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습하고 더운 날씨에 대적할 수 있는 건 에어컨밖에 없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데,
동부인지 서부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친구가 사는 곳에서는 여름에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켠다고 해서,,
와~ 그랬던 적이 있는데,,
요즘 우리나라가 그렇다.
생각해보니 나 어릴 적에는 에어컨 있는 집이 없었다.
에어컨은커녕 냉장고도 많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추억 소환을 해보면,,
우리 집에 골드스타 냉장고가 있기 전에는 아이스박스가 당당하게 있었다.
아이스박스에 커다란 얼음을 넣고,, 그 안에 반찬이나 과일 등을 보관했었다.
와,, 나 정말 옛날 사람임.. ^^
그러다 드디어 냉장고가 우리 집에도 등장했다.
냉장고를 날마다 켠 게 아니라,
여름에만 켜고 겨울에는 꺼두었다.
그때는 우리 집만 그랬던 게 아니라,, 다른 집도 다 그랬었다.
우리 집만 특별히 가난했거나 그런 게 아니다. ㅋ
에어컨이 없던 그 시절,,
여름날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우리 집만의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등목이다.
우리 집 마당 한켠에는 수돗가가 있었다.
여름만 되면 우리 엄마가 형제자매들을 엎드리게 해서
차가운 물 한 바가지를 등에다 퍼부어주었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등에는 차가운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센서라도 있는 건지 모르겠다.
손으로 만졌을 때는 물이 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등에 붓기만 하면 얼음물처럼 차가워서 몸을 비비 꼬며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있다.
더위를 식혀준 것 하나 더 말하라고 하면,
'전설의 고향'을 꼽겠다.
난 초딩 시절에 '전설의 고향' 광팬이었다.
아직도 그 드라마의 시그널 음악이 기억난다.
수묵화 같은 화면에 '전설의 고향'이라는 글자가 세로로 써 있었다.
'고향'은 한자였던 듯..
그런데 이 '전설의 고향'에서 여름이면 '남량특집'이라는 걸 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귀신이 깊은 밤 신임 사또 앞에 나타나는 <장화홍련전> 버전 이야기,
여우가 여자로 변신해 남자를 만나 혼인했는데, 남편이 백 일 동안 여우 본 걸 얘기하지 말아야 하는데,
99일째 되는 날에 발설해서 여우가 인간이 되지 못하고 다시 여우가 되는 <구미호> 버전 이야기 등인데,,
어린 마음에도 귀신이 어찌나 무서웠는지
나는 늘 똑바로 TV를 쳐다보지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이불로 눈을 가리고 보았다.
(찾아보니 '전설의 고향' 첫 번째 이야기는 1977년도부터 방송되었단다. 대박~)
예전에는 남량특집이라고 해서 무서운 방송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여름이라고 따로 남량특집 같은 걸 하지는 않는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서 남량특집을 보면서 더위를 식히지는 않는 모양이다.
무서운 드라마를 보면서 등골이 시원해지는 것보다는
워터파크 같은 데서 직접적인 시원함을 몸으로 느끼거나,,
에어컨만 켜놓아도 시원해지니까 굳이 남량특집을 하지 않아도 되나 보다.
맞다, 요즘에는 에어컨 켜놓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만 봐도,,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