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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바리스타 Apr 05. 2016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의 이야기'

“바이크 위에서의 깨달음 ③”

당신의 행동 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텐데 말이죠“

- 바이크 위에서의 깨달음 ③

사랑하는 연인들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하나의 이어폰으로 함께 들으며 벚꽃이 핀 거리를 걷고,      


솔로들은 진해와 윤중로의 벚꽃 향기를 sns에서 마주하며 10cm의 “봄이 좋냐?”를 애인이 생길 때까지 무한반복 듣고,     


저는 꽃이 피고 봄이 오니 다시 바이크를 타네요. ^^ 오늘은 바이크 위에서의 깨달음 그 세 번째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짧게나마 글을 씁니다.      


에피소드는 이렇습니다. 

엊그제 이른 저녁, 경기도 하남시 신장 사거리에서 한 친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바이크를 타고 갔던 터라 주변 주택가에 주차를 하고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죠.      


집으로 돌아가려고 바이크에 시동을 걸고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고 있는데, 주택가 1층에서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던 난닝구 차림의 한 남성이 대문을 열고 나와 ‘(시끄러운 소리 내지 말고)빨리 가라’ 라는 메시지를 담은 제스처를 저에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손을 휘이 휘이 저으며 ‘여기서 꺼지라’(이것은 제가 당시에 느낀 감정이어요.)는 느낌을 받자 괜히 반항하고 싶고, 개끼를 부리고 싶어 아저씨의 눈을 꼬라보며, 헬멧도 평소보다 더 천천히 쓰고 장갑도 천천히 꼈습니다. 그리고 한술 더 떠 그 곳을 벗어날 때에는 중립상태에서 공회전으로 이빠시 땡겨 더 큰 소음을 내고 골탕 좀 먹어봐라 하는 심보로 골목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했죠.      

유유히 그 곳을 떠날 때에는 ‘I’m winner. 어디서 손가락질이야! 기분 나쁘게시리’라며 승리자의 기분으로 신호대기하며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데...      


그 때 한 장면이 생각나며 ‘아저씨가 손가락질을 한 그 이유가 혹시...’ 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지고 오히려 어린 아이처럼 꼬장을 부리던 모습에 죄송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그 장면 

– 난닝구 아저씨 뒤에 배경으로 서있던 30대 중후반, 수면바지를 입고 있던 한 여성의 이야기(나만의 상상 속 이야기)     

신호등의 초록불을 기다리며 저는 그 여성이 과연 누구였을까? 라는 질문 앞에 저는 다음과 같이 소설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낳아본 제 경험으로 추측을 해보건데, 혹시 그 여성분은 난닝구 아저씨의 딸이고 그 딸은 신생아를 출산한 후에 낮과 밤이 바뀐 상황은 아니었을까? 예민한 아이라 엄마 품이 아니면 깊게 잠에 들지 못한 아이가 지금 막 엄마랑 떨어져 잠에 들었고, 이제야 엄마는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는데... ’     


‘그때 마침 밖에서 “두두두두두둥둥둥” 천둥과 같은 시끄러운 바이크 소리는 왠 마른 하늘의 날벼락? 사랑하는 딸이 조금이나마 쉬게 하고 싶은 애비의 마음에 난닝구 차림으로 급히 밖을 뛰쳐나와 손가락질 하며 ‘빨리 떠나라’는 제스쳐를 한 것은 아닐까?‘ (지금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100% 가설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나의 사유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입니다.)      


‘혹시나... 그러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제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분들께 참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초록불로 바뀌고 나서도 힘차게 튀어나가지 못하고, 김빠진 탄산음료처럼 ‘픽픽픽~’ 소리를 내며 집으로 돌아왔죠.      


이렇게 바이크를 타며 또 하나를 배우네요. 

‘당신의 행동 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텐데 말이죠“라는 생각이요.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의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언행 안에도...

나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모습 안에도...

당신은 항상 옳고 나는 항상 틀리다며,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통제하려는 직장 상사의 꼬라지 안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 말이에요. 그리곤 이러한 생각 뒤에 따라오는 실천적 방안으로 이젠 내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아이에게, 나와 관계하는 상대에게 “그들만의 이유를 물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물음 안에는 ‘나는 당신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니 내가 수긍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설명해!’의 메시지가 아닌, ‘당신의 언어와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텐데, 내적으로 숨겨진 의도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을 이야기합니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생각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 그 차이의 불일치가 우리들의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현재 나의 모습을 인식하고 자각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이 된다는 사실을 믿기에 우리 오늘도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장사랑하는내여자 승희씨! 내가 알지 못하는 자기의 그 무엇에 대해서 난 진심으로 알고 싶어요. 내게 그것을 함께 나누어줄 수 있나요?“     


“가장사랑하는내아이 서연이, 재훈아. 아빠가 알지 못하는 너희들 마음의 이야기에 대해서, 아빠는 진심으로 알고 싶구나. 아빠에게 그 마음을 알려줄 수 있겠니?”     


글을 마무리하며, 아내가 아이가 혹은 그 누구라도 제게도 이렇게 물어준다면, 밥도 사고 커피도 살텐데 말입니다. 바이크 위에서의 깨달음 3탄 끝~ ^^     


2016. 4. 5. 맘(mom & 마음)편이 놀길 바라는 오두막바리스타 배우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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