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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박 Jan 20. 2022

UX writing의 다크패턴

우리가 서비스를 설계할 때 경계해야 하는 것




이 앱 어때? 
음... 막 엄청 좋은 건 아닌데... 그냥 느낌이 그래.




고객이 아닌, 서비스를 설계하는 사람의 입으로 말하기에는 뭔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표현입니다. 다행히도 저는 joo jun님의 글을 읽고 몇몇 서비스에서 느꼈던 저의 묘한 불쾌감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ux writing에 대해 무지하단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글을 읽기 전까지 제가 ux writing에 대해 알고 있던 점은 '사용자 친화적인 언어로 전달하려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해' 정도의 나이브한 마인드 세팅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joo jun님께 감사드린단 말을 올리며,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이해한 ux writing의 다크패턴, 그중에서도 confirm shaming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In UX-speak, dark patterns are mysterious, veiled attempts to inspire conversions by tricking web visitors and prospective customers into an action they didn’t intend.”

Erin Schroeder, senior content strategist and writer at Geonetric








Confirm shaming 

혹은 

Manipulink라고 불리는 그것.


Confirm shaming(직역하자면 수치심을 주는 팝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혹은 Manipulnik(manipulate+link의 합성어인 것 같아요. 직역하면 조종하는 링크 정도 되겠습니다)라고 불리는 이 ux writing 다크패턴은 유저에게 라이팅으로 수치심이나 불안감 등을 주어, 유저가 기존에 원치 않았던 선택을 하도록 종용하는 행위를 말합니다(Nielsen Norman Group은 이걸 Needy pattern이라고도 부릅니다). Confirm shaming 또는 Manipulink는 사용자에게 짜증이나 불쾌함 같은 부정적인 경험을 유발합니다. 웹 기반 서비스가 주를 이루던 때에 뉴스레터 구독을 유도할 때 많이 보였던 패턴으로 아래 대표적인 예시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Confirm shaming 예시로 늘 등판하는 아마존 미안

아마존 프라임 가입을 유도하는 팝업입니다. 아마존 프라임을 가입하면 기간 제한 없이 하루 배송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존은 고객이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길 간절히 원했겠죠. 해당 팝업의 거절 라이팅을 "괜찮아. 나는 무제한 총알 배송이 필요 없어"라고 함으로써 아마존 프라임의 혜택을 강조하며 마지막으로 한번 더 거절하려는 사용자를 붙잡아 봅니다. 



공급자 입장에선 '아마존 프라임의 혜택을 한번 더 강조해서 우리 상품의 장점을 잘 전달했어! 예쓰!'라고 생각했겠지만 저걸 본 사용자는 어떨까요? 거절 버튼을 누르려던 사용자는 마치 자신이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이 질척인다고도 느낄 수 있겠죠. 둘 다 좋은 감정은 아닙니다. 만일 아마존 프라임이 정말 좋은 상품이라 유저에게 꼭 전달하고 싶었다면, 추후에 유저가 아마존 프라임을 쓰면 정말 좋을 것 같은 맥락에 다시 한번 자연스럽게 권유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위 예시의 유사품으로는 "No. I don't like great news.", "No, I prefer to pay more."등이 있습니다.




우리는 위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라이팅 혹은 디자인을 

3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단계 실수에 의해 만들어진 부정적인 감정 : 

디자이너가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유저들이 싫어할만한 무언가가 실수로 만들어진 경우.


2단계 반복에 의해 만들어진 부정적인 감정 : 

초기에는 긍정적이었던 것이 반복적인 노출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으로 변하는 경우.


3단계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부정적인 감정 : 

불쾌한 감정을 의도해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경우.


각 단계의 결과는 유저의 경험을 안 좋게 합니다. 특히 3단계와 같이 회사의 목적 달성을 위해 유저의 부정적 경험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confirm shaming을 사용하는 경우는 더욱더 좋지 못한 UX라고 볼 수 있습니다.




Confirm shaming은 

사용자 관점에서 

정말 아무 이점도 없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유저들이 빠른 절차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합니다. 하지만, confirm shaming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반대의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confirm shaming을 통해 유저가 특정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pause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만약 옵션들이 단순하게 '예 / 아니오'로 되어있다면, 유저들은 각자의 주관에 따라 옵션을 인지하고 빠르게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예 / 아니오. 저는 그냥 돈을 더 지불할래요'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사용자의 주의를 끌게 되는 라이팅을 추가한다면 사용자들은 팝업을 보고 멈칫할 것입니다.


하지만 confirm shaming으로 비롯된 pause는 유저의 선택에 뒤따르는 액션에 대한 심사숙고가 아닌, 아 내가 호구인가... 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pause입니다. Confirm shaming에서 비롯된 전환도 마찬가지겠죠.




한 유저에게 

Confirm shaming 모달과 

그렇지 않은 모달을 보여주었습니다.


(Kate Moran과 Kim Salazar의 간단한 AB테스트 입니다)

한 개는 Confirm shaming을 사용한 [Woman's Health]의 모달이고, 그렇지 않은 모달은 [WebMD]의 모달입니다. 


유저는 [Woman's Health]의 모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운동 계획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게다가 고객은 [Woman's Health]가 교묘한 트릭을 써서 뉴스레터에 가입하게 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이거는 프로모션을 가장한 뉴스레터 가입 양식 같네요. 저는 거절을 누를 것 같아요. 뉴스레터에 가입하면 운동 조언도 오지만 광고도 많이 발송된다는 것을 알거든요."


유저는 [Web MD]의 모달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저는 WebMD의 팝업을 더 선호했습니다. "저는 이 팝업이 더 좋네요. 왜냐면 더 진지하고, 얄궂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리고 본론을 바로 말해줘서 좋아요. 어떤 내용인지 분명하게 인지되고, 잘못 읽는 걸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아요."


이 실험은 두 모달에 대한 유저 한 명의 정성적인 반응이지만, ux writing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시사합니다. 유저들은 우리 생각보다 더 디지털 친화적이고, 시스템에 능숙합니다.




그리고 

Confirm shaming에서 예상되는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위의 예시들에서는 주로 [취소] 버튼의 변주로 만들어진 confirm shaming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합니다.


 많은 경우에 confirm shaming이 포함된 라이팅은 서비스가 어떤 것을 제공하려고 하는 것인지 분명히 전달하지 못합니다. 바로 위의 예시는 [확인] 버튼의 라이팅에 변주를 주어 confirm shaming을 만듭니다. 조금 더 간접적으로 confirm shaming을 전달할 뿐, '아니오'를 선택한 유저는 자신이 7,000원을 포기한 비합리적 소비자인가 라는 찝찝함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위 모달은 멤버십 가입을 제안하고 있지만 [7,000원 받기] 버튼이 의미하는 액션이 멤버십 가입을 위한 것인지 분명히 전달하고 있지 않습니다. 7,000p에 관심이 있어 버튼을 누른 유저들은 다음 화면에서 곧 멤버십 가입 안내 또는 결제 화면을 보게 되겠죠. 




우리는 

Confirm shaming을 

경계해야 해요.


우리는 인간이기에 간혹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어디까지가 confirm shaming이고 어디까지가 획기적인 라이팅인지 명확히 알 순 없지만(어디까지 웃어넘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불쾌한 농담처럼), 그래도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기에 confirm shaming을 스스로 경계하는 자세를 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위의 장점들은 절대 confirm shaming의 단점을 커버하지 못합니다. Confirm shaming으로 이룰 수 있는 성과가 달콤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패턴을 사용해 얻어낸 성과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그리고 이 대가는 AB test로 쉽게 정량화되지 않는 방식으로 유저의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전환율이 빠르게 올라가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유저를 불쾌하게 함으로써 장기적 손실을 초래합니다. 


전환율을 높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간에, (당연한 얘기지만) 늘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내가 유저라면 이런 이슈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나는 서비스에서 어떤 대접을 받길 원하나요? 전환율은 매우 중요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희생시켜서 유저를 종용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전환율 상승을 위해 다크 패턴을 사용하는 것은 유혹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은 그들이 원치 않는 것으로 '유인'됐다는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작은 전환율을 위한 시도들은 서비스 전반적인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들이 마치 절대 불변의 원칙들처럼 모든 케이스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겠지만, confirm sham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오늘 또 알았고 그것의 위험함에 대해서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서비스를 설계할 때 제 스스로 더 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년 한 세미나에서 들었던 얘기 중, 한 금융사의 ux writing 개선에 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해당 금융사는 서비스 온보딩 시 '해요'체를 사용해서 유저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사용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대시키기 위해 '해요'체를 서비스 전반에 적용시켰지만 그 결과는 예상만큼 좋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진중한 태도가 요구되는 플로우에서는 유저에게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등의 부정적인 경험을 낳았다고 합니다. 


ux writing이란 분야는 그 통일성과 브랜드 이미지 및 정확한 내용 전달을 위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게,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전문 writer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꼈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에,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이 글이 ux writing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CONFIRMSHAMING

Confirm shaming: The dark side of copywriting

Stop Shaming Your Users for Micro Conversions

Needy Design Patterns: Please-Don’t-Go Popups & Get-Back-to-Me T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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