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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ileen Apr 25. 2016

첫-

첫사랑일까 첫동경일까 첫어려움일까

매년 4월 벚꽃이 사람 마음을 흩트려놓는 일주일 다음의 일주일은, 열일곱의 4월을 추모하는 글을 쓰게됩니다. 첫- 이라는 앞머리가 붙은 모든 단어들이 주는 설레임은 만국공통이라 그런지, 일만키로 떨어져 자란 소녀들에게도 당신얘기를 가끔하고 같이 부르르 떨며 킥킥거렸고요. 저는 그 첫-사랑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말지 아직도 고민되는 그 기억을 매년 꺼내 닦고 쓰다듬고 하고있어요.

이렇게 예쁘게 정리된 말로는 다 알 수 없는 일이다. 5년이 지났는데, 5년동안 나는 수시로, 매 달로, 어쩌면 매일 매초 지니다가 꺼내 보살피는 그런 기억이지만, 네게는 지난 5년동안 한번 열어봤으면 내게는 너무 다행인 기억이니까. 그 사이동안 나는 살고있는 공간이 달라졌고, 매일 향하는 곳이 달라졌고, 지어먹는 밥이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예전의 나와 다르구나 싶은 순간에는 매번 너와 그떄의 나를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다른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300개는 썼었던 것 같다. 그래도 맨 밑의 나는 같다. 난 다시 널 보면 해야 할 말이 정리가 안되고, 마음이 우선으로 나갈게 분명하다. 그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받아들일 네 생각은 요만큼도 안하고.

가끔 넌 사랑을 해본적이 있냐는 질문을 듣게될 떄는, 그 사이동안 계속 스쳐갔던 이성들은 종이인형처럼 흩날리고 가운데 동상처럼 서있는 네 모습을 본다. 그 방안에 동상을 세운건 내 자신이라, 나는 아이고..하면서 동상 눈도 바라보지 못하고 마른수건으로 하릴없이 동상만 닦는 나도 본다. 난 그 뒤로의 몇년동안 아직도 이성과 사랑에 빠진적이 없어서, 지금 내 기준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너라서 난 아직도 민폐스럽게나마 널 내 가방 어딘가에 지니고 다니나보다. 우리 사이는 내가 혼자 추억을 가지고 가기도 우스운 사이니까.

그래, 우스웠다. 나는 웃음거리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이기적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 그 ‘내 마음이 우선’인 표현을 번복할 마음은 없다. 다만 조금 더 받아들이기 쉬울만한 표현과 몸짓을 골라서 가져갈 순 있겠지. 난 항상 내 마음을 표현하는게 제일 우선인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데 다른사람이 불편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이 인생에서 중요하다. 당신에게 쏟은 마음은 처참하게 어색한 첫 시도였지만, 좋은 연구 자료로 내게 남아있다. 아직도 그 때 생각을하면 설레이는 마음과, 밤중에 자다 이불을 걷어차고싶은 부끄러움이 버무려진 요상한 마음이 떠오르지만, 네 곁에서 배워나가지는 못했을 지언정, 혼자나마 타인의 시점을 보기 시작한 계기인 것 같아서 결국 마무리는 감사로 지어진다.

서툴고 요령없이 던져진 버거운 마음에 답하지 못해 미안해하던 네게는 절하고싶다. 넌 부처와 비슷한 마음씨를 지녔다. 내가 그 입장이었으면 미간찌푸리면서 썩꺼져 를 소리질렀을 것 같으니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내내 램프만 보면 제발 지니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갖다 댔던 것 같다. 제발 지니가 나와서 나를 너와 단둘이 이자카야 같은곳에 앉혀놓고 두시간만 이야기하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다. 오빠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ㅠㅠ 물지도 않고요 그냥 오빠를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ㅠㅠ 오빠가 멋있으니까요..고양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죽은쥐를 물어다 주는 것처럼 저도 그냥 오빠에게 마음을 물어 날랐던 건데.. 잊고있었어요 우리는 고양이가 아니라는것을.. ㅠㅠ이제 아니까 한번만 들어봐요..


그렇게 오늘도 추모식으로 시작한 커피타임이 점점 작성자도 예상못한 전개로 흘러가고, 의식의 흐름으로 가득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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