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일본의 추상 흐름을 250여 점의 원작과 느끼다_ 아티즌 미술관
7박 8일의 긴 도쿄 여행 동안 아티즌 미술관의 <ABSTRACTION> 전시에 다녀왔다.
도쿄역에 가까이 위치한 미술관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조인 추상파를 볼 생각에 잔뜩 설렜다.
해당 전시는 23년 8월 20일까지 진행하는 전시로, 혹시 도쿄에 갈 계획이 있다면 꼭! 방문해 보길.
처음부터 으리으리하고 고급진 시설에 놀라버렸다..
디자인이 어찌나 골드+세련미가 넘치던지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화장실도 너무 고급진 나머지,,,,
사진 욕구를 참지 못한 나 자신
정말이지 인테리어, 건축 모두 내 스타일.
참고로 미술관 방문 전 온라인 예매를 해두면
200엔 더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하기 사이트에서 꼭 예매하고 가기.
https://www.artizon.museum/ko/
+ 사진 촬영은 전반적으로 가능하나,
중요 작품인 경우 불가능하다는
표시가 있으니 주의하기!
Section 1
Origins of Abstract Art
첫 번째 섹션은 본격 추상화로 들어가기 전
유화 작품이 소개된다.
추상이 태동하기 전의 새싹이 보이는 작품이랄까.
반 고흐, 폴 고갱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으로 시작되어 놀랐다.
폴 고갱이 본격적으로
야수파 추상화로 넘어가기 전 작품인 듯한 그림.
야수파의 붉은색, 파란색 등의 강렬한 컬러보다는 보다 일반적이고 실제적인 컬러가 더 드러난다.
그리고 처음 본 모네의 작품
석양을 표현한 것이 정말 예뻤다. 마치 실제로 이렇게 아름다운 석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거기에 유화, 인상파 특유의 붓질로 더 센티멘털하게 느껴졌다.
Section 2
Fauvism and Cubism
앙리 마티스 특유의 색감이 드러나는 그림.
초록색과 연한 분홍색 등
실제 도시에선 드러나지 않는다던지
함께 잘 쓰이지 않는 색깔이 그려져 있는 것이 인상 깊다.
앙리 마티스인가 했는데 화풍이 살짝 다르다. 마티스보다 좀 더 선이 부드러운 느낌.
앙드레 드랭,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도 이렇게 파스텔톤 컬러를 많이 활용했나 보다.
앙드레 드랭의 다른 작품.
푸른 눈이 아름다운 신사가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드디어 등장한 입체파의 아버지, 폴 세잔!
특유의 파편화된 도형들로 풍경을 그려냈다.
조르주 브라크 또한 피카소와 함께 입체파를 본격적으로 대중화시킨 화가이다.
테이블...이라고 하지만, 역시 조각조각 파편화된 이미지들로 어떤 모습의 테이블인지는 보는 이의 상상에 맡긴다.
입체파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Section 3
Genesis of Abstract Painting: Orphism, Futurism, Der Blaue Reiter, Bauhaus, De Stijl, and Abstraction-Creation
세 번째 섹션은 미래주의, 바우하우스 등 추상화의 '기원'이라고 명칭 되었다.
파울 클레는 독일 화가로 청기사파(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가 대표하는), 바우하우스와 관계를 맺었으나
정확히 특정 사조로 분류되지 않는 독자적인 화풍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파울 클레의 작품을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마치 한국의 전통 조각보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의 칸딘스키 유화작품은 처음 봤다.
아직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선과 도형으로 이루어진 그림으로 넘어가기 전 작품인 듯하다.
확 마음에 와닿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칸딘스키 특유의 화풍이 드러난 작품.
작품이 너무 많아서 중간중간 쉬었는데 미술관 내부가 정말 멋졌다.
Section 5
Hot Abstraction and Lyrical Abstraction
장 드뷔페의 작품은 처음 보았는데, 찾아보니 재미있는 화풍을 가진 작가였다.
딱 저런 표정의 인물들을 아주 굵고 선명한 선과 화려한 컬러로 그려낸달까.
그리고 처음 듣는 작가였지만 인상 깊었던 자오 우기의 작품
한국말로 번역하면 '잠긴 도시'.
조각조각난 요소들 속에서 마치 데칼코마니와 같이 도시의 모습이 물에 비치는 것이 고스란히 보였다.
Section 6
Trans-Atlantic: Pierre Matisse and His Surroundings
여섯 번째 섹션에서는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미술관에서 봤던 호안미로 작품이 떠올라서 찍은 작품.
Section 7
Abstract Expressionism
폴록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액션 페인팅.
잭슨 폴록의 작품은, 붓질 하나하나에서 그 액션이 주는 에너지와 역동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요동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
마크 로쓰코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항상 두 가지 색감을 반으로 나눈다던지, 액자 형태로 구분한다던지 하여 그림을 그린다.
그 채도가 낮은 컬러와 단순한 구획이 주는 차분함을 사랑한다.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왠지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어딘가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서 본 알렉산더 칼더전(모빌)이 떠오른 작품
청동인데 불구하고 특유의 날아갈 듯 가벼운 율동감이 느껴진다.
Section 8
Evolution of Postwar Japanese Abstract Painting (to the 1960s)
이 섹션은 일본 작가 작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오카다 겐조라는 작가의 유토피아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파스텔톤을 쓰긴 했지만 어두운 톤과 불명확한 라인으로.. 오히려 불안함을 주는 유토피아랄까.
Section 9 Gutai
이 섹션에는 요즘 '호박'으로 가장 핫한 일본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 깊지는 않아서 찍지는 않았지만 궁금하다면 도쿄 여행 시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Section 10
Takiguchi Shuzo and the Jikken Kobo (Experimental Workshop)
Section 11
Future Paths of POSTWAR ABSTRACTIONS: Hans Hartung, Pierre Soulages, and Zao Wou-ki
차가운 색감과 스프레이를 뿌린 듯한 화풍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
Section 12
Contemporary Artists: Rita Ackermann, Anne Kagioka Rigoulet, Lou Zhenggang, Tsugami Miyuki, Shibata Toshio, Takabatake Yoriko, and Yokomizo Miyuki
그리고 정말 좋았던 '쓰가미 미유키'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
'물'을 주제로 여러 가지 형태의 추상화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 컬러감과 번진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마치, 이건 시력이 안 좋은 사람들만 공감하겠지만
시야가 흐릿해진 상태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불빛과 그 빛에 젖은 경관들을 바라보는 느낌?
점심시간에 잠깐 미술관을 들른 일본 직장인들도 감탄하던 작품.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들이 잠시 들렀는지 이 작품 앞에 서성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라.
야마가타 신사를 찍은 사진인데, 물결이 퍼지는 모습을 어찌나 장엄하게 잘 잡아냈던지.
그리고 가장 좋았던 요코미조 미유키의 작품.
이 작가도 아티즌 미술관에서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나도 모르게 눈물을.... 또르륵 흘리게 만들었다.
이 얽힌 선들과 중간중간 뭉친 물감들을 보며 '인간관계'를 떠올렸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관계를 거치고, 좋든 나쁘든 어떠한 연을 맺는 거겠지.
그렇게 만들어진 연들이 일종의 파장을 일으켜 나에게 물감 덩어리로 남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가며, 더 넓게 펼쳐질 앞으로의 관계성에서는 하나의 물감 덩어리일 뿐이기도 하다.
최근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 관계가 있었다.
그 관계도 결국 이렇게 내 삶의 하나의 물감 덩어리로 무덤덤하게 남기도 하는 거겠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나도 모르게 눈물을 도르륵.. 흘렸던 작품.
이 선을 보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마치 인생을 표현한 것 같달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똑바르게 나아가다 몇 방울을 필사적으로 토해내기도 하는.
그럼에도 계속 이어지는.
이것이 삶의 line 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렇게나 많은, 그리고 유명한 추상화가의 작품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니.
도쿄에 온다면 꼭! 추천하는 아티즌 미술관의 ABSTRACTION 전시.
개인적으로 미술관 인테리어가 너무 멋져서.... 다른 전시도 보러 오고 싶다 ㅜㅜ!
도쿄에 다시 온다면 이 미술관은 필수로 방문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