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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히 Sep 27. 2021

외주 편집자와 일하는 법

얼굴도 못 본 편집자와 잘 지낼 수 있을까?

몇 년 사이 외주 편집자, 즉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서 프리랜서 형태로 출판 편집을 맡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분위기다. 1인 출판사나 소규모 출판사 등에는 편집자가 1~2명 내외로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주로 출판사 직원이 출간 전반을 조율하지만, 편집은 대부분 외주 편집자의 몫이다.


외주 편집자는 내부 편집자와 소통하며 교정교열자처럼 편집 일부분만 맡는 경우와 편집 과정을 모두 맡는 경우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출판사에서는 ‘통으로 맡는다’라는 표현을 쓴다. 외주 편집자가 원고를 통으로 맡게 되면 모든 편집 작업은 외주 편집자에게 넘어간다. 즉 외주 편집자가 책 하나를 오롯이 맡으며 유일하게 원고를 깊이 파고드는 사람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작가는 외주 편집자와 일대일로 소통해야 한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외주 편집자와 협업하는 것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궁금한 사람이 있을지 몰라 여기에 ‘외주 편집자와 일하는 법’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어색한 첫인사

외주 편집자를 정하고 나면 출판사는 대개 외주 편집자에게는 작가의 연락처를, 작가에게는 외주 편집자의 연락처를 알려준다. 물론 그전에 연락처를 건네주겠다는 확인을 거친다. 보통은 외주 편집자가 작가에게 먼저 연락을 한다. 전화나 문자, 메일 등 다양한 수단이 있지만, 작가가 바쁠 수도 있으니 메일 연락이 대부분이다.

 

외주 편집자가 작가에게 첫인사를 할 때는 원고를 검토하고 일정도 숙지한 상태다. 출판사 직원과 이야기를 끝낸 외주 편집자는 출판사에서 전달받은 특이사항이 있으면 작가에게 일러준다. 이때 작가도 특이사항이 있으면 외주 편집자에게 알려주면 좋다.     


2. 일정 확인은 어디에?

출간 일정이 궁금하면 출판사와 외주 편집자 중 어디에 물어봐야 할까?

책임편집을 맡은 만큼 외주 편집자에게 물어봐도 좋고, 책을 출간하기로 한 출판사에 물어봐도 좋다. 어느 쪽이든 작가가 일정을 물어보면 바로 답변하지 않고 확인을 거쳐 일정을 조율한다. 즉 외주 편집자에게 일정을 물어봤으면 외주 편집자가 출판사에 연락해서 확인하는 셈이다. 출판사에 먼저 물어봤으면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 만큼 일정을 비롯한 모든 것의 확인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 다만 외주 편집자는 일정을 궁금해하는 작가에게 두루뭉술한 일정을 먼저 말해줄 수도 있다. 이 일정은 출판사에서 외주 편집자에게 편집 계약 전 알려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출판사에서 외주 편집자에게 작업 의뢰를 할 때 일정을 대략 알려준다. 외주 편집자는 그에 맞춰 스케쥴을 짠다.


외주 편집자는 계약서에 명시된 일정에 따라 움직이지만, 편집 과정에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완벽하게 일정을 따를 수는 없다. 일정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웬만하면 상호 확인을 거쳐 일정이 정해질 때까지 기다리자.     


Photo by Cookie the Pom on Unsplash


3. 의견을 주고받는 법

편집 과정 동안 의견은 보통 메일로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교정지가 오가더라도 대부분은 메일에 외주 편집자와 작가의 의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작가 중에는 전화 통화나 문자, 카톡 등으로 외주 편집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나쁜 방식은 아니지만, 외주 편집자가 출판사에 의견을 전달할 때 곤란한 점이 있다. 전화라면 통화 내용을 글로 다시 작성해야 하고, 문자나 카톡이라면 출판사에서 읽기 쉽도록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외주 편집자는 작가와의 소통 과정을 상황에 따라 출판사에 전달해야 한다. 이때 문자나 카톡을 그대로 캡처해서 출판사에 전달하기는 무척 곤란하다.

따라서 가능하면 의견은 메일로 주고받는 것이 좋다. 외주 편집자가 메일 그대로 출판사에 전달하기 쉽고, 또 작가에게 답장을 보낼 때 출판사 메일 주소를 참조에 걸어두면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된다.


작가 입장에서도 외주 편집자에게 메일을 보낼 때 출판사를 참조로 걸면 편리하다. 어쨌든 출판사도 진행 상황을 바로 알게 되니까. 단, 외주 편집자가 먼저 답하는 게 좋다고 판단되는 것이라면 외주 편집자에게만 메일을 보내면서 출판사에 확인할지를 묻자. 특히 본문에 관한 의견은 원고를 가장 잘 아는 외주 편집자에게만 먼저 묻는 것이 좋다.  

 

4. 이 외에 신경 써야 할 것들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내부 편집자와 다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외주 편집자에게만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외주 편집자와 일하기 전에 고려해보면 좋을 듯하다.


먼저 출간 일정의 경우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다. 내부 편집자의 경우 출간 일정이 늦어지면 다른 단행본 작업과 일정을 조율하면 된다. 하지만 여러 출판사와 협업하는 외주 편집자라면 다른 작업과의 일정 조율이 쉽지 않다. 타사의 출간을 위해 자사의 출간을 미루는 데 동의하는 출판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내부 편집자와 일할 때도 출간 일정이 밀리면 좋지 않다.


특히 외주 편집자는 먼저 작업비의 일정 부분을 계약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책이 출간되면 그달이나 그다음 날에 받는다. 외주 편집자의 문제가 아닌 다른 사정으로 출간이 너무 늦어지면 작업비를 먼저 건네는 출판사도 있다. 하지만 작업이 오롯이 끝나야 외주 편집자도 숨을 돌릴 수 있다. 따라서 작가도 함께 힘을 합쳐 일정을 잘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외주 편집자가 프리랜서로 일하는 만큼 어느 시간대든 연락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외주 편집자마다 사정이 다르다. 사정에 따라 평일 저녁이나 주말까지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평일 낮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출판사와 소통할 수 있게끔 평일 낮에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혹시 몰라 은행이나 병원을 점심에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외주 편집자와도 출판사 직원처럼 평일 근무 시간에 연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커버 사진: Photo by Vladimir Proskurovski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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