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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Feb 15. 2016

인공위성/우물

- 단어로 만드는 이야기들 -

이제 조금 안정됐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 오래돼서 잊어버리고 있던  것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역 사람들이 다쳤을 것이라는 걱정은 됐지만 우리 쪽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감정이 더 컸다. 


사고는 느낀 것은 언제나처럼 거대한 흔들림. 지진과 비슷한 것이었다. 지진과 다른 것은 그 시작이 땅 위라는 것. 이런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인공위성들끼리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한 시점부터였다. 계산대로라면 추락하다가 불타서 소멸해야 했지만 과학기술을 과시하고자 하는 학자들이 그런 열기까지 버틸 수 있고 가벼운 금속을 만들어서 지표면까지 인공위성이 거의 온전히 땅에 떨어지게 됐다. 기술이 오히려 화를 부른 결과였다. 


이미 예전에 인공위성이 1000여 개가 넘어섰지만 끊임없이 정지위성을 띄우는 바람에 피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인공위성 사이의 충돌은 이어졌고 큰 충격으로 사람들을 공격해왔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바다에 많은 양이 추락한다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면에 떨어지는 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 피해를 어쩔 순 없었다. 위성이 어쩔 수 없이 추락했다는 핑계를 이용해 민간인 생활하는 지역을 포함한 원하는 지역에 공격을 감행하는 곳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지하로 내려가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를 원했다. 땅 위에서 살 수 있었지만 공포라는 것은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장비는 부족했고 땅위에 사는 것은 힘들었다. 장비를 빌리는 것이 사는 것과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구입하는 것도 물량이 없어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그때 물기가 바짝 마른  우물이 눈에 들어왔다. 안전을 위해 뚜껑을 덮어놓은. 안 쓴지 이미 수십 년이 된 우물이었다. 우리 가족의 땅이라는 이유로 안 쓰는 땅을 팔라는 사람들의 독촉을 버텨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땅을 파내려 가는 것보다 파내려 간 땅을 옆으로 파는 것은 조금 수월했다. 처음 공구를 잘 움직일 만한 공간을 만드는 동안이 힘들었지만 그 후론 수월해졌다. 그렇게 지금 이곳이 탄생했다. 지하도나 지하철을 위해 뚫어놓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생활 역시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사생활은 사라지고 작은 것도 나눠먹어야 했다. 


물론 이곳에도 몇 가족이 모여 살 긴 했지만 잘 알던 얼굴들이라 그리 나쁘진 않았다. 시답잖은 농담에 실없이 웃거나 매일 반복되는 예전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답답했다. 나가고 싶었다. 언제나처럼 우물을 통해 하늘을 본다. 지금 보이는 밝은 점이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알 길은 없었다. 잠시 숨통이 트이는 감각을 느껴볼 뿐이다. 


우박이라도 떨어지는 걸까. 바깥쪽에서 후드득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인상을 쓰고 생각해보다가 가족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의 공포에 질린 표정을 느꼈는지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우박 같은 것은 더 많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우물 안으로 작은 파편이 떨어져 들어왔다. 가족들에게 달려갔다. 그나마 가족과 함께라 다행이었다. 그렇게 날 위로했다. 우린 그렇게 마지막을 살았다.





누구나 소재 신청 가능합니다. 

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ehdwlsez4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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