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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히 Feb 21. 2022

첫 책을 펴내는 마음

알고 있어도 집필은 어렵다

첫 책 “편집자가 알려주는 중학생의 글쓰기”를 기획하고 집필하고 또 마무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내가 감히 글쓰기에 대해 한마디 거들어도 까?’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면서 느꼈던 바를 한마디로 줄이자면, 알고 있어도 집필은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알고 있어서 더욱 어렵게 다가오는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몇 달을 작가와 함께 작업하고 작가의 애환을 곁에서 지켜본다고 하더라도 한순간에 수고로운 일이 대수로운 일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써 내려가야 할 뿐. 첫 책을 집필하면서 그동안 만나온 작가와의 출간 과정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적어보는 ‘집필 작업이 좀 더 수월해지는’ 소소한 팁들.  

※ 이 글은 모두 글쓴이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때에 따라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1. 기획에 따라 원고를 처음부터 써야 한다면

브런치 작가라면 자신이 그동안 브런치에 써놓은 글을 추려서 책으로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제안한 기획에 따라 원고를 집필해야 한다면 어떨까? “편집자가 알려주는 중학생의 글쓰기”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었다. 당연히 기획 전까지 미리 써놓은 원고는 하나도 없었다. 집필 기한이 정해지고 나서 부랴부랴 자료조사를 하고 틈틈이 원고를 썼지만, 생각보다 진도가 더뎌서 늘 애가 탔다.


기획에 따라 원고를 집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자료조사와 글쓰기에 할애해야 한다. 물론 시간을 더 들인다고 해서 무조건 원고가 써지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동안 몇몇 작가에게 책을 내게 된다면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 더 있을 때 작업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첫 책을 집필하면서 뼈저리게 공감했다.


글을 빨리 쓰면 더욱 좋고, 뒤늦게 쓰면 (물론 좋지 않지만) 출간 일정을 잘 조절하면 극복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연락할 것.’ 초고가 늦어지는 이유를 출판사에 잘 설명하고 이후 계획을 조율해야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2. 출판사에 틈틈이 일정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출간 과정에서 출판사에 다음 일정을 물어보는 건 꽤 중요하다. 달리 보면 나의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셈이다. 출판사에서 교정본을 보내기 전까지 바쁜 일들을 미리 해놓으면 좋다. 상황에 따라 원고 검토 기한이 빡빡할 수 있다. 작가 입장에서 몇 번 더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때 시간이 부족하면 마음이 더욱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미리 일정을 알아두면 괜히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장 별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 일정을 알아두고 이런저런 준비를 해놓으면 좋다. 원고를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초고를 다시 읽어보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출판사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견해도 쌓아 올려야 훗날 아쉬움이 덜하다. 준비 시간에는 자료를 찾아보거나 글을 조금 써놓으면 좋다. 써놓은 글을 다음 교정에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원고의 방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원고 보완 수준이 초고를 아예 뒤집어야 할 정도로 방대하다면, 보완 사항을 출판사에 메일로 보내기 전에 먼저 상의를 거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출간 일정이 늘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출판사에서 초고를 기준으로 작업하고 있는 만큼 모든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출판사와 상의할 때는 원고를 왜 대대적으로 바꾸고 싶은지 조목조목 설명해야 괜한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3. 너무 많은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말 것

먼저 이러한 작가보다 그렇지 않은 작가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알려드린다.

출판사에서 표지 시안을 보냈다고 해보자. 몇몇 작가는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표지 시안을 보내고 의견을 묻고는 한다. 그중에는 독서를 즐겨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책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을 자주 읽는 사람이라도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시안을 지목한다. 따라서 모두 똑같은 시안을 고르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분명 사람들이 꼽은 시안은 여러 개로 갈릴 텐데, 중요한 것은 그 와중에 작가의 귀에 수많은 의견이 들려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몇 번 시안이 좋다고만 말하지 않는다. 몇 번 시안이 이러저러해서 좋고, 나머지 시안은 이러저러해서 아쉽다고 말한다. 애초에 작가는 그러한 의견을 듣기 위해 사람들에게 시안을 보낸 것이니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작가가 그러한 말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당연히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누군가 강한 말투로 시안의 단점을 짚어내기 시작하면 작가는 어느 순간 그 주장에 사로잡힌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받아들이다가 어느새 그 불만이 편집이나 기획 등 여러 방면으로 번져가기도 한다.


반대로 작가가 처음부터 시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때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지인이 작가의 입장에 공감해주면 작가는 더욱 부정적인 감정에 빠르게 사로잡힌다. 그 때문에 시안을 보내고 몇 시간 후에 전화를 걸어 씩씩대는 작가도 여럿 보았다.


무엇보다 의견이 너무 많을수록 작가는 금세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그전까지 편집자와 수월하게 작업해오던 작가라 할지라도 남들의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가 귀에 한번 꽂히면 편집자의 말을 잘 귀담아듣지 못한다. 그러므로 시안이든 다른 검토 사항이든 최소한의 사람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



커버 사진: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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