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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사서 Jul 21. 2021

시간관리보다는 마음 관리가 먼저!

유보라, 『나의 일주일과 대화합니다』


자기만의 방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보고서는, 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바인더 시간관리와 비슷한 건가 싶어 관심이 생겼다. 내가 어떻게 일주일을 보냈는지 시간별로 카테고리를 구분해 색칠하는 '라이프 컬러링'이라는데, 내가 지금 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궁금해졌고, 내용을 빨리 읽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표지가 너무 예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가 말하는 '라이프 컬러링'은 시간관리의 개념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 감정을 살펴보자는 취지가 더 강하다. 내가 그 시간에 왜 멍하니 유튜브를 볼 수밖에 없었는지, 내가 그 시간에 왜 잠만 계속 잘 수밖에 없었는지.. 그럴 수밖에 없던 자신의 마음과 체력의 상태가 아니었을지 돌이켜보고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자는 것이다.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지 못한 것에 대해 나를 너무 몰아가지 않도록, 나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이해해주고, 그렇게 힘들 때 나는 무엇을 하면 기운이 나고 리프레시가 되는지 나에 대해 알아가는 작업이다.


누구나 무기력한 순간은 있다. 그 순간이 고작 며칠일 수도 있고, 길게는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순간 내가 들어가는 나의 동굴 속에서 나는 나를 잘 몰라 무엇으로 위로받아야 좋을지 모르고 그저 침잠해나갈 수밖에 없다면 인생은 점점 더 피폐해질 것이다. 자신의 일주일을 돌아보면서 내가 무엇을 할 때 나의 숨통이 트이는지를 알게 되면, 그것들을 일주일의 시간 곳곳에 놔두는 거다. 아침에 따끈한 커피 한 잔 내리는 시간이 위로가 된다면 모닝커피의 루틴을, 화분에 물을 주는 일정한 시간들에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화분 돌보기 루틴을 나의 일주일에 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무기력해질 때마다, 슬며시 어둠의 기운이 다가오는 마음을 느낄 때마다 새로운 공기로 환기를 시켜주듯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의외로 내가 무엇을 하며 휴식을 취할 때 가장 행복하고 정말 휴식이 되는 느낌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책에서 "잘 쉰다는 것은 나를 잘 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마음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을 그때 그때 맞게 꺼내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


읽으면서 줄곧 나는 무엇을 할 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까 생각해 보았다. 한창 하루종일 이어지는 육아로 힘들고 지루했을 때는 틈틈이 사고 싶은 책을 고르고 사거나, 글을 쓰는 일들이 나를 다시 기운나게 했다. 따끈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잔 들고 홈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도 큰 즐거움이자 해방구였다. 아침에 똑같이 펼쳐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매일 사진을 남겨두는 것도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책 내용 중에서는 일주일에 대해 이름을 붙여보자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일주일 단위로 시간 가계부를 작성하는데, 이렇게 내가 보낸 한 주에 대해 간단한 단어로 네이밍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한 주에 제목을 붙여준다는 마음으로 단어를 골라봅니다. ... 라이프컬러링을 매주 하다 보면, 일주일의 이름들도 쌓이겠죠. 시간이 지난 뒤 이 이름들만 쭉 나열해봐도 내 일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 단어들을 모아 한 달을 회고해보아도 좋고, 분기를 회고해보아도 좋습니다. 그동안 내가 일상에서 무엇에 집중하며 살았는지 그 흐름이 보일 거예요. 내 일상을 이야기해주는 단어들을 모아 나를 새롭게 관찰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101 p.


기존의 몰아치는 시간관리법에 지쳤다면, 삶이 힘들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정말 아무거나 하면 또 죄책감이 든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 마음에 어딘가 언짢은 곳이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그 언짢음을 이겨낼 수 있는지, 이번 일주일은 나와 대화해 보자.


"지난 일주일을 복원하다가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이 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힌트가 되어줄 거예요. 모든 시간의 감정을 다 상기해볼 필요는 없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감정의 조각들이 있다면 호기심을 가지고 좀 더 들여다보세요. 그 호기심이 질문으로 이어지고, 질문은 새로운 발견으로 연결될 거예요." - 83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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