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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Feb 15. 2016

걸음/여름밤

- 단어로 만드는 이야기들 -

난 대학 입학을 하고 나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과 떨어지게 되는 것이 싫었지만 공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신 여름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신나게 휴가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가족들에게 몇 개월 전부터 스케줄 맞추라고 말해놨다. 평소 같으면 귀찮다느니 바쁘다느니 하는 핑계를 대고 빠질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서 미리미리 손을 써놨다. 드디어 여름방학이 왔고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를 했다. 원래는 장거리를 잘 안 가지만 이번만큼은 멀미약의 힘을 빌어서라도 멀리 가고 싶었다. 사람들이 조금 적을 시간을 생각해서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차 밖으로 지나가는 나무들과 가족들이 모여 앉아있는 모습이 모두 날 들뜨게 했다. 가족들과 떠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면 행복한 여름밤이다.


이동 중에 나는 속이 이상한 것 같아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날따라 안개가 심해서 시야가 침침했다. 몇 걸음 걷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마치 안개가 나를 애워싸듯이 갑자기 짙어지고 뒤를 돌아도 차가 보이지 않았다. 겁이 나서 돌아갔지만 아무리 걸어도 차가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가로등 불빛 같은 게 보여서 다가가는데 미세하게 움직이다가 내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영화에서 보던 요정 같은 날개를 가진 것 같기도 했다. 순간 아래쪽으로 사라졌고 마치 나를 안내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따라갔다. 날 아름다운 판타지 같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뒤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렸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리는데 어지러움이 몰려와서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내가 붙인 멀미약으로 인해 환각 증상을 보게 된 것이고 내가 물속으로 허리춤까지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평소와 비슷해서 다른 사람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내 걸음을 보고 동생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쫒아와서 살 수 있게 되었단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알아주는 가족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환각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링거를 맞고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차로  이동 중이었고 다음에 눈을 뜨니 하늘만 보였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니 특별히 나를 위해 무리해서 빌렸다고 한 요트 위였다. 요트가 달리면서 뺨을 스치는 바람에 뼛속까지 시원 해지는 기분이었다. 비몽사몽 간에 내가 빨리 오자고 졸랐다고 했다. 까마득히 먼 바다 위쪽에 환각에서 본 요정의  날개 같은 모양이 바다에 반사되어 내 눈을 비췄다. 마치 우리 가족이 부러워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는 미소로 대답해 줄 뿐이었다.






누구나 소재 신청 가능합니다. 

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ehdwlsez4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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