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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Feb 16. 2016

또 다른 이야기

어느 날과도  다름없는 하루.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를 끔찍이도 아끼던 어머니는 눈을 감았고 시간이 흘러 한 여자가 어머니의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예전부터 언론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쪽으로 시끄럽던 여자가 결혼한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여자는 그 상황을 즐기는 듯 만족스럽게 받아들였다.


여자의 결혼 소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완전히 잊힐  때쯤. 여자의 남편이 대통령 후보에 오르더니 덜컥 대통령이 되어버리자 전국이 떠들썩했다. 여자는 전국이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로 떠들썩하다는 것을 즐기며 보란 듯이 sns에 자신의 사진과 호화로운 생활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부정적인 글들이 뒤덮여있던 sns에는 여자의 위치를 의식했는지 서서히 아름답다느니 존경스럽다느니 하는 가식적인 말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아름답다고 해주는 반응을 더 만끽하고 싶었는지 틈날 때마다 자신이 아름다운지 물었고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칭찬에 열중했다.


하루는 성장한 자신의 딸과 같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사람들은 일순간 딸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다. 여자의 질문보다 딸에 대한 사심 가득한 관심이 쏟아졌다. 여자는 이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 세상에서 자신이 통째로 지워지는 듯한 반응에 이성을 잃었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다면 당연히 자신의 얼굴이 미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이 정도 자리에 이 정도 얼굴인데 누군가에게 밀린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여자는 자신의 딸도 아니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준비후 고용한 사람에게 시켜 딸을 차에 태워 보냈다. 이동하며 음료수에 약물을 타서 마시게 했다. 정신을 잃은 딸을 외지에 버리고 도망쳤다. 나중에 음료수잔을 보니 약물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남은 액체를 몰래 버리고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정신을 잃었던 딸은 휘청이며 일어섰다. 겨우 살기는 했지만 강한 약물의 후유증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말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살기 위해 걷던 도중 밤이 되어 허름한 창고 같은 곳에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옆에는 7마리의 쥐가 날뛰고 있었다.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못했다. 인기척에 몇몇 쥐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딸을 잠시 노려봤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딸은 나가기를 포기하고 쥐가 귀엽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먹이를 먹는 모습이 귀엽게 보이기도 했지만 팔딱거리는 작은 벌레를 뜯어먹을 때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쥐들은 광부라도 되는 듯이 무너저가는 집 틈바구니에 구멍을 파고 다녔다. 딸은 다시 기력을 잃고 잠이 들었다. 다행히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니 몸이 조금은 움직일  만했다.


딸의 실종은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었고 sns상에서는 태연하게 딸이 잘 지내고 있다는 듯이 글을 올렸다. 계속되는 사람들의 질문과 일이 잘  처리됐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여자는 자신의 의뢰가 잘  처리됐는지 조사했고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시 다른 사람을 시켜서 처리하는 것 보다 스스로 처리하겠다는 생각에 직접 나섰다. 아무도 못 알아보도록 변장이라도 할까 했지만 자신의 얼굴을 최대의 재산이라고 생각한 여자는 얼굴을 망치는 짓을 하기보다 모자와 목도리를 두르고 딸을 찾아갔다.


딸을 버린 장소를 알던 여자는 그 근처를 수색하기 시작했고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딸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딸은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사람도 없어서 당장 목이라도 조를까 했지만 그럴 용기까지는 없던 그녀는 딸이 좋아하던 사과에 약물을 투여해 선물했다. 굶주렸던 딸은 쥐가 벌레를 뜯어먹기라도 하듯이 게걸스럽게 사과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여자는 자신이 알던 모습과 전혀 달라진 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사과를 모두 먹기도 전에 딸은 쓰러져버렸다. 여자는 아무도 없는 주위를 의식하며 부리나케 그곳에서 빠져나갔다. 얼마 후 그 근처를 지나던 청년이 딸을 발견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 어떤 정보도 없던 딸의 가족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딸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서 언뜻 대통령의 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예쁘다거나 누군가를 닮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결국 치료 후 청년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된 딸은 아주 조금씩 회복되어 갔다. 자신의 모든 기억을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최근에 일어난 이야기 몇 가지를 툭툭 던지를 이야기했다. 청년은 그 이야기이 딸의 가족을 찾을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정리해 나갔다. 이야기를 수집해봤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라 그것들이 사실인지조차 믿기 어려웠다.


한동안 조용하다가 결국 국가에서 딸의 실종을 발표하고 전국적으로 공개적으로 수색을 시작했다. 누구도 인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다시 자신이 미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들떠있던 여자는 실종 발표 후 오히려 사람들의 타깃으로 돌아갔다. 딸의 실종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예상부터 무작정 욕을 퍼붓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예전부터 익숙하게 들어온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인간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욕설들이 쏟아지자 여자는 결국 스트레스로 인해 여러 병이 겹치며 스스로 세상과 멀어졌다.


세상이 시끄러운 상황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딸과 이야기하던 청년은 딸을 평생 지켜주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들었던 믿지 못할 이야기를 조금 더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꾸미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발표하기로 했다. 자신이 지킬 여자가 평생 행복하게 지낼 것이라는 해피엔딩으로 결말 지은 이야기.


딸의 실종과 여자의 사망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때쯤 백설공주라는 세상에 없던 이야기가 세상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었다.






누구나 소재 신청 가능합니다. 

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ehdwlsez4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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