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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가는 Mar 06. 2020

우리 집에 백조가 산다

백수 할 때 백조 말고, 진짜 백조! 


요즘 나의 유일한 낙은 아침 산책이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침대에서 10여 분간을 뒹굴거리다가 주섬주섬 세수하고 선크림만 바르고 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집 근처의 하구둑. 탁 트인 하구둑을 걷다 보면 정신이 또렷해지는 기분이다. 


하구둑 걷기의 묘미 중 하나는 백조 관찰하기다. 큰고니라고 불리는 백조는 시베리아에서 온 귀한 철새 손님이다. 유유하게 헤엄을 치고 잠수를 해 아침 식사를 하는 백조를 하염없이 구경하면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른다. 아쉽게도 3월 초, 그러니까 이제 곧 백조들은 시베리아로 돌아가야 한단다. 그들의 몸에 지니고 태어난 시계가 말해주고, 또 점점 따뜻해지는 한국이 말해준다. 가야 할 시간이라고. 그래서 나는 요즘 더 부지런히 백조 구경을 한다. 마치 내가 키우는 백조인양 애착이 생긴다. 진짜 내 것은 아니지만 마치 이 전체 하구둑이 내 것인양 아침마다 들여다보고 속으로 혼자 백조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하구둑에 도착을 하면 오늘은 몇 마리가 나왔는지 세본다. 행여나 인사도 없이 떠나버릴까 마음이 조마조마하며 말이다. 

백조의 아침식사. 나는 한참을 서서 바라보고 있다. 




백조 구간을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면 청둥오리 구간이 나온다. 청둥오리는 참 신기하게 암컷과 수컷이 항상 같이 다닌다. 둘이 주먹만 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헤엄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내 입가도 덩달아 쌜룩거린다. 어쩌면 여기 와서 새로 생겼는지도 모르는 작은 새끼들을 보고 있으면 나는 괜히 나와 나의 남편이, 그리고 미래에 생길 나의 아이가 생각이 나서 감상에 빠지는지도 모르겠다. 생물을 전공하는 남편에게 물어보니 하구둑은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구간이라 플랑크톤이 풍부하단다. 우리 눈에는 오물처럼 보일지 모르는 둑 금방의 찰랑거리는 거품도 사실은 그들의 풍부한 먹이일 수 있단다. 백조가 우아한 발레리나 같다면, 청둥오리들은 자그마한 조약돌 같다. 연갈색, 진갈색, 윤기 나는 청록색을 오묘한 색깔을 보고 있으면 창조주의 예술 감각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약돌 같은 청둥오리들 
낮잠을 자고 있는 철새들 




이렇게 그들을 관찰하며 한참을 걷고 나면 30분은 금방 흐른다. 군산의 도시 전경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벅차오른다. 공장들과 아파트 숲 사이에서 이런 철새들은 올해도 오고 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오늘도 열심히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우리 도시의 모습. 이곳을 방문한 철새 손님들이 안전하고 오래오래 있다 갈 수 있도록 자연을 더 가꾸고 싶다.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도록 이 도시를 오래토록 사랑하고 싶다. 


멀리 보이는 군산의 공장과 아파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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