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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샥 May 03. 2017

숫자로 돌아보는 ‘평양의 기적’

호샥 축글 _ 스물 아홉 번째 글

어느 하나 유리한 점이 없었다. 객관적 전력, 상대 전적 등 모든 면에서 명백한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더군다나 경기가 열리는 장소도 평양이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더욱 똘똘 뭉쳤다. 그리고 그녀들은 이북 땅에서 놀라운 소식을 전해왔다. ‘평양의 기적’이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이야기이다. 지난 4월 열린 2018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북한을 제치고 B조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안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여러모로 불리한 환경이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끝내 요르단 행 티켓을 따낸 대표팀의 평양 원정을 숫자로 돌아보며 결산한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윤덕여 감독.

0 -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 유리한 점은 없었다. 같은 조의 북한은 아시아 최강으로 평가되는 강팀이었다. 역대 북한과의 상대 전적 역시 1승 2무 14패로 압도적인 열세였다. 게다가 경기가 열리는 장소 또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이었다. 대표팀은 경기 내외적으로 여러 불리함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만 했다.


1 - 1장의 티켓을 두고 5개의 국가가 다퉜다. 5개 국가씩 4개 조로 분류되어 각 조의 1위에게만 본선 티켓이 주어지는 시스템이었다. 우리 대표팀은 인도, 북한, 홍콩,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B조에 속했다. 북한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 수 아래의 상대였기 때문에 조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승부가 가장 중요했다.


2 - 2일에 한 경기씩 총 7일 동안 4경기를 소화해야만 하는 힘든 일정이었다. 4월 5일 인도전을 시작으로 이틀 간격으로 북한(7일), 홍콩(9일), 우즈베키스탄(11일)을 상대했다.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요구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4 - 예선 네 경기 동안 지소연과 이금민은 각각 4골을 득점하며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평양 원정 차출을 반대하던 소속팀을 직접 설득하며 대표팀에 합류한 지소연은 인도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트리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우리 대표팀은 북한을 상대로 더욱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20 - B조에 할당된 본선행 티켓의 주인공은 골득실 차로 결정됐다. 4경기에서 21골을 넣는 동안 단 1골 밖에 실점하지 않았던 우리 대표팀(+20)은 18골을 기록하고 1골을 실점한 북한(+17)에게 골득실 차로 앞서며 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100 - 대표팀 주장 조소현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A매치 1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조소현은 여자 선수로는 권하늘, 김정미에 이어 세 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는 영광을 누렸다.


2019 -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따낸 여자축구 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이다. 대표팀은 2018 요르단 아시안컵에서 5위 이내의 성적을 거둬야만 프랑스로 가는 티켓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대표팀이 2019 프랑스 월드컵에 진출하게 된다면, 이는 2003 미국 월드컵과 2015 캐나다 월드컵에 이은 세 번째 출전이 된다.


50000 - 북한과의 경기 당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은 5만 여명의 북한 관중으로 가득 찼다. 5만 관중의 함성 소리에 긴장되긴 했지만,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출국 전 목포 훈련장에서 대형 스피커 6개를 틀어놓고 소음 훈련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5만 북한 관중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준비한 플레이를 펼친 우리 대표팀은 북한에게 패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글 = 호샥

사진 = 대한축구협회,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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