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었으니 시를 써야지
이 밤
난 시를 읽은 문외한
오랜만에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남편의 발밑에 펼쳐진 책들 사이로 손을 뻗어 시집을 들었다
반가운 제목 따라 눈알을 굴리고 굴려봐도
논리 없는 말들만 책장을 굴러다니고
못 알아듣는다고 내 앞에서 내 얘기하는 외국인을 만난 듯
기분 나빠 더는 못 읽겠네
휴일 밤.
남편과 나란히 엎드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나눠 읽는 시간. 손끝으로 만져지는 종이의 감촉과 코끝을 맴도는 책장의 냄새 끝에 시를 만났고 난 뒷걸음질 쳐 아들옆에 누웠다.
텅 빈 머릿속을 시한테 들켜버린 것 같잖아.. 꿈속으로 도망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