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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Dec 06. 2022

집콕 요리

새로운 재료

집안일을 돕는 아이가 똑똑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호주 라트로브 대학 연구진은 최근 207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13세 자녀를 둔 이들에게 아이의 가사 참여 정도와 이에 따른 유연한 사고력, 행동 자제력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식사 준비를 돕는 아이는 자제력과 기억력이 좋았다고 한다. 옷이나 침구류를 바르게 정돈할 줄 아는 어린이는 숙제나 문제 해결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연구 결과 "'자제력'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중요한 능력"이라며 "아이들은 집안일을 통해 삶의 중요한 덕목을 고루 익힐 수 있다"라고 했다.      

    

아이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요리 종류를 찾다가 만두를 생각해냈었다.

밀가루 반죽을 해볼까 하다가 그건 너무 일이 커지는 것 같아 만들어진 만두피를 사 두었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다가 토요일에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는데 전날 만두소 재료를 사두지 못했다. 갈아놓은 돼지고기와 당면, 부추 등을 좀 넣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사러 가기엔 번거로웠다.



싱크대 문을 열자 추석 때 선물 받았던 스팸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도 고기지?’ 하는 생각에 “우리 고기 대신 스팸 넣어볼까?” 하니 대답이 없었다.          



스팸을 잘게 잘라달라고 아이들에게 주문하고 나는 당면을 삶았다. 물기 뺀 당면에 진간장을 좀 넣었다. 잘라진 스팸은 뜨거운 물에 데쳐내고 당면과 섞었다. 섞인 재료들을 한번 맛보라고 하니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맛있다고 외쳐댔다.

우와. 짭조름하고 담백한 맛의 스팸과 쫄깃한 살짝 싱거운 당면의 조합이 꽤나 괜찮았다.     



아이들의 만두 만들기

1. 만두피를 한 겹씩 떼어 접시에 쫙 펼쳐 놓는다.

2. 물그릇, 숟가락, 앞접시도 준비한다. 중간중간 만두소를 떠먹기에도 바쁘다.

3. 만두소를 한 숟가락 만두피의 중간에 떠 놓고 가장자리엔 물을 손가락으로 묻힌다.

4. 만두피를 접거나 모아서 모양을 만든다.

5. 찜기에 10분 정도 찐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스팸 만두’이다.



냄비에서 꺼내자마자 시식을 해보니 정말 새롭고 특별한 맛이었다. 이거 만들어서 팔아도 되겠다며 값도 매겨보고 아이들과 즐거운 상상을 하며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나에게는 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매일 하는 식사 준비가 일이 아닌 놀이로 보였던 것 같다. 도마를 여러 개 준비하고 비교적 안전할 것 같은 작은 톱니 모양의 과일칼로 여러 개 준비해놓고 아이들이 재료를 직접 자를 수 있도록 종종 요구했다. 그러면 흔쾌히 하겠다고 한다.    



물론 손이 베인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아파하고 겁내 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경험 쌓기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들이 직접 자르고 만든 음식들은 대체적으로 잘 먹기도 한다.     


주체적으로 하는 활동들은 역시 흥미를 가지는 것 같다.          


이렇게 같이 요리라는 것을 해보고 나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며 아주 흡족해했고 다음번에는 몇 개 먹을까, 무슨 모양 만들까, 뭐 넣어볼까 수다스럽다.          


번거롭지만 그래도 즐거운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     


다음번에는 뭘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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