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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Mar 09. 2021

기록 자습서

김신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기록'에 대한 책이 참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나만 해도 작년부터 기록에 대한 책을 수 권 읽은 것 같다. 『아무튼 메모』, 『기록의 쓸모』 같은 책들. 모르긴 몰라도, 바이러스로 온 세상의 행동이 제약을 받는 상황 속에서 자신과 함께 보내는 고요한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각자의 일상, 내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여유가 주어진 것도 이런 흐름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만 해도 작년 한 해 코로나가 휩쓸고 간 시간들 속에서도 꾸준히 적었던 기록물들이 있어 한 해 동안 내가 보냈던 의미 있는 시간들을 인지하고 건져 올릴 수 있었고, 그게 다소간 있었던 무기력감을 없애주었다.


기록에 관한 여러 책들처럼 이 책도 기록을 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부여를 잔뜩 보유하고 있다. 여느 책들과 조금 다르다면, 실제 연습을 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 '예를 들면' 란에서는 저자의 실제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기록 자습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문장들도 매력적이고, 때로는 작은 웃음이 번지게 하기도 한다.


읽으면서 아 이건 좀더 잘 기록해야겠다, 싶은 건 육아일기였다. 지금도 아들 이름으로 된 인스타 계정에 사진과 함께 그날의 발달사항이나 사랑스러운 점들을 적어두고, 바인더에도 같이 기록하고 있는데, 이걸 계속 꾸준히 해서 나중에 여기 책에 나온 사례처럼 아이의 스무 살 생일에 선물로 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들에도 자신은 부모님에게 꾸준히 따뜻한 사랑을 받았었다는 것을 알게 하도록, 그래서 험한 세상을 살면서 꺼지지 않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제일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기록을 쌓는다는 것은 시간을 쌓는다는 것,

시간을 쌓는다는 것은 마음을 쌓는다는 책의 말이 맞는다.


프롤로그의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으니까요."라는 문장을 곱씹어 보니 모든 삶은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도 읽히기도 했다. 모든 이의 삶은, 또 매일 똑같은 것 같은 나의 삶은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이걸 깨달으면 삶에 감사가 넘친다. 그래서 삶의 소소한 기록은 감사로 이어진다. 나는 이게 너무 마음에 든다. 내 인생의 시간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간들 중에서 어느 것도 불필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나와 다른 이들을 존중하게 된다. 기록의 순기능.



▲ 추천하는 대상

- 기록을 하고 싶지만 작심삼일로 끝나 아쉬운 사람

- 매일 나만이 할 수 있는 기록의 콘텐츠를 발견하고 싶은 사람





* 남겨두기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억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을 기록할 순 없으니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더 중요해지고, 덜 중요한 것은 덜 중요해지겠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기록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겪게 됩니다. 하루가 촘촘해질 테니까요." - 10 p.


"모두가 이렇게 종류별 기록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기록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게 해주고, 삶이 건네는 사소한 기쁨들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 말이에요." - 11 p.


"5년 다이어리는 매일 밤 지친 채 책상 앞에 앉은 저를 작년 오늘로, 재작년 오늘로 데려가면서 말해주었습니다. 매일이 하루치의 인생이라고. 오늘을 잘못 쓴 메모처럼 아무렇게나 구겨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잠들기 전 5분 만이라도 시간의 틈새를 펼쳐 들여다보라고. 평범한 일상이 평범하게 유지되기까지 내가 어떻게 애쓰고 있는지, 그런 나 자신이 얼마나 대견한 건지, 똑같다고 여긴 하루하루 속에 얼마나 다채로운 기쁨과 슬픔이 숨어 있는지..." - 30 p.


"매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훗날 돌아볼 기록이 과거를 반성하게 해주어서가 아니라 현재에서 나와 마주 않는 시간을 꾸준히 보내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그 시간은 인생에서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도록, 반대로 내게 중요한 것들은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 46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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