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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Mar 10. 2024

1. 31살, 내 나이 평범하게 1억을 모았다.

나는 왜 돈을 모을까. 30대의 인생 넋두리

오늘은 일요일 주말이다. 대학원이 개강을 했다. 4학기, 마지막 5학기를 거치면 으레 쉽게 나올 졸업장에 갑작스러운 반기가 생겼다. 논문을 쓰겠다 지도교수님을 찾아뵈었고, 주어진 시간으로 턱 없이 논문 쓰기가 부족할 거란 얘기를 들었지만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주말에, 논문을 핑계삼에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오고 가며 의미 없는 검색을 이어가고 있었다. 글쓰기에 제법, 자신이 있던 나로선 '논문을 위한 글쓰기'가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울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논문은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남'을 위한 방법론의 글쓰기라는 걸 얼핏 알아갈 무렵, 일요일 저녁을 지나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종일 스마트 폰을 쥐고 있다가, 습관적으로 토스로 접속했다. 간편 뱅킹이라는 이름으로 내 폰에 자리 잡은 어플 토스는, 이제 주식부터 내 신용카드 관리까지 도맡는 어플이 되었다.


언젠가, 토스처럼 모든 사람들 폰에 스리슬쩍 자리 잡아 일상에 필요한 어플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논문을 쓰기로 한 이유도 (논문의 주제가 서비스 디자인에 관한 내용이다.) 갑작스러운 내 변덕도 다 이런 생각 때문일 것이다.


토스의 기능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내 자산관리 탭에 들어갔다.

예적금 현황, 주식투자 현황, 펀드 현황 등등 여기저기 흩어진 자산에 관한 정보를 한눈에 불러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인 자산이 얼마인지 체크했던 게 재작년이던가'


돈은 살아가는데 중요하지만, 신경 쓰기 시작하면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니, 가끔 들어가 모인 자산을 체크하며 살았던 게 자산관리의 전부였던 것 같다. 남들은 나이 30살을 넘기면, 얼마만큼 모아야 한다 등의 평가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나 역시도 이를 피해 갈 수 없는 다분히 고리타분한 사람이라, 잔고를 본 뒤 신경 쓰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간 자산의 총액을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글을 쓴 뒤 캡처했더니 자산이 늘었다. 참고로 난 거의 모든 돈을 주식에 넣어둔 상태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숫자로 찍힌 내 자산의 총액은 1억 1천만 원 정도였다. 큰돈이라고 생각하면 큰돈이지만 적다고 생각하면 적은 돈, '이래서 사람은 생각하기 나름인가 보다'라는 기분이 들었다. 


한 10대 후반,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1억이 잔고에 있으면 별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이제와 생각하면 이 얼마나 경제관념 없는 생각인가. 정작 1억이 있어도 별거 없다.


'나는 내일도 돈을 벌러 회사에 출근해야 하고, 아침 9시면 주식을 해야 하고 저녁엔 미국장을, 주말엔 디자인 외주를 하며 살아가야겠지.'


이 모든 일의 종착지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는 아니다. 외주일을 하는 건 디자인을 좋아하는 내가 회사외적으로 '디자인일'을 하면서 실력을 인정받는 기분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실력에 대한 인정을 '돈'으로 받는다는 게 조금 씁쓸한 뿐이다.


주식을 하는 건, 무료한 일상에 작은 재미 같은 일이다. 나는 돈을 불리는 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이렇게 적으니 속물 같다.) 적은 노동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걸 좋아한다. 물론 주식이 노동이 적다곤 말할 수 없지만, 육체적 노동이 최소화되는 일이라는 점은 맞다. MTS만 된다면 손가락으로 쉽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신 지식 노동이 들어간다.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살지, 어떤 종목을 선택할지, 투자금은 얼마를 가져갈지' 아같은 고민은 하루 웬 종일 앉아서 해도 부족하다.


나는 주식과 회사일을 주축으로 돈을 모았다. 외주일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해, 아직까지 백만 원이 수익밖에 내지 못했으니 말이다(외주수익, 이와 관련된 글은 또 나중에 적어보겠다.)


연봉은 다른 사회 초년생과 비슷하게 낮게 시작했다. 내가 벌써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7년 가까이 됐으니, 연봉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다만 상승폭이 가팔랐을 뿐.


2년 전을 기점으로 연봉이 꽤나 많이 올랐다. 기업의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에 대한 성과랄까. 나는 딱히 그 성과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내연봉은 그 성과의 빛을 많이 봤다.


지금은 5년 차 (디자인일만 경력으로 치기로 했다. 나이가 드니, 디자인 외적인 일을 했던걸 경력으로 세기 부담스럽다. 너무 연차가 높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6천만 원이 좀 안 되는 돈을 연봉으로 받고 있다.

한 달에 세금 떼고 3백만 원이 겨우 되는 돈이 월급으로 찍힐 때를 보면, '이 돈이 많은 건가? 적은 건가?' 하는 헷갈림이 내 시야를 가로막는다.


월급을 더 받고 싶지만, 이제는 남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런가. 더 이상 연봉을 높이고 싶단 욕심조차 사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이 마음도 아마 오래가진 못하겠지?'


아마 나는 내년쯤 열심히 이직을 노릴 거고, 이직을 하면서 연봉을 높이고자 할 거다. 내 가치는 연봉에서 나온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뼛속까지 직장인 마인드, 이거에서 벗어나려면, 얼른 내 일(디자인회사를 창업하던지, 뭔가 월급 외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던지...)을 시작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돈이라는 건 정말 어른들 말씀대로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 같다. 1억만 있으면 자유로울 것 같았던 삶에 대한 생각도, 정작 1억이 있으니, '재테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바뀌니 말이다.


이젠 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다.

논문을 쓰는 건 하고 싶은 일이지만,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다.

디자인을 하는 건, 하고 싶은 일이지만 회사를 다니지 않는 이상, 돈이 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려면, 머리를 잘 쓸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가진 쥐꼬리만 한 재능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는 31살이 되어보길 소원해 본다.

올해 말에는, '그냥 해봤는데, 다 잘돼서 성공했어요'라는 말도 안 되는 글을 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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