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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는 정말 서로 사랑할까?

하늘을 날며 꼭 붙어 다니는 두 마리의 곤충. 마치 연인이 손을 꼭 잡고 걷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래서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이 곤충을 ‘러브버그(Lovebug)’, 즉 ‘사랑 벌레’라고 부릅니다.

오늘도 커피숖에 오는 길에 10쌍은 본 것 같아요. 그런데 과연 이들은 진짜 이름처럼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요?


‘사랑’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본능의 전략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nearctica)입니다. 붉은 머리와 검은 몸통이 특징이며, 주로 짝짓기를 할 때나 짝짓기를 마친 후에도 암수 한 쌍이 붙어 다니는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러브버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투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이라기보다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물학적 전략입니다.

수컷은 교미 중이거나 교미가 끝난 후에도 암컷에게 계속 붙어 있으면서, 다른 수컷이 암컷과 다시 교미하지 못하도록 차단합니다.


이는 자신의 유전자를 100%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죠. 실제로 수컷의 생식기는 집게처럼 생겨 암컷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게 진화되어 있습니다.



왜 대부분 짝을 이룬 모습일까?


러브버그의 성충 수명은 3일에서 길어야 6~7일 정도로 매우 짧습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짝짓기에 집중합니다.


평균적으로 성충은 약 4~5일을 살며, 암컷은 수컷과 2~3일 동안 짝짓기를 유지한 뒤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합니다.


그 결과, 우리가 러브버그를 볼 때마다 대부분이 짝을 이룬 채 있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들의 짧은 삶 대부분이 짝짓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눈에는 애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은 본능에 따라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사람에게는 불편하지만, 자연엔 유익한 곤충


러브버그는 대량 출몰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합니다. 자동차에 들러붙거나 옷에 달라붙기도 하죠.


하지만 이들은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 무해한 곤충이며,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생태계에는 유익한 존재입니다.


러브버그 유충은 썩은 식물질과 낙엽 등을 분해하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연의 순환을 돕는 중요한 생태계 구성원인 셈입니다.


러브버그의 ‘사랑’은 사랑일까?


결국 러브버그가 보여주는 ‘함께 있음’은 인간이 말하는 감정적인 사랑이라기보다, 종족 보존을 위한 생존 본능의 결과입니다.


그들의 동행은 낭만적인 연애가 아니라, 진화를 통해 최적화된 번식 전략의 표출인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러브버그가 덜 아름다운 존재는 아닙니다. 짧은 생애 동안 본능에 충실한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생명의 힘과 자연의 질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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