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로큰티팟 Jul 26. 2024

말이 돌고 도는 학부모의 세계

구화지문(口禍之門)- 뼈에 깊이 새길 것

내가 좋아하는 언니와 함께 가졌었던 브런치 타임


1년이상 로그인하지 못했던 나의 브런치.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냐면, 우리 첫째와 남편이 오매불망하던 둘째를 임신하고, 낳고 키우는 빅사건이 있었다. 한줄로 요약되니까 간결해보이지만, 이 한줄이 내 인생의 한페이지를 또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어떻게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껏 A4용지에 연필로 그림그리며 살았던 그림쟁이가, 커다란 사이즈의 컨버스에 붓으로 사정없이 그림을 그려 완성해내야하는 단계로 바뀌었다고 설명하면 좀 말이 될까나. 판은 커졌고 나의 붓질은 늘 실전이다. 지우개가 없다. 그나마 수정하려면 컨버스를 말리고 덕지덕지 덧칠할 수만 있을뿐.


8개월의 아이를 키우며 여전히 고군분투중인 내 삶인데 로그인을 하게된 진짜 계기가 있다. 

글을쓰고 싶다는 욕망이 치솟은건

종일 육아만 해야하는 고생스런 시간때문도, 첫째와 둘째를 함께 키우는것에 대한 육아고충 때문도 아니다. 바로 첫째덕에 알게된 '엄마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올해 7세가 된 첫째. 

하고싶은것도 배우고싶은것도 많고 친구관계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 첫째덕분에 유치원 엄마들과 종종 모이거나 학원을 보내며 알게된 아이 친구의 엄마들과 종종 티타임을 갖곤 했다. 자연스레 '육아'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되는데 그러다보니 공감대가 형성되어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쌓인 유대감은 자연스레 아이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게 되거나, 키즈카페를 가거나, 가족단위로 놀이동산을 가게되거나하는 경험을 통해 쌓이게 된다. 결국 부모들끼리도 교류를 하게 되는것이다. 그렇게 알게된 아이 친구의 엄마들중에 말을놓거나 언니 혹은 동생이라 호칭을 부를만큼 가까워진 사이들이 꽤있다. 실로 이 동네에 살면서 필요한 많은 정보들을 알려주기도하고, 밤에 맥주한잔도 하면서 개인사도 털어놓으며 내가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게 된 관계들도 있다. 대부분 그 관계들에 감사하며 살아가고있다. 


그런데 최근에 아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유치원에서 아이의 유치원으로 오게되면서 알게된 어머님인데 같은 학원, 같은 아파트의 거주중이라는 공통사가 있어서 친근하게 대해드리려 노력했다. 그렇게 몇차례 티타임을 갖게 되었는데 처음엔 아이의 교육, 유치원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주 소재였다. 그런데 점점 담임선생님이나 유치원에 대한 불만이나 불평, 우리반에서 다른유치원으로 옮긴 아이에 대한 소문의 진위여부, 옆반이 와해되는데 선동한 엄마의 존재에 대한 사실여부등을 내게 묻곤 했다. 

아니! 우리 유치원으로 옮긴지 얼마되지도 않은 분이 과연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으신거지? 싶은 내부 이야기들을 내게 줄줄줄 말해줄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듣고보니 다른 유치원의 엄마들이 우리 유치원으로 옮긴 이 엄마에게 상세하게 여러 사건들을 일러준듯 보였다. 도대체 이 엄마들은 어떻게 이런 내부사정들을 알게되는건지..?

그 만남을 뒤로하고 집에 올때마다 느꼈던 감정이 별로 개운치가 않다. 최대한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과장없이 말하려 했고, 혹시 싶은 부분들은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상대의 의견엔 적당히 공감해주어야 했기에 딱히 공감되지 않았던 부분들도 끄덕여주고 이해해주는(척) 했던 대화주제가 조금이라도 있었는가. 그 자리를 곱씹게 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가지 분명히 기억에 남는건 내 아이에 대한 물음에 대해선 자신있게 대답해주었단 사실뿐이었으니. 


며칠 후, 소문의 내용에 해당하는 엄마를 개인적으로 만났다. 이 엄마는 내가 비교적 최근, 언니라고 부르게된 분인데 만나면 만날 수록 결이 맞아서 언니와의 만남을 참으로 좋아라 하고 설레고 있던터였다. 슬쩍 언니에게 물어본다. 도대체 언니의 이야기들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했었느냐고. 내가 이런이야기를 타인에게 전해들었는데 혹시 알고 있는거냐고. 

당연히 알턱 없는 언니는 눈이 휘동그레지며 뭐지? 왜지? 누구지?를 연발한다. 

언니에 대한 소문이 그닥 나쁜것이 아니었음에도, 또 그 진위여부를 애초에 내게 물었을때 그 누구보다 격하게 반박했던 나였지만 그날 나와 언니는 '아 진짜 말 조심 해야겠다'고 수없이 말하고 또 다짐했다. 사방이 적이고, 사방에 입이 있구나. 나쁜의도 없이 내뱉은 나의 아이와 반의 이야기들이 타인의 사견들이 섞여나가며 얼마나 크게 와전되는지 실감했다고 해야하나. 


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으로, 재앙이 입으로부터 나오고 입으로부터 들어간다 하여 옛부터 성현의 가르침에 입을 조심하라는 글이 많이 있다. [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이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진짜 말조심해야된다고 최근 초등학교 입학한 아들을 두고 있는 내 친구가 일러주는 말이었다. 

근데 7세때도 적용되는 말이었구나 싶다. 


며칠전 축구학원에서 만난 5세때 같은 원을 보냈었던 아이 친구의 엄마가 내게 말한다. 

"티팟님 아들 영어 잘한다면서요~? 소문이 자자해요~ 대치로 가보지 그래요~"


어제 정기상담으로 통화를 하게된 아이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 그런다. 

"OO 바이올린 학원 시작했다면서요? XX 엄마에게 전해들었어요. XX도 학원 알아보고 있다더라구요~"


아. 간담이 서늘하다. 

내 아이의 이야기가 또 어디선가 회자되고 있을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든다. 

공부를 잘한다, 뭘 잘한다 듣기는 참 좋은말이지만 나쁜소문도 그렇게 빨리 돌 수 밖에 없단걸 반증하고 있는것 같아서. 


항상 말조심, 입조심, 소문조심 해야해

들어놓고 못들은척도 못하는 성격이지만, 적어도 내 지인들의 대한 이야기만큼은 격분할 수 있는(?) 

대담함은 갖고 싶다. 그게 혹여 내게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칠 수 있다고 할지어도.

라는 마음으로 써보는 2024 나의 첫 브런치. 

작가의 이전글 6세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고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