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ileen Mar 11. 2016

말다툼. 무의식의 오해.

같이 짓고 걸어온 길에 대한 공동적 책임

꼭 붙어다니는 무리의 친구 둘이 말다툼을 했다. 제일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둘이 붙어서 꽤 심각해졌다. 친구 1이 싸우자마자 무리에서 나에게 제일 처음으로 그리고 유일하게 모든걸 털어놨고 그 사실을 대충 예견한 친구 2도 하루지나서 전화가 왔다. 공부하는 분야가 독창성이 중요한만큼 굉장히 예민하게 다뤄야하는 그에 관한 문제로 시작된 서운한 마음이지만, 곧 서로의 대처에 느낀 서운함이 말다툼의 주 요인인것같았다.

친구들을 사랑하지만 친구들의 약점과 강점은 인정해야한다.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있는 부분이고. 우리는 서로가 좋아서 혹은 어쩌다보니 친구를 시작했지만, 서로 많은걸 나누고 쌓은 사이가 된 이상, 서로의 약점을 엑스트라 이해해줄 필요가 있고, 강점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약점과 강점을 알게된 이상, 생기는 모든일에 그것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니까. 별 트러블 없을땐 모른다. 비가 지나고 나서 땅이 굳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닌것처럼, 이번 기회에 나와 내가 서로에게 무의식으로 끼치는 영향, 상대방이 나를 아프게하는 점들을 바람직한 방법으로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믿는 사람들에게 배우고, 아프게 배운 관계의 룰을 그 믿는 사람들에게 먼저 적용하면 좋은 것 같다. 단순히 기쁠때만 함께하는 사이가 아니라는 확신을 줄 수있고. 서로에게 준 시련이 지나고 나서, 그 시련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뀐 룰을 적용한(또는 적용하려는) 나를 보여주는 일 이라고 생각하니까..

서로를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는건 참 좋은 일이다. 나의 못난부분까지 보고나서도 그들의 인생에 날 끼워주는건 참 따듯한 일이라서..


친구2와 한시간 가량 조금 진지한 얘기를 하면서 와인을 한모금 두모금 했더니. 취기가 오른다.

오늘은 친구 둘이 서로 불편해하는 마음이 내게까지 전해져서 썩 행복한 날은 아니지만. 내 감정이 제일 중요해보였던 둘이 서로의 감정을 고려하는 모습이 보임에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은 날이다.

우리는 늘 관계를 통해서 배우고, 부끄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그럼에도, 쌓고 나눠왔던 이야기들과 연결고리들의 가치를 생각했을때, 그 고통은 견딜만한 것들이 되어진다. 우리는 같이 많이 걸었다. 단순히 강의를 같이 듣고 헤어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매주 네번다섯번 새는 밤을 함께하고, 그러다가 주어지는 휴가를 늘 같이보내고, 자기 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제일 쓰잘데기 없는 말과 제일 진지한말을 오가며 소통했던 사이다. 함부로 포기하느니 마느니 하면 다 같이 일군 이 관계의 나머지 동료들에게도 예의가 아닌것이 되버린다. 그런 책임을 지는 관계다.

다만 나는 지금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친구인 거고, 내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때, 그 사실을 나에게 상기시켜주는 멤버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내 역할에서 중요한건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것, 다른 시각을 불편하지않게 전달하는것, 그리고 제시만 하고 재빠르게 빠져있는것. 친구가 후에 무엇이든 결정할때 내 조언을 듣지않았다고 내가 화낼 자리를 찾지않는 정도의 적당한 물러서기.

활화산같이 화나서 전화 건 친구가 한시간 통화 후에 기분이 많이 누그러져서 다른이의 감정을 받아들일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뿌듯하고 고마운 일이다.

모쪼록 잘 풀리고 배울 계기가 되기를 ...!우리 초딩들 맨날 별것도아닌거가지고 싸운다. 다 큰 법적 성인들이 말이야.

작가의 이전글 예쁨의 기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