익숙한 사람뿐만 아니라 조금의 지식만 갖춘 상태에서 그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다른 경제경영서는 그 말을 살리는지, 또 그 말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까지 일이 더해질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경제경영서는 제게 ‘편집 훈련하는 책’과도 같았습니다. 여기에는 도표와 그래프도 한몫합니다. 국내 작가의 경제경영서 위주로 설명하자면, 도표와 그래프를 실제 통계 자료를 토대로 본문 틀에 맞추어 재구성할 때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수치가 누락되거나 잘못 입력되기도 하는데요. 엉뚱한 부분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으니 세세한 부분을 마감까지 놓치지 말고 살펴야 합니다. (물론 번역 출간한 책이라도 원서 자료의 텍스트를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경제경영서는 특히 신입 편집자 입장에서 편집하기에 좀 어려운 책일 겁니다. 저는 아직도 경제경영서가 어려울 때가 많아요. 하지만 경제경영서의 장점은 몇 권 편집하다 보면 편집 실력이 쑥쑥 쌓인다는 것입니다. 요소가 워낙 많은 책이다 보니 원고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습관도 생기고요. 그런 점에서 경제경영서는 참 남다른 분야인 것 같습니다.
경제경영서와 얽힌 에피소드
지금은 그런 경우가 드물긴 한데, 예전에는 원고에 표를 이미지로 넣어 놓은 작가가 종종 있었습니다. 요즘에야 이미지의 텍스트를 쉽게 추출할 수 있지만 제가 신입일 때는 그런 방법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저만 몰랐을 수도 있어요), 또 출판사에서도 직접 확인하며 입력하는 쪽이 낫다고 했습니다. 표 구성을 가독성 있게 바꿔야 할 수도 있고, 이미지 자체에 오타가 있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문제는 신입 시절 그런 경우를 자주 겪었다는 것입니다. 작가에게 요청하는 것보다 직접 타이핑하는 게 빠를 거라는 말을 듣고, 하나하나 입력하며 씁쓸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표를 이미지로 싣는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편집자의 고충이 조금 알려졌는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또 하나 일화를 이야기하자면, 이것도 신입 시절인데요. 국내 작가의 경제경영서 원고를 한번 교정하고 상사에게 검토받는 중에 설명 텍스트만, 그러니까 검은 명조만 쭉 이어지면 키포인트가 잘 드러나지 않고 단조로워 보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가능한 부분은 인포그래픽이나 도표로 바꿔 정리하고, 또 폰트나 글씨색으로 문단을 구분해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얻었죠. 그날 이후로 그 관점에서 원고를 살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점은 교정 초반에 해야 하는데요, 편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구성을 바꾸다가 오히려 실수만 잔뜩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지가 틀어질 수도 있고요.
경제경영서를 내고 싶다면
제가 만난 경제경영서 작가는 책을 처음 내보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여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강연이나 방송 출연, 또는 블로그 연재 등을 통해서요. 그래서 아직 토양을 다지지 못한 작가라면 먼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또 관련 도서를 찾아 읽으며 공부하다 보면 국내외 경제 상황과 그에 따른 대중의 요구를 원고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경기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책은 유튜브나 블로그와 달리 시시각각 변하는 최근 경기를 담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흐름을 짚어내는 통찰력을 키워서 글로 풀어쓸 수 있으면 좋습니다.
또한 원고를 집필할 때 어떤 주장이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그에 관한 근거를 덧붙여야 하고, 관련 자료를 인용할 때는 출처를 명확히 밝혀 이후 편집 과정에서 나오는 혼선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경기가 급변하는 경우에는 최근 몇 년간의 자료를 인용하는 데 소극적인 작가가 많은데요. 하지만 때로는 그 자료들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 자료를 인용할지 잘 판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대로 인포그래픽이나 도표, 문단 구분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고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방향도 고민해 보면 좋습니다.
커버 사진: Unsplash의Mathieu S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